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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론 May 17. 2024

하루를 남기고

 2개월 간 준비한 시험의 전날이다. 10년 휴가도 내고 공부에 매진했다. 휴가를 공부에 쓰는 건 이제 익숙해졌다. 이것보다 가치 있게 쓰는 방법은 아직 없다. 넉넉한 시간 속에서 준비했고, 조금 질은 밥 같았다.


넋 놓고 있는 시간이 길었다. 회사를 그만두고 쉬게 된다면, 은퇴를 하게 된다면 이런 기분일까. 주변에 말해놓아 둔 터라 시험기간이라 나를 찾는 사람은 더더욱 없었고 적막했다.


산책과 운동을 틈틈이 했다. 앉아만 있는다고 집중하는 시간이 온전히 주어지지 않음을 알기에 아침저녁으로 달리고 걸었다. 적절한 부담감과 어우러져 긴장감 해소에도 좋았다.




다가올수록 떨림이 많아졌다. 설렘보단 두려움에 가까웠다. 애써 얼른 시험지를 받고 싶다고 말하지만 잘 해낼 수 있을까, 막막했다.


유연하게 해 왔지만 만족스러울 만큼은 아니다. 만족이 있기는 할까? 긴 시간이었던 만큼 착실하게 계획대로 해오리라 생각했지만 자주 방황했다. 오히려 혼자만의 시간 동안 방황이 길었다. 일상이 그리웠다.


이 또한 일상이거늘, 도망치려 하는 나 자신을 다그쳤다. 더 열심히 도망치는 자신을 마주했다. 작고 볼품없게 느껴졌다. 사람이었다.




쉬지 않고 달려왔다. 나의 만족은 시험 문제를 다 맞힐 정도의 수준이기에 채울 수 없다. 다 채우려면 얼마의 시간이 걸릴지 모른다. 나에게 남은 시간은 많지 않다.


시험 이후에 또 다른 시험과 과제를 준비해야 한다. 별개로 내 취미이자 휴식인 음악과 운동과 글도 써야 한다. 영상편집과 프로그래밍 언어도 배우고 싶고 어학도 더 든든하게 겸비하고 싶다. 욕심 많은 인간은 앞으로도 이렇게 살아가겠지.


해리포터의 타임터너처럼 시간을 돌린다면 어떨까, 그래도 똑같지 않을까. 권태로움만 많아질 뿐, 무엇이 바뀔까. 바뀐다 하여도 그게 의미가 있을까. 그저 이 시간이 두렵게 지나간다.




머릿속이 어지럽다. 빨리 해보고, 안되더라도 부족한 만큼 준비해서 다시 하면 된다고 되뇌어보지만, 아는 맛이 무섭듯 이 겪어본 떨림이 힘들다. 누군가 그 정도면 됐다고 해줬으면 좋겠다.


다만 그만해도 된다는 말은 듣고 싶지 않다. 멈추기엔 아직 가야 할 길이 많고 겪어야 할 경험들이 남았다. 쉬고 싶지만 쉬고 싶지 않다. 모순적인 기분 속에서 다시 펜을 든다.


시원하게 투정 부리고 싶었다. 이렇게 글로 자주 어리광 부리고 나태함을 마주한다.


자, 다시 돌아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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