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하시기를 빕니다.

안녕

by 늘 담담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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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실연을 한 분의 사연입니다.

"잠깐만,,, 내 말 좀"

그날 그녀는 제 말을 듣지 않고 뒤돌아서서 나가버렸습니다. 이미 몇 달 전부터 이별의 예감이 있었던 터였고 어느 정도 마음의 준비를 했었지만 그날 그렇게 매몰차게 가버릴 것이라곤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일어나려는 그녀의 팔을 붙잡아 보려 했지만 내 얼굴조차 보지 않고 나가는 모습에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습니다. 내가 하는 말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짜증 난다는 말만 계속해왔고, 어쩌다 만나는 것도 지겨워하는 그녀의 모습..내가 사랑했던 그녀의 모습은 다 어디로 가버린 것인지...


바보가 아닌 이상, 그녀가 그렇게 변해버린 이유도 알고 있었습니다. 현실이라는 것이... 제가 가진 조건들이 그녀를 초라하게 만들었다는 것을... 결국 그녀로서는 결단을 내린 것입니다.


그런데, 그날 내가 말하고자 했던 것은 우리 다시 잘해보자라는 말이 아니었습니다. 그동안 나 때문에 힘들었을 텐데, 이쯤에서 그만 두자.. 그리고 잘 가라라는 말을 해주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뭐가 그렇게도 급한 것인지...


거기다 그날 이후 그녀와 저를 연결해 주었던 사람에게 나와 함께 했던 시간들을 잘라내서 버려주기를 바란다는 말을 전해달라고 했답니다. 굳이 이렇게 잔인하지 않아도, 될 일인데...


몇 달의 시간이 흘러갔지만 제 마음의 상처는 아아직도 아물지 않고 있고, 어찌해야 할지... 내가 없어지는 것 같기만 한데... 누군가에게 말을 좀 해야 할 것 같기에 이렇게 사연을 보냅니다.



사연 보내 주신 분의 지금 마음... 얼마나 고통스러울까요? 다만 함부로 이해한다느니 하는 말은 하지 않겠습니다. 그 누가 다 님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까요?


다만 저 또한 님이 겪고 있는 이별의 경험을 갖고 있기에 지금은 정말 못 견딜 것 같지만, 언젠가는 평온을 되찾을 때가 올 거라는 말을 해드리고 싶네요. 너무 원론적인 이야기인 것 같죠? 그래도 그런 시간이 오게 될 것입니다.


사랑이라는 것이 붙잡으려 하면 할수록 멀어져 버리는 것이라서, 님이 어떻게 한다고 해서 떠난 그 사람이 돌아 올리도 없을뿐더러, 이미 한번 마음이 떠난 사람은 결코 돌아오지 않습니다.


더 많은 말을 해주고 싶지만 대부분은 님의 귀에 잘 들어오지도 않을뿐더러, 때론 공허하기만 합니다.


그래서 김용택 시인의 사랑이라는 시를 대신하겠습니다.


당신과 헤어지고 보낸

지난 몇 개월은

어디다 마음 둘 데 없이

몹시 괴로운 시간이었습니다.

현실에서 가능할 수 있는 것들을

현실에서 해결하지 못하는 우리 두 마음이

답답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당신의 입장으로 돌아가

생각해보고 있습니다.


받아들일 건 받아들이고

잊을 것은 잊어야겠지요.

그래도 마음속의 아픔은

어찌하지 못합니다.

계절이 옮겨가고 있듯이

제 마음도 어디론가 옮겨가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추운 겨울의 끝에서 희망의 파란 봄이

우리 몰래 우리 세상에 오듯이

우리들의 보리들이 새파래지고

어디선가 또

새 풀이 돋겠지요.

이제 생각해 보면

당신도 이 세상 하고많은 사람들 중의

한 사람이었습니다.


당신을 잊으려 노력한

지난 몇 개월 동안

아픔은 컸으나

참된 아픔으로

세상이 더 넓어져

세상만사가 다 보이고

사람들의 몸짓 하나하나가 다 이뻐 보이고

소중하게 다가오며

내가 많이도

세상을 살아낸

어른이 된 것 같습니다.


당신과 만남으로 하여

세상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모두 나와 무관하지 않다는 것을

이 세상에 태어난 것을

고맙게 배웠습니다.

당신의 마음을 애틋이 사랑하듯

사람 사는 세상을 사랑합니다.


길가에 풀꽃 하나만 봐도

당신으로 이어지던 날들과

당신의 어깨에

내 머리를 얹은 어느 날

잔잔한 바다로 지는 해와 함께

우리 둘인 참 좋았습니다.

이 봄은 따로따로 봄이겠지요

그러나 다 내 조국 산천의 아픈

한 봄입니다.

행복하시길 빕니다.

안녕.


다시 부탁드리지만 부디 떠난 그분에게 연연해 하기보다는 지금은 사연자 분의 몸과 마음을 다시 세우는데 집중할 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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