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홋카이도의 풍경 1
*홋카이도 여행 가이드북을 쓰고, 네이버에서 북해도로 가자라는 여행카페를 운영한 지 20년이 되는 지금, 홋카이도의 이런저런 이야기를 매주 토요일 연재할 예정입니다.
의외로 홋카이도 겨울 여행을 가게 된 계기가 영화 윤희에게 때문이라고 하는 사람들이 많다. 2000년대 초반만 해도 오타루를 배경으로 한 영화 러브레터 때문에 겨울 오타루를 찾아간 사람들이 많았는데 세대의 차이가 이런가 보다. 영화 윤희에게는 나 또한 많은 생각을 하게 된 작품이었다. 영화의 마지막, 윤희가 준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추신이 있다. 그 추신은 나도 네 꿈을 꿔라는 것인데, 왜 그렇게 마음을 울리던지...
이 추신은 영화의 서두 부분에서 쥰이 읽어 가는 윤희에게 쓰는 편지의 내용에 대한 답이었다. 영화를 보고 나서 시나리오집을 살펴봤는데 거기에는 쥰이 보내는 편지의 마지막 부분이 이렇게 나온다.
"오랫동안 네 꿈을 꾸지 않았는데 이상하지. 요즘 자꾸 네 꿈을 꿔, 너도 가끔 내 꿈을 꾸니? 네 꿈속의 나는 어떤 모습이니? 내 꿈속의 너처럼 미소를 짓고 있니?"
영화 윤희에게서 언뜻 비치는 겨울 오타루 풍경은 감성이 넘친다. 지금까지 오타루를 배경으로 한 러브레터도 그랬고 90년대 이후 유명한 뮤직비디오에서 보이는 오타루 풍경도 그러했다. 한때는 겨울 홋카이도 하면 오타루가 주배경 일 때도 있었다. 오타루를 셀 수 없이 다녀왔고, 홋카이도 가이드북을 쓰고, 홋카이도 여행 카페를 운영하고 있지만 가끔씩 소소한 오타루의 겨울 풍경 사진을 이리저리 넘겨볼 때가 있다.
겨울 오타루역을 나서면 그 차가운 느낌, 뭐라 표현할 수 있을까? 낳익은, 분명 설국의 차가운 공기이지만 왠지 거부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오타루역 앞 주오도리를 쭈욱 따라내려가면 오타루 운하가 나오고, 주오바시와 아사쿠사 바시다리 위에서 오타루 운하를 내려다본다.
오타루만의 겨울 감성, 어스름한 해질 무렵의 사카이마치도오리, 눈이 오는 오타루역, 오르골당의 환한 빛, 메르헨 교차로의 불빛, 쓸쓸하면서도 아름다운 풍경들, 결국 모든 것들은 여행의 추억으로 남아 있다.
*예전에 많이 했던 여행 강연에서 오타루에 대해서 너무 큰 기대를 가지고 가면 실망하기 딱 알맞은 곳이라고 말했던 기억이 있다. 대체로 여성보다는 남성이 많고, 연령대가 올라갈수록 실망하는 분들이 많다. 사람들이 보고 느끼는 것이 각기 달라서 그것을 따로 평가할 필요는 없다. 오랜 홋카이도 여행 경험으로 볼 때, 충분히 이해될 수 있는 것이고...
오타루는 여행자가 가는 곳은 극히 일부 지역에 불과하다. 걸어서 20분 남짓, 오타루는 감성적인 도시이다. 일본의 수많은 소도시들을 여행하면서 각기 다른 매력들이 있지만 홋카이도는 뒤늦게 개척했던 곳이라서 다른 일본 지역보다는 풍경이 다르다. 사람들이 내게 묻는다. 오타루는 언제 가면 가장 좋냐고?
대답은 한 겨울 눈이 내릴 때, 오전보다는 오후 가로등에 불빛이 들어오는 그 시점이라고.. 오카야마현의 구라시키 같은 풍경을 기대하기보다는 소소한 풍경을, 그리고 운하와 창고군에 얽힌 이야기들을 듣게 되면 오타루를 조금 다르게 볼 수 있을 것이라고 그렇게 말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