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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론 Sep 02. 2024

우락부락 기사님

편견, 선입견

오래간만에 늦잠으로 아침을 시작했다. '늦잠'이란 단어는 원인을 분명히 하는 느낌이 매섭다. 늦게 잤기 때문에, 늦게 일어났다는 그런. "그게... 정말 어제 일찍 자고 싶었는데 말이지."라는 변명을 집어넣게 한다.


회사까지 모든 경로를 생각하며 옷을 고른다. 손에 집히는 셔츠와 바지를 매치하고, 정 아니다 싶은 게 아니면 일단 팔과 다리를 집어넣었다.


급하게 부른 택시가 생각보다 빨리 잡혔고, 허겁지겁 가방을 메고 길을 나섰다. 아차, 이어폰은 챙겼나? 다행히도 어제의 내가 고마워지는 순간이다. 엘리베이터 앞에서 신발을 고쳐 메고 내려간다.




왜 안 내려오는지 묻는 기사님의 전화, 타자마자 늦어서 죄송하다고 말씀드리니 굵직한 목소리에 걸맞은 덩치의 기사님이 계셨다. 왠지 기가 살짝 죽었지만, 죄송함을 내포한 채 자세를 고쳐 앉았다.


백미러를 통해 마주친 눈이 머쓱했던 차, 기사님께서 던진 한마디. "괜찮아요, 출근하시는 거예요? 도착지가 사무실이 많은 동네던데" 의외로 따뜻한 말씀과 어조에 내심 놀라며 답을 드렸다. "네, 하하..."


거듭 마주친 눈빛에는 배려가 묻어 나왔다. 자주 이 시간에 손님을 마주 하셨겠지만, 짜증이 나셨을 법도 한데. 다시 코로나가 유행하기에, 마스크를 꺼내 들기 전까지 스몰토크로 분위기를 풀어주셨다.


내릴 때에도, 피상적인 "안녕히 가세요, 감사합니다"가 아닌 "좋은 하루 보내세요"라는 말이 마음에 남았다.


외모로 판단해선 안되지만 선입견과 호감은 첫인상에서 갈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따스함이 오늘을 정말 좋은 하루로 시작하게 만들듯한 예감이 든다.


아차, 나 늦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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