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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론 Sep 10. 2024

지켜야 하는, 그리고 무게

자전거로 퇴근길을 가다 보면 신기한 장면들이 보인다. 아이와 함께 있는 부모들이나 연인과 함께 걷고 있는 이들은 주변 소리에 민감한 반면, 혼자인 이들은 반응이 더디다.


소중한 사람과 함께하는 이들은 더 감각이 예민해져 있다. 멀찍이 떨어져 지나가더라도, 스치는 바람이 매서울까 안전한 쪽으로 더 밀어 넣곤 한다.


반면에, 혼자 음악에 심취해 있거나 침을 뱉고 자신의 강함을 드러내는 이들은 좀처럼 비켜주지 않는다. 취해서 반응이 더딘 중년의 사내들의 걸음.




몇 시간 전의 이들의 얼굴은 마치 전사들이 콜로세움에 들어가는 듯 비장했다. 잔뜩 웅크린 채 발을 내딛는 모습은 전율과 우울 사이, 그 어디에 위치한다.


궁금하지 않은 어깨의 너비를 펼치며 위협적으로 걷는 이들의 속내는 오히려 연약하고 가녀리다. 마치, 제발 자신을 건드리지 말라는 듯이.


이들의 반전은 놀랍고도 가엽다. 원치 않는 삶 속에 구속된 채, 발목이 묶여 같은 자리를 돌고 있다. 이들의 퇴근은 가장 늦는다.




가족을 위한다는 변명과, 정작 사랑과 관심이 멀어진 행동은 더욱 상반된 이질감을 보인다. 시간은 흐른다. 결국 이들도 삶의 종착지를 향해 차츰 걸어간다.


내려놓고 싶은 마음이 들어도, 이미 집어든 책임감이 양손과 어깨에 즐비하기에, 어쩔 수 없다. 이들은 걸어간다. 그리고 서서히, 서서히 가라앉는다.


술 한잔에 슬픔에, 담배 한 개비의 고독에, 지나가버리는 바람의 씁쓸함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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