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일형 답사
1. 사찰(寺刹) 이야기 – 기본 교리
사찰 답사에 앞서 불교에서 강조하는 기본 교리는 알고 가야 아는 만큼 보고 올 수 있다. 불교의 기초 교리는 다음과 같다.
제행무상 (諸行無常)
세상의 모든 것이 변한다는 뜻이다. 제행무상은 모든 존재의 속성이 항상 그대로 있지 않고 변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차분히 모든 사물을 살펴보면 지금까지 자신이 헛된 욕망에 사로잡혀 있었음을 깨닫게 된다. 모든 것이 영원할 것이라는 잘못된 믿음을 버릴 때,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볼 수 있고, 그 속에서 바르게 사는 길을 알게 된다.
제법무아 (諸法無我)
모든 변하는 것에는 자아라는 실체가 없다는 무아의 가르침이다. 모든 것은 항상 변하기 때문에, 즉 인연 따라 생긴 것은 그 인연이 다하면 흩어지기 때문에 고정불변의 실체란 없다. 무아의 가르침은 우리에게 자기중심적 사고와 아집이 허망한 것임을 일깨워준다.
일체개고 (一切皆苦)
변하는 모든 것은 괴로움이라는 것이다. 즉 무상하기 때문에 괴롭다는 것이다. 세상사는 희로애락이 다 있어 괴로움만 있는 것이 아닌데, 왜 모든 것을 고통이라고 하는가? 그것은 기쁨과 즐거움은 일시적인 것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영원할 것이라고 믿고 그것에 집착하기 때문에 고통스럽다는 것이다. 모든 것은 변하므로 고정불변의 실체가 없다. 기쁨과 즐거움도 마찬가지다.
사성제 (四聖諦)
괴로움과 괴로움의 원인과 괴로움의 소멸과 괴로움의 소멸 방법에 대한 가르침이다. 이를 줄여 고(苦), 집(集), 멸(滅), 도(道)의 네 가지 진리로 구성되어 있다.
-고성제 : 불완전하고 더러움과 고통으로 가득 차 있는 현실을 바르게 보는 것이다.
-집성제 : 사물이 모여 일어나기 위한 원인이므로 고의 원인이나 이유라는 뜻이다.
-멸성제 : 깨달음의 목표, 곧 이상향인 열반의 세계를 가리킨다.
-도성제 : 이상향인 열반에 도달하는 원인으로서의 수행 방법이며, 구체적으로 팔정도라는 여덟 가지 수행법을 제시하고 있다.
팔정도 (八正道)
중생이 고통의 원인인 탐(貪) · 진(瞋) · 치(痴)를 없애고 해탈하여 깨달음의 경지인 열반의 세계로 나아가기 위해서 실천 수행해야 하는 8가지 길
1. 정견(正見) : 올바로 보는 것(편견 없이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보는 것).
2. 정사(正思) : 올바로 생각하는 것(바른 생각).
3. 정어(正語) : 올바로 말하는 것(바른말).
4. 정업(正業) : 올바로 행동하는 것(바른 행동).
5. 정명(正命) : 올바로 생활하는 것(바른생활).
6. 정근(正勤) : 올바로 부지런히 노력하는 것(깨달음을 향해 나아가는 쉼 없는 노력)
7. 정념(正念) : 올바로 기억하고 생각하는 것(바른 마음 챙김, 바른 마음 집중)
8. 정정(正定) : 올바로 마음을 안정하는 것. (바른 선정)
중도(中道)
불교에서 밝힌 참다운 수행의 길이다. 양극단에 치우치지 않는 중정의 도, 쉽게 말해서 어느 쪽으로도 치우치지 않는 것을 말한다. 유와 무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는 진실한 도리, 고와 낙의 양쪽을 떠난 올바른 수행법을 가르친다. 그릇된 견해나 극단의 견해를 떠난 바른 견해와 실천을 제시하여 올바른 삶을 살도록 하는 중요한 가르침이다.
2. 사찰(寺刹) 이야기 – 기본예절
사찰은 승려들의 수행 기관임과 동시에 부처님을 모시고 있는 성스러운 장소이므로 갖추어야 할 기본적인 예절과 규범이 있다. 사찰 답사에 앞서 알아야 할 기본예절에는 다음과 같은 사항이 있다.
사찰 참배 예절
사찰은 부처님을 모시고 있는 성스러운 공간이다. 세속의 어지러운 마음을 깨끗이 하는 청정 도량이고, 자신의 잘못을 참회하고 올바른 삶을 다짐하는 신행의 공간이며, 스님들이 머물면서 공부하고 수행하는 수행도량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사찰에서는 바르고 경건한 마음가짐과 행동으로 마음이 새 나가지 않도록 발길이 닿는 곳마다 깨어 있어야 한다.
법당 예절
법당은 부처님을 모시고 스님과 신도들이 예불하고 정진하는 신성한 장소이므로, 다른 사람의 기도와 수행 정진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법당에 들어가고 나올 때에는 중앙의 어간문을 이용하지 않고 법당 좌우 측면에 있는 문을 이용한다. 또한 법당문을 열고 닫을 때는 소리가 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이고, 법당에 들어갈 때는 신발을 가지런히 벗어 놓아야 한다.
공양 예절
향, 초, 꽃, 쌀, 차, 과일 등을 부처님께 올려서 목마르고 배고픈 중생에게 회향하고, 중생의 고통을 여의게 해주는 것을 공양이라고 한다. 또한 불교에서는 밥 먹는 것도 공양이라고 하는데 이는 밥 먹는 행위도 하나의 의식이자 수행이기 때문이다.
스님을 대하는 예절
스님은 삼보 중 하나이므로 항상 받들어 모시고 공경해야 한다. 신도는 스님으로부터 부처님의 가르침을 받을 수 있고, 수행자의 진정한 모습을 본받을 수 있다. 그러므로 스님이 수행하는데 불편함이 없도록 옷이나 음식, 약 등을 공양하며 받드는 것이다. 스님을 대할 때는 존경하는 마음으로 합장하며 반배를 한다.
3. 사찰(寺刹) 이야기 – 삼보(三寶) 사찰
불교에는 세 가지 보물, 즉 삼보(tri-ratna)가 있다. 무엇보다 첫째는 부처님 그 자체이고, 둘째는 부처님 가르침이고, 셋째는 부처님의 가르침에 따라 수행 정진하여 불교를 이어온 스님이다. 삼보가 처음 탄생한 것은 부처님께서 녹야원에서 다섯 비구에게 첫 설법을 한 후 그들이 부처님의 제자가 되고서부터이다.
한국불교에서는 이 삼보를 공경하는 마음을 담아 ‘삼보사찰’을 지정해 불심을 키워왔다. 부처님 진신사리가 모셔져 있는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니긴 하지만, 특히 부처님 정골과 치아 사리를 모신 통도사를 ‘불보사찰’로 하였다. 그리고 대장경판이 모셔진 곳 역시 한두 군데가 아니지만 특히 팔만대장경이 봉안된 해인사를 ‘법보사찰’로 삼았다. 국사(國師)를 배출한 곳 역시 한두 군데가 아니지만 특히 고려시대 16명의 국사가 나온 송광사를 ‘승보사찰’이라 하여 삼보사찰로 불렀다.
불보(佛寶) 사찰 통도사는 <삼국유사>에 따르면 신라 선덕여왕 때 자장율사가 창건했으며 자장율사가 당나라에서 부처님 머리뼈와 어금니 등 부처님 진신사리와 부처님께서 입었던 가사를 가져와 통도사에 봉안했다고 해서 부처님 몸 일부가 있는 불보사찰이 되었다.
해인사에는 고려 때 불경을 판각한 팔만대장경판이 있어 법보(法寶) 사찰이 되었다. 고려말 현종이 거란침입 극복을 발원하며 대장경을 완성했으나 몽골군에 의해 소실되고, 다시 만든 재조대장경이 모셔진 곳이다. 강화도 선원사에 있었던 이 경판은 조선시대에 해인사로 옮겨졌다.
승보(僧寶) 사찰 송광사는 신라 말 혜린선사가 창건했다고 전해지며, 고려시대 보조국사 지눌스님이 수선사 정혜결사를 시작하면서 유명해졌다. 고려시대에는 무려 16명의 국사, 즉 왕의 스승이 배출되어 훌륭한 스님들이 양성되는 승보사찰이 되었다.
4. 사찰(寺刹) 이야기 – 진리를 구하는 과정, 심우도(尋牛圖)
불가에서 진리를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 그림이 있는데 바로 심우도이다.
어느 날 한 동자는 소 발자국을 발견한다. 발자국을 따라가서 만난 것은 소 한 마리인데, 소를 길들이려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다. 이때 소는 자기 자신의 본성을 상징한다. 자신을 제대로 보지 못해 성내고 어리석었던 소의 모습은 서서히 변화하면서 동자와 일체가 된다. 그리고 소와 자신도 잊어버린 상태, 주관과 객관, 그리고 일체의 삼라만상이 공(空)이라는 인식을 얻는다. 이 과정을 자세히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 심우(尋牛) - 소를 찾아 나선다.
茫茫撥草去追尋 망망한 수풀을 헤치고 소를 찾아 나서니
水闊山遙路更心 물은 넓고 산은 먼데 길은 더욱 험하다.
力盡神疲無處覓 힘은 다하고 기력은 지쳐 찾을 길 없는데,
但聞楓樹晩蟬吟 숲 속 나뭇가지에 매달린 매미 울음소리만 들려오네.
2. 견적(見跡) - 소의 발자국을 본다.
水邊林下跡偏多 물가 나무 아래 수많은 발자국
芳草離披見也마 풀을 헤치고 그대는 보았는가.
終是深山更深處 설령 깊은 산 깊은 골에 있다 해도
遼天鼻孔즘藏他 하늘 향한 그 코를 어찌 감출 수 있겠는가.
3. 견우(見牛) - 소를 본다.
黃려枝上一聲聲 금빛 꾀꼬리 나뭇가지에서 지저귀고
日暖風和岸柳靑 햇볕 따사하고 바람 서늘한데 언덕엔 푸른 버들
只比更無回避處 더 이상 빠져나갈 곳 다시없나니
森森頭角畵難成 위풍당당한 쇠뿔은 그리기 어려워라.
4. 득우(得牛) - 소를 잡아서 고삐를 쥔다.
竭盡精神獲得심 정신을 다 기울여 소를 잡았으나
心强力壯卒難除 힘세고 마음 강해 다루기 어려워라.
有時재到高原上 어느 때는 높은 산상에 이르고
又人煙雲深處居 어느 때는 깊은 구름 속을 헤매네.
5. 목우(牧牛) - 소를 길들인다.
鞭索時時不離身 채찍과 고삐를 늘 떼놓지 않음은
恐伊縱步入埃塵 멋대로 티끌세계로 들어갈까 봐.
相將牧得純和也 잘 길들여 순화되면
기銷無拘自遂人 고삐잡지 않아도 스스로 사람을 따르네.
6. 기우귀가(騎牛歸家) - 소를 타고 집에 돌아온다.
騎牛이麗欲還家 소를 타고 집으로 가노라니
羌笛聲聲送晩家 오랑캐 피리소리 저녁노을 속에 울린다.
一拍一歌無限意 한 박자 노래 한 곡마다 한량없는 뜻이 담겨있으니
知音何必鼓진牙 곡조를 아는 이가 어찌 헛된 말하리.
7. 망우재인(忘牛在人) - 소는 없고 동자승만 남았다.
騎牛己得到家山 소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니
牛也空兮人也閑 소는 없어지고 사람은 한가롭다.
紅日三우猶作夢 붉은 해 높이 솟아도 오히려 꿈이니
鞭繩空頓草當間 소용없는 채찍은 띠집 사이에 두고
8. 인우구망(人牛俱忘) - 소도 없고 동자승도 없다.
鞭索人牛盡屬公 채찍과 소 사람 모두 공 하니,
碧天遠闊信難通 맑고 푸른 하늘 멀고 넓어 소식 전하기 어렵구나.
紅爐焰上爭容雪 붉은 화로의 불꽃이 어찌 흰 눈을 용납 하리오.
到比方能合祖宗 이 경지에 이르러 비로소 조사의 마음과 하나가 되도다.
9. 반본환원(返本還源) - 본래의 나로 돌아온다.
返本還源己費功 근원으로 돌아가 돌이켜보니 온갖 노력 기울였구나
爭如直下若盲聾 차라리 당장에 장님 귀머거리 같을 것을
庵中不見庵前物 암자에 앉아 암자 밖의 사물을 보지 않으니
水自茫茫花自紅 물 절로 잔잔하고 꽃 절로 붉구나.
10. 입전수수(入廛垂手) - 세상에 나아가 중생을 제도한다.
露胸跣足入전來 가슴을 헤치고 맨발로 거리에 서니
抹土塗炭笑滿시 흙을 바르고 재투성이지만 얼굴 가득한 웃음
不用神仙眞秘訣 신선의 비결 쓰지 않아도
直敎枯木放花開 당장에 마른나무에 꽃이 피게 하는구나.
5. 사찰(寺刹) 이야기 – 사찰별 창건연대
이 책에서 다루고자 하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한국의 산지 승원 사찰들을 시대별로 구분해 보고 시리즈 작성도 그 창건 순서대로 해보도록 하자.
전남 해남 대흥사 - 신라 법흥왕 1년(514), 아도화상이 창건*
전남 순천 선암사 – 신라 진흥왕 3년(529), 아도화상이 창건*
충북 보은 법주사 – 신라 진흥왕 14년(553), 의신조사가 창건
경남 양산 통도사 - 신라 선덕여왕 15년(646), 자장율사가 창건
충남 공주 마곡사 – 신라 선덕여왕 9년(640), 자장율사가 창건
경북 안동 봉정사 - 통일신라 문무왕 12년(672), 능인대사가 창건
경북 영주 부석사 - 통일신라 문무왕 16년(676), 의상대사가 창건
선암사의 창건에 관해서는 두 가지 설이 있는데 하나는 신라 진흥왕 3년(529) 아도화상이 개산하여 청량산 해천사라고 했다는 설과 헌강왕 1년(875)에 도선국사가 비보사찰로 창건하여 선암사(仙巖寺)라 하였다는 설이다.
대흥사 역시 법흥왕 1년(514)에 아도화상이 창건하였다는 설과 헌강왕 1년(875) 도선국사가 당에서 귀국한 뒤 사찰 500개를 건립하라고 지시하였고 그중 대흥사가 포함되어 있었다고 전해지고 있다.
7개의 사찰이 모두 고려시대 이전에 창건되었으므로 이 땅에서 천년이 넘는 시간 동안 불교사상을 전파하고 민족의 신앙이 되었으며 수많은 국난과 환란 속에서도 그 자리를 지켜주었으니 유네스코 세계유산이 된 것은 당연한 결과이다.
6. 사찰(寺刹) 이야기 – 왜 7개의 사찰만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 되었을까?
유네스코 지정된 7개의 사찰 외에도 역사적으로 보나 규모로 보나 웅장하고 유서 깊은 사찰이 많다. 예컨대 송광사, 해인사, 화엄사, 직지사, 수덕사 등은 누구나 알 수 있는 유명한 대찰인데 왜 포함되지 않았을까?
이 궁금증은 유네스코에 등재 신청을 한 과정을 살펴보아야 한다.
세계유산 등재를 신청하기 위하여 전국의 절집들을 대상으로 전통 사찰, 산지 입지, 국가지정문화재 보유 여부 등을 1차 선별기준으로 적용해 보니 전통사찰법에 의거 인정된 곳이 952곳이었으며, 이중 ‘산지’ 입지 조건을 충족시킨 곳이 785곳, 여기에 국가지정문화재 보유 기준을 대입하니 63곳이 일차로 정리되었다.
여기에 7~9세기 창건 여부와 창건 시기를 증빙할 자료를 확인해 본 결과 다음 25곳으로 압축되었는데 관룡사, 귀신사, 금산사, 기림사, 내소사, 대흥사, 마곡사, 무량사, 무위사, 범어사, 법주사, 봉암사, 봉정사, 부석사, 불영사, 쌍계사, 선암사, 선운사, 수덕사, 용문사, 운문사, 장곡사, 전등사, 직지사, 통도사 등이었다.
마지막으로 선원(禪院)의 운영과 원래 지형을 얼마나 유지하고 있는지 여부 등을 확인하니 최종적으로 위 7곳이 선정되어 등재 신청되었다.
그러면 쟁쟁한 사찰들이 누락된 이유는 무엇인가. 삼보사찰 중 승보사찰인 순천 송광사의 경우, 9세기 무렵 길상사라는 암자로 시작하였고 지금의 대찰은 12세기 후반 보조국사 지눌에 의해 중수된 것이다. 7~9세기 창건 시기에 비해 한참이 늦었다. 삼보사찰 중 팔만대장경을 보유한 법보사찰 합천 해인사의 경우 9세기 창건의 기록은 확인되었으나 이후 고려시대의 상황을 알 수 있는 자료가 전혀 없다. 팔만대장경은 조선시대에 해인사로 옮겨진 것이며 특히나 근래 사찰의 원형을 변형시킬 만큼 많은 공사가 있었음이 그 이유였다. 또한 구례 화엄사의 경우에도 고려부터 조선 초기까지 사찰의 중수나 중창 자료가 불충분하며 직지사나 범어사, 선운사 등은 건물의 상당 부분이 변형되거나 원형 유지가 애매한 점 등이 그 이유였다.
7. 사찰(寺刹) 이야기 – 석가모니의 유언
석가모니는 45년간의 설법을 마치고 80세를 일기로 쿠시나가라성 사라쌍수 사이에서 열반에 들었는데 열반에 들기 3개월 전에 미리 예언하고 제자들에게 법을 묻게 하였다. 무수히 모여든 제자들을 돌아보면서 다정한 음성으로 “그동안 내가 한 설법의 내용에 대해서 의심 나는 점이 있거든 묻도록 하여라. 승단이나 계율에 대해서도 물을 것이 있으면 물어라. 이것이 마지막 기회가 될 것입니다.” 이에 아난존자가 석가모니의 가르침에 대해서 의문을 지닌 사람이 없다고 아뢰자 마지막 석가모니는 마지막 메시지를 전했다.
“너희들은 저마다 자기 자신을 등불로 삼고 자기를 의지하여라. 진리를 등불로 삼고 진리를 의지하여라. 이 밖에 다른 것에 의지해서는 안 된다. 내가 열반에 든 후에는 내가 말한 가르침이 곧 너희들의 스승이 될 것이다. 모든 것은 덧없다. 게으르지 말고 부지런히 정진하라.”
7. 사찰(寺刹) 이야기 – 사찰에서의 예절법
법당문을 들어갈 때 : 조실스님이나 법사가 아니면 가운데 문으로 출입하지 않는다. 일반신도는 반드시 옆문으로 들어가야 한다.
법당문 여는 법 : 문 앞에서 일단 합장한 다음 두 손으로 조용히 문을 열고, 열리는 쪽의 발을 먼저 들여놓고 내놓는 것이 좋다.
법당에 들어가서 : 부처님을 향하여 합장하고 반배한다. 법당 안에서는 합장한 자세로 사뿐사뿐 조심스럽게 걷고, 경건한 마음가짐을 가지며, 단정하고 정중하게 행동한다. 부처님께 청정 감로수를 올리고자 할 때는 법당 안에 비치된 차관(주전자)을 사용하며, 다기 그릇을 들고 다니면 안 된다.
향 꽂는 법 : 향을 사를 때에는 한 개를 집어 불을 붙이고 이마 위로 다소곳이 올려 예의를 표한 다음, 향로에 정중히 꽂는다. 이때 자기 집 식구 수 대로 향을 올리는 등의 자세는 바람직하지 못하다.
촛불을 붙일 때 : 이미 앞의 사람이 불을 켰을 때에는 그대로 참배하고 자기가 가지고 온 초는 탁장 위에 가지런히 올려놓는다. 자기가 맨 마지막으로 법당을 나오게 되었을 때는 반드시 촛불을 끄고 주위를 정리한 다음 조용히 법당을 나와야 한다. 촛불은 입으로 불어서 끄지 말고, 손끝으로 쥐어서 끄거나 손바람을 내어 끄고, 기구가 마련되었을 때는 기구를 사용한다.
반배(半拜)하는 법 : 합장한 자세에서 선 채로 자연스럽게 허리를 약 60도가량 굽혔다가 다시 일으킨다. 이때 너무 많이 굽히거나 너무 빨리 굽히는 것은 좋지 않으며, 자기보다 아랫사람이라 하여 답례를 할 때 고개만 굽혔다가 펴는 것도 좋지 않은 것이다.
삼배하는 법 : 법당에서 부처님을 참배하거나 덕 높으신 큰 스님을 친견했을 때는 엄숙하게 삼정례를 한다.
1. 합장하고 선 자세에서 반배한다.
2. 합장한 채 상체는 약간 굽힌 듯해서 두 무릎만을 가지런히 바닥에 댄다.
3. 왼발을 오른발 위에 겹쳐 X자 형이 되게 한다.
4. 엉덩이를 발 뒤꿈치에 밀착시킨다.
5. 무릎 바로 앞에 팔꿈치가 오도록 하되, 두 손을 동시에 바닥에 대며 손과 팔은 무릎에서 일직선이 되게 한다. 이때 이마를 땅에 대고 양손은 공손히 떠받드는 모양으로 귀 위까지 올린다. 보통 스님들은 오른손, 왼손 순으로 바닥에 대는데 이것은 두 손을 동시에 대면 가사가 흩어지기 때문이다.
향과 촛불을 밝히는 까닭 : 향은 자기의 몸을 태움으로써 아름다운 향기와 광명을 발산한다. 초는 자기의 몸을 태움으로써 밝은 빛을 발한다. 그러므로 한 자루의 초나 향이 자기의 몸을 태움으로써 그의 사명을 다하는 것과 같이 우리도 자기를 희생하고 나에게 충실함으로써 이와 같은 빛을 발할 수가 있다.
합장하는 까닭 : 합장하는 마음은 곧 존경을 말하는 것이요, 두 손을 합치면 오른손은 부처님의 세계요, 왼손은 중생인 본인의 세계이다. 이처럼 두 손을 합쳐서 나무하는 정신으로 살아가면, 비로소 우리는 참된 뜻에서 부처가 나에게 있고 내 안에 부처가 있다는 안심(安心)을 가질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또한 내 마음이 곧 부처가 될 수 있을 때 성불(成佛)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삼배하는 까닭 : 첫 번째 절은 오직 부처님을 공경하는 뜻이요, 두 번째 절은 부처님의 법을 공경하는 뜻이요, 세 번째 절은 부처님의 제자 중 거룩한 스님을 공경하는 뜻이다.
그 밖의 예절 : 법당 내에서는 절대로 소리 나게 걸어서는 안 된다. 예배를 드릴 때는 법당 중앙을 피하여 측면에서 한다. 공양이나 의식을 할 때가 아니면 초는 켜지 말고 향만 사르는 것이 좋다. 향이 이미 피어 있을 때는 사르지 말고 없을 때만 사르되, 한 개만 사르도록 한다. 경내에서 스님을 만나게 되면 반배하는 것이 상례이다. 이때 아는 스님만 가려서 하는 것은 좋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