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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론 Sep 16. 2024

손가락에 맞는 침

손이나 발처럼 몸의 끝에 위치한 기관은 통점이 발달해 있다. 그런 이유로, 아픔을 내쫓고자 찾아간 한의원에서 맞는 침은 더 아프고 따갑다.




살갗을 헤집고 들어간 침은 마치 커다란 말뚝을 박은 듯이 묵직하게 느껴졌다. 혈액 공급을 높이기 위해 꽂은 쇳덩이가, 염증보다 더 크게 느껴졌다.


마음을 굳게 먹어도, 아픈 건 아프다. 눈을 뜨고 바늘을 보고 있더라도 아프고, 눈을 감고 다른 생각을 하면 예상치 못해 더 큰 통증으로 이어진다. 그냥 아파야 한다.


종종 예기치 못한 슬픔과 이별이 찾아온다. 원하던 원치 않던 크고 작은 인간관계 속, 아름다운 이별은 찾기 힘들다. 하물며 나에게 그런 일은, 바라면서도 바라고 싶지 않다.




어쩔 수 있을까. 예상해도, 눈을 감아도 아픈 건 아프다. 그저 조금씩, 겪어봤던 통증이니 익숙해지는 수밖에 없다. 그리고 낫고자 하는 아픔과 비교하며 방문을 미루기도 한다.


침이 들어오는 아픔이 크다면, 병원에 가기 싫을 수도 있다. 어렸을 적 치과처럼 미루고 미루다간 치아를 들어내야 할 수도 있으니, 꼭 방문해야겠지만.


우리 삶에도 크고 작은 아픔이 산재해 있다. 언젠가 겪을 행복을 위해 우리는 아파야 한다. 한사코 미루다간, 병상에 누워 후회할 일이 많아질 것이다.


어른이 되려면, 아파야 한다. 그리고 익숙해져야 한다. 원하던, 원치 않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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