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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깨달음

냄새

by 아론

몇 해 전여름날, 전철 안에서 책을 읽고 있었다.

제목도 기억나지 않지만, 어떤 냄새가 났다.

땀에 절은 쩐내라 부를 수밖에 없는 냄새가.


바로 옆 자리엔 덩치가 큰 남성이 있었다.

땀을 흘리다 간신히 탄 전철에서

시원함보다는 찝찝함을 먼저 느끼고 있을 듯한 그가.


책의 제목도, 내용도 기억나지 않지만

그날의 나는 그를 의심하고 있었다.

내 공간을 파고든 그 냄새의 범인으로.




환승역에 다다르자

그를 포함한 많은 이들이 짐을 챙겨 문 앞에 섰다.

행동반경 안의 얼굴들이 바뀌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냄새는 여전했다.

대체 어디서 나는 걸까,

내 셔츠를 살짝 꼬집어 냄새를 맡았다.


비 온 뒤 제대로 말리지 못해

꼬질꼬질한 냄새가 땀과 어우러져

드라마틱한 쩐내를 만든 그 진짜 범인은 나였다.


그 이후부터 주변에 냄새가 난다면

나부터 의심해 본다.

더는 뻔뻔함이 창피함으로 변하지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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