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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론 Jul 10. 2024

무거운 젊음

10대의 끝자락부터 사회생활을 시작했을 때, 지금의 내 또래들과 함께 일할 때마다 "네 나이가 참 부럽다"는 말을 많이 들어왔다.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라 머쓱하게 웃기만 하다, "그렇죠, 저도 제 나이가 좋고 부럽습니다"라고 맞받아치곤 했다.


그리고 시간이 조금 더 흘러, "이미 좋은 시간을 보내신 거니까요, 그 연륜이 부럽습니다."라고 넌지시 함께 웃어넘기게 되었다.




젊기에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말에 짓눌린 적도 많았다. 당연히 할 수 있다는 근거 없는 자신감에 파묻혀 크고 작은 실패들에 마음이 꺾이곤 했다.


어리고 젊다는 말에 오히려 부담감을 느꼈다. 다시, 크고 작은 성취를 쌓아가며 살아왔다. 실패에 비해 성취는 과소평가 되곤 한다. 너무 피곤할 때 마신 커피가 아무런 효과를 못 내는 것처럼.


삶에 슬럼프는 오히려 시간이 갈수록 진하게 찾아온다. 효과를 보았던 방법들이 의미가 없어질 때, 다른 길로 떠나야 한다. 주저앉아있기만 한다고 돌아오는 건 다음 날 아침과 대책 없는 자책뿐.


그렇게 한참을 떠나 지내다 보니 생각을 안 하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느껴졌다. 어떤 행동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만큼 감정을 뒤흔들릴 일이 또 있을까.


그럼에도 아무 생각도 하지 않으며 살고 싶지는 않다. 대체 무엇을 하고 싶은 걸까. 아니, 무엇도 하고 싶지 않은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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