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론 Aug 05. 2024

새벽과 아침사이

기운 없는 아침이다. 전날 야심 차게 다이어트를 다짐했건만 출출해하는 나의 배는 머리를 기어이 이겨냈고, 그나마 칼로리가 낮은 과자로 채워지지 않는 속을 달랬다.




다음 날이 무서울 때, 쉽게 잠에 이루지 못한다. 잠을 청한 때는 많이 늦었고, 당장에 즐거운 일이 많지 않을 때, 특히 무척 기쁘고 행복했던 밤에 부쩍 그렇다.


잔잔한 명상이나 ASMR 영상에 기대어 본다. 그럼에도 감겨있는 눈은 야속하게 어떤 때보다 밝게 느껴진다. 분명 암막커튼도 치고 이불로 발을 감싸 머리까지 덮었음에도.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마음, 편히 누워 우스운 영상을 택한 탓에 미뤄둔 책을 잔뜩 읽고 싶은 마음, 먼지가 쌓여 건드리기 겁나는 악기를 꺼내고 싶은 마음.


다음 날 연차를 쓸까도 생각하지만 오늘의 게으름에 진다면 내일도 쉬고 싶을 거란 짐작에 사직서처럼 마음 한편에 넣어두고 잠이 오는 기운에 취해본다.




매일을 살아간다는 건 생각보다는 쉽다. 오히려 생각에 잠겨 이미 했다고 느끼는 가짜성취감에 두려울 때가 많지, 힘겹게 느껴지는 건 몸이 아닌 마음인 경우가 많다.


삶을 더해갈수록 취향이 변해가는 이유는 살아감의 플롯이 바뀌기 때문일까, 피상적인 위로에도 눈물을 쏟아내던 어린 나의 마음에는 굳은살이 박여 무덤덤해진다.


모순이 가득한 철학책을 집어 들며 이해하지 못하는 시간을 보내기도 하지만 아직 가슴을 후벼 파는 니체와 공자의 말들이 좋다. 말을 생각을 거쳐야 하지만, 글은 가슴을 거치는 게 가장 좋다고 느낀다.


오늘도 눈을 떴고, 행복한 하루를 보내겠다고 다짐한다. 복권에 당첨되거나 좋은 소식이 없어도 괜찮다. 내가 오늘을 온전히 살아감에 감사하며 살아간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니까.

이전 18화 평행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