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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깨달음

새로운 인연, 그리고 소중한 사람들

by 아론

얼마 전 제주도에 다녀왔다.

둘이 떠나 하나가 되어 돌아왔다.

다음 생에서도 잊지 못할 여행이 될 뻔했다.




각자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느낀 시점에

과감히 나의 시간을 갖기로 했다.

배는 안 고프지만 추천을 받아 통닭을 사 왔다.


생각보다 양이 많았고 다른 이들과 함께 먹기로 했다.

인플루언서 손님들과 게스트 하우스 사장님,

그리고 네덜란드에서 온 건축가 친구가 함께했다.


한국말에 서투른 네덜란드 친구의 이름은 멜빈.

그나마 더듬더듬 소통이 가능한 사람은 나뿐이었다.

파파고나 chat-gpt도 있지만, 프리토킹이 역시 좋지.




서로의 말을 못 알아듣기도 했지만

배려하는 마음으로 쉬운 단어와 몸짓으로 대화했다.

그도, 나도 공통의 아픔이 있음을 이내 알게 되었다.


그는 한국인 여자친구와 함께 제주도에 왔다가

문화차이로 혼자가 되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묵묵히 듣기로 했다.


때에 맞지 않고 성급한 표현

상대에게 상처가 되었음을 짐작한 나는

각자의 시간을 갖고 있는 상황을 설명했다.




그도 역시 묵묵히 들어주었다.

식사를 마칠 때 즈음에는 서로가 더 가까워졌음을 느꼈다.

배려하고 아끼는 마음은 국경을 넘나 들었다.


나도, 그도 새로운 사랑을 찾아 떠나기로 했다.

그가 떠나기 전 공항에서 다시 만났다.

모든 말을 이해하지 못했지만, 마음은 닿아있었다.


서로의 앞날을 응원하는 말들과 각자의 철학을 나누었고

결론은 같았다.

'절대로 나 자신을 잃어가면서 사랑하지 말 것'




표현의 때가 적절하지 못해 오랜 친구와 멀어졌다.

조금 더 천천히 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후회와

상대의 다친, 닫힌 마음으로 머리가 어지러웠다.


그도, 함께한 이도 떠난 후에

나 자신을 돌아보았다.

타인에게 친절한 건 좋지만, 내가 나를 챙기고 있었는지를


들여다본 내 속은 상처로 가득했다.

떨림과 설렘, 용기와 자신감은 흉터들로 가득했다.

다시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상태가 아니었다.




그저 시간이 조금 흘러감으로 해결되는 문제들도 있는데,

내가 모든 것을 짊어지려 했다.

나 자신은 사라져 가는지도 모르고.


그가 남기고 간 마지막 말이 떠오른다.

'우리는 바위가 되어야 해 아론, 그 어떤 바람이 불어와도,

흔들리지 않는 바위가 되어야만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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