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카이마코토 작품 해설- 구름의 저편, 약속의 장소

열아홉 번째 이야기

by 늘 담담하게

자, 이제 피날레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이미 앞 글에서 밝혔듯이 신카이 마코토 작품에 대한 나만의 해설 글을 처음 쓴 게 2011년이었다. 그 이후 한번 더 내용을 보강해서 썼고 이번이 세 번째인데, 이 작품은 처음 보았을 때와 시간이 흘러 어느 정도 나이를 먹고 또 보게 될 때의 느낌이 다르다. 마지막으로 쓰게 될 이 작품에 대한 평가에서 다시 언급하겠지만 신카이 마코토의 초기 3부작은 이후 그가 점차 명성을 쌓아가는 작품들의 기초가 되었다는 점에서 재평가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자, 전편에서 타쿠야는 권총을 꺼내어 겨누고 발사한다. 사실 그가 겨냥한 것은 히로키가 아니라, 벨라실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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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쿠야가 총을 쏘려는 순간 히로키가 달려들어, 주먹으로 타쿠야의 얼굴을 가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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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에서 피를 뱉어낸 뒤, 카쿠야는 서 있는 히로키에게 다가가 역시 주먹을 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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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어지는 장면, 구름의 저편 약속의 장소에서 잊을 수 없는 명장면 중의 하나가 이어진다. 바로 히로키게에 총을 겨누는 타쿠야의 모습이다.


이 장면은 어린 시절 함께 꿈을 꾸고 그 꿈을 위해 온 힘을 합쳐 왔던 소년들이 각자 다른 삶을 걷기 시작했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며, 그들이 다시는 순수했던 그 어린 날로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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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 작품의 핵심 주제들 중의 하나가 타쿠야를 통해 전해진다.

"사유리를 구할 테냐? 아니면 세계를 구할 테냐?"


이 글을 읽는 사람이라면, 아니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팬이라면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이 대사는 단순하게 작품 속의 대사가 아니라 이 작품을 보는 모든 이들에게 감독의 질문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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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어지는 장면은 세 사람이 함께 했던 가장 행복했던 시절, 중학교 3학년 시절의 풍경들이다. 벚꽃이 바람에 흩날리는 그 해 봄, 오후의 교정, 수돗가, 그리고 낣은 목조 교실, 3학년 3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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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번이고 다시 보게 되지만 낡은 중학교의 교정과 교실을 이렇게 아름답게 묘사한 것은 신카이 마코토의 작품 이외에는 찾아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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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이 장면들을 이해하는 것이 처음에는 상당히 어려웠다. 왜 갑자기 중학교 3학년 봄의 모습으로 돌아간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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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시간 교실에는 사유리 혼자 남아 있었다. 그때 히로키가 교실 문을 열고 들어선다. 히로키는 아무도 없는 줄 알았는데 사유리가 있자 약간 당황하는 모습을 보인다.

히로키 - 아. 깜박 두고 간 게 있어서

사유리 - 그랬니?

히로키 - 사와타리, 집에 안 가?

사유리- 응 금방 갈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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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뭔가를 망설이다 사유리가 말한다.

사유리 - 히로키

그 말에 사유리를 바라보는 히로키에게 사유리가 묻는다.


사유리 - 뺨이 왜 그래?

히로키 - 타쿠야와 좀 싸워서

사유리 - 괜찮아?

히로키 - (멋쩍은 듯 ) 괜찮아, 괜찮아. 뭐 곧 화해하겠지, 아마... 그럼 잘 가

사유리 -(좀 더 큰 소리로) 히로키, 있지. 역으로 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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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탈의실에서 체육복을 교복으로 갈아입은 사유리를 기다리는 장면인데, 복도의 창문으로 들어오는 석양의 햇빛이 눈부시다. 어쩌면 이렇게 감성적인 연출을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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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이미 앞서 설명했던 세 사람이 다녔던 학교의 실제 배경이 되는 학교는 아오모리에 있는 게 아니라 일본 주부 지방의 나가노현 우에다시에 있었던 구 니시시오다니 소학교旧西塩田小学校이다. 이 학교는 1996년에 폐교가 되었지만 오래된 목조 교사이었기에 일본의 드라마나 영화에 촬영지로 사용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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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에 등장하는 교사의 모습과 별 차이가 없다. 현재 이 학교를 방문할 때는 반드시 우에다시에 사전 방문 신청을 해야 하고, 애니에 등장하는 옛 교사 건물은 안전 문제로 출입이 금지되어 있다.


아래 사진들은 이웃 블로거가 실제로 가서 촬영을 한 뒤 보내준 것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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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로키와 타쿠야가 이야기를 나누던 수돗가는 이렇게 남아 있다. 애니상에 나왔던 모습은 이제 볼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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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쿠야와 히로키가 우유를 마시는 장면의 배경이 되었던 수돗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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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수돗가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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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구 소학교 건물은 이후 개교한 사쿠라 국제 고등학교 내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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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이 역으로 향할 때 자판기에서 커피를 구입하여 마신다. 나는 이 장면을 볼 때마다 왜 들길 한복판에 자판기가 있는 걸까라고 생각했었다. 실제로 그런 걸까? 물론 허허 들판에 자판기 한 대가 있을 리 없다. 문득 규슈의 구마모토현 미나미아소 철도 타카모리 선 여행 때의 미하라다시 역을 배경으로 한 CM이 생각난다.

https://www.youtube.com/watch?v=eUKK4oB1uf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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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 사유리의 독백 같은 대사가 흘러나온다.


사유리-늘 예감이 들어, 무언가를 잃어버리는 예감, 세상은 이렇게나 아름다운데, 나만 거기서 멀리 떨어져 있는 기분이 들어


사유리의 이 말, 무언가를 잃어버리는 예감이라는 것은 뭘까? 처음 이 작품을 보면서 생각해 왔던 의문들이었다. 이 예감에 대해서는 앞편들에서 설명했던 것에 보충을 해서 나만의 해설로 다시 정리해서 설명할까 한다. 마지막 편에 쓸 생각이다.


히로키 - 하지만 난 그때 사유리가 빛으로 물든 세상의 중심에 있는 듯이 보였다. 아 그랬어. 방금 무척이나 소중한 뭔가가... 뭔가가 생각난 것 같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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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이 장면 뒤로 바로 폐역 공장에서 깨어나는 히로키를 보여주는데 그것은 이 장면들이 꿈이었다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이 장면들은 중의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히로키와 타쿠야가 대립하는 장면에서 갑자기 3년 전 봄으로 되돌아가서 사유리와 히로키가 함께 귀갓길에 동행하는 사유리와 히로키의 대사를 통해 무언가를 잃어버리는 것은 이제 사유리뿐만 아니라 히로키와 타쿠야도 똑같다는 것과 히로키와 타쿠야가 비록 싸웠지만 다시 화해할 것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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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공장에서 오카베의 공작소까지 달려간 히로키는 닫힌 공장 문을 두드린다. 이미 전쟁이 시작되기 전에 공장을 폐쇄되었지만 그 사실을 히로키는 알리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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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락처라도 알아보기 위해 빈 건물 안으로 들어간 히로키, 그때 권총을 든 오카베가 그를 제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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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카베- 역시 히로키, 너였냐? 많이 컸구나

히로키- 오, 오카베 아저씨.. 저기 이게 무슨

오카베 -타쿠야에게 다 들었다. 네 각오를 보여주겠냐? 너희 둘이서 탑을 부숴라


3년 만에 다시 만난 오카베와 히로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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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장면이 연구소로 전환되면서 타쿠야와 미키가 이야기하고 있다.

미키 -폭파 테러 소문 사실일까?

타쿠야- 글쎄요. 하지만 전쟁도 눈앞에 닥쳐왔고 그럼 탑 연구는 물 건너갈지도 모르죠. 결국 츠키노예가 한 일이나 월터 같은 테러 조직이 하는 일이나 남북 분단에 대한 항의로 보면 마찬가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타쿠야의 시선으로 보면 츠키노예가 만든 탑이나, 탑을 파괴하려는 월터 해방전선이나 결국은 일본이 남북으로 분단된 현실에 대한 항의라는 것이다. 결국 츠키노에도 월터 해방전선 그 누구도 선악의 구분을 할 수 없다는 뜻이기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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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미키가 보고 있던 시사 잡지를 비춰준다. 위클리 뉴스라고 제목의 이 잡지의 주제 기사는 권두특집 유니온의 전략, 개전 위기, 침묵하는 정부, 양국의 최신 병기 데이터의 제목이 보이고 이 잡지가 1999년 3월 28일 자 발행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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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키- 시라카와는 좀 특이하구나. 왠지 모르게 비밀이 많아 보여

타쿠야- 아니요 제가 뭘

미키 - 미안, 마실 것좀 가져올게. 그리고 상처 치료해 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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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키 -시라카와는 요즘 상처 투성이구나..

타쿠야 - 죄송해요

상처투성이? 총에 맞았고, 히로키와 싸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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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키 - 무슨 큰일이라도 있어?

타쿠야 -아뇨 괜찮습니다. 죄송해요

상처를 치료하는 미키를 보며 타쿠야가 말한다.

타쿠야-그 녀석 제일 친한 친구였어요.

미키-응?

타쿠야- 저랑 싸운 상대말입니다. 같은 걸 좋아해서 같은 걸 목표로 삼았었죠. 하지만 다른 길을 걷고..

뭐랄까.. 전 어딜 향해 가야 할지 몰라서.. 정체를 알 수 없는 힘이나 충동은 계속 몸속에 넘쳐나는데.. 그래서

이 연구실에 들어오고 나선 무척 안심했었어요. 제가 할 일을 찾은 기분이 들어서요. 그리고.. 마키상은 만나서 기뻤어요.


아 이 놀라운 타쿠야의 고백, 중학교 시절부터 수많은 여학생들이 그를 향해 구애를 했음에도 돌아보지 않았던 그가 처음으로 만나서 기뻤다는 말을 하다니...


타쿠야의 이 대사 또한 중요하다. 히로키와 싸웠지만 그는 한 때 같은 목표를 향했던 영혼의 단짝이었다는 것, 그리고 각자 다른 길로 걷게 되었다는 것, 그리고 자신은 여전히 어디를 향해 가야 할지 몰랐지만, 연구실에 들어와서야 비로소 자신이 가야 할 길을 찾았다는 것과 마키를 만나서 기뻤다는 것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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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러운 고백에 놀라는 마키에게 타쿠야가 다시 말한다.

타쿠야- 그래서 당신을 말려들게 하고 싶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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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키의 카드를 빼앗다시피 한 타쿠야는 방을 나서기 전에 다시 말한다.

타쿠야- 꼭 해야만 할 일이 있어요. 그 일이 다 끝나면 전.. 다시 한번 마키상은 만나고 싶어요


갑작스러운 고백에 당황하는 마키는 그가 탑과 관련된 중요한 일을 할 것이라는 것을 짐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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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키의 카드로 사유리가 있는 병실의 문을 열고 들어선 타쿠야, 여전히 깊은 잠들어 있는 사유리에게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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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쿠야 - 사와타리, 이번에야말로 약속의 장소로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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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리를 태운 타쿠야가 차가 연구소를 빠져나와 달려간 뒤, 츠네오로부터 오카베는 전화를 받는다.

츠네요- 이게 무슨 짓인가? 오카베, 어린애를 그런 일에 이용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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텅 빈 연구실에 엎드려 울고 있는 마키를 보며 츠네오는 오카베에게 항의한다.

오카베 - 그놈들이 원한 일이야. 게다가 탑 주변은 애당초 평행우주인가 뭔가에 막혀 있잖아. 죽을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츠네요- 아무리 그래도 어떻게

오카베-이봐 진정해 토미사와. 게다가 돌아올 때쯤 되면 그 놈들도 다 큰 어른이라고. 지금 네가 뭘 생각하고 있는지 맞춰볼까?

츠네오 - 이거야 원...

오카베 - 그럼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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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카베와 토키자와 츠네오의 전화 통화 시에 등장하는 사진과 회상 속의 세 사람.. 비행기를 쫓아가는 여학생의 장면이 짧게 스쳐 지나가는 것은 소설판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미 앞편에서 해설했지만 하늘을 날아가는 비행체를 쫓아가는 여학생과 토미자와와 오카베의 사진을 통해 그들이 과거에 하늘을 나는 비행체를 만들었고..그들도 히로키와 타쿠야.. 사유리와 같은 우정과 사랑을 나누었던 과거가 있었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그리고 분단된 현실로 만날 수 없는 오카베의 아내가 바로 저 사진 속의 여학생이라는 것을 암시한다. 그렇기 때문에, 토미자와는 타쿠야가 연구 시설에 있던 사유리를 빼내가는 것을 용인하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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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미자와 츠네오와의 통화가 끝날 무렵 사유리를 태운 타쿠야의 차가 들어선다.

오카베 - 이제야 겨우 끝이 나는구먼(오래전부터 준비해 온 탑을 파괴하는 일이 이제야 끝을 보게 되었다는 의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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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카베- 사유리는 정말 그렇게 하면 깨어나는 거냐?

타쿠야 - 저도 왠지 지금은 확신이 섭니다. 그날의 약속이 아마 사와타리와 현실을 이어주는 인연일 겁니다.

지금도 꿈속에서 하염없이 벨라실러를 기다리고 있어요. 저나 히로키나 어디선가 그걸 느끼고 있었던 기분이 들어요. 벨라실러는 2인승인 데다 저도 이 꼴로는 조종이 불가능하니까요. 제가 남아서 탑의 모습을 지켜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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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눈이 내리는 것을 보며 오카베가 말한다.

오카베- 어째 춥다 했더니만 또 오는구나

타쿠야- 그럼 가볼게요

오카베 - 그 뭐시냐 오래간만에 콤비가 모였으니 사이좋게 잘해봐..

그렇게 말하며 타쿠야의 어깨를 툭치는 개그를 보여준다.


자, 여기서 "돌아올 때쯤 되면 그 놈들도 다 큰 어른이라고"라는 대사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해설하고자 한다.


3편에서 이렇게 설명했다.


"돌아올 때쯤이면 그 놈들도 다 큰 어른이라고.."

탑의 파괴와 함께 그들은 더 이상 순수하기만 한 소년들이 아니었으며, 아름다웠던 동경과 열정의 세계는 사라져 버린 것이다. 아니 타쿠야가, 그토록 소중했던 우정을 나눴던 히로키에게 권총을 겨누며 사유리를 구할 테냐 세계를 구할 테냐라고 묻던 그 순간부터 그들은 더 이상 꿈을 꿀 수 없는 존재, 순수한 소년이 아니었던 것이다. 결국 탑은... 히로키와 타쿠야.. 그리고 사유리가 꿈꾸는 아름다운 이상의 세계.. 혹은 열정과 동경의 대상이었지만 그 탑을 그들 스스로가 파괴한 그 순간부터 그들은 더 이상 소년이 아닌 어른이 되어 버린 것이다.


여기서 추가해서 해설을 하자면 이렇다. 오카베는 히로키와 타쿠야보다 한 세대 위에 있는 인물로서는 그는.

이미 꿈과 이상, 국가와 현실 사이에서 많은 걸 겪어본 사람이다. 그래서 그가 말한 “돌아올 때쯤이면 그 놈들도 다 큰 어른이라고 라는 말은 단순히 시간이 흐른다는 뜻이 아니다. (탑을 파괴하고 돌아오는 것도 한 나절 정도이다)


다 큰 어른이라고 말의 진짜 의미는 첫 번째로 꿈을 잃는다는 뜻이다. 이 작품 속에서 ‘어른이라는 것은 성장의 찬사가 아니다. 오히려 약속을 그대로 믿지 않게 된 상태, 세계를 이제는 현실적으로 받아들이게 된 상태를 의미한다. 오카베는 이미 알고 있었다. 탑, 평행세계, 약속 같은 건 사춘기 소년시절에만 전부를 걸 수 있다는 것을 말이다.


두 번째 이제는 세 사람이 한번 지나가면 돌아오지 못할 시간을 이미 건너고 있다는 자각을 말한다. 오카베가 이 말을 할 때의 뉘앙스는 어떤 면에서는 거의 체념에 가깝다. 그는 이미 경험으로 알고 있는 것이다. 어떤 이별은 돌아오면 이어질 수 있는 종류가 아니라는 것을. 그래서 “돌아올 때”라는 말에는 돌아온다고 해도 예전과 같지 않다는 것이다.


세 번째로 이 말은 오카베가 속한 어른이 히로키와 타쿠야를 보는 연민의 시선이 담겨 있다.

지금의 너희는 지금이기 때문에 저 약속을 믿을 수 있다는 것이며, 어른이 되어버리면 더 이상 그 약속을 믿을 수 없게 된다라는 뜻이기도 하다. 어쩌면 시간은 사람을 성장시키는 것이 아니라 전혀 다르게 만들어 버린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돌아올 때쯤에 그 말에는 약속이라는 것을 더 기다려주지 못하고, 흘러가는 시간은 순수함을 남겨두지 않는다는 뜻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보자, 돌아올 때는 결국 누구의 시간인가?


이 작품이 끝나면, 돌아오는 것은 사람이 아니라 시간 그 자체였다. 탑을 둘러싼 모든 사건이 마무리될 때

세계는 어느 정도 다시 되돌아오지만 사람들은 예전의 그 자리로 돌아오지 않는다.


히로키는 어른이 된다는 것에 가장 가까워진 인물이 된다. 결말에 가면 알 수 있지만 히로키는 더 이상 소년처럼 약속에만 매달리지 않는다. 사유리를 되찾지만 그 과정에서 모든 걸 예전처럼 돌려놓으려 하지 않는다.

그가 어른이 되었다는 것은 포기했다는 것이 아니라 되돌릴 수 없는 것을 인정할 수 있게 되었다는 뜻이다.

그래서 오카베가 말한 다 큰 어른이라고 하는 말에 가장 가깝게 실현된 인물이다.


타쿠야는 어떨까? 히로키, 사유리를 포함한 세 사람 중에서 가장 빨리 어른이 된 사람이다. 타쿠야는 결말에서 소년 시절로 돌아오지 않는다. 그는 이미 이상보다 현실을, 약속보다 결과를 선택했다. 그래서 타쿠야는 다시는 저 소중하고 아름다웠던 시절로 돌아갈 수 없다는 걸 너무 일찍 알아버린 상태이다. 오카베가 말한 어른의 가장 냉정한 버전이다.


자, 사유리는 어떨까? 사유리는 어른이 되지 않고 돌아온다. 그녀는 시간을 건너고 평행세계를 지나며 소년과 어른의 구분 자체에서 벗어나 있었다. 그래서 깨어난 사유리는 잃어버렸던 자신을 되찾지만 대신 많은 시간을 잃어버렸다. 그녀의 귀환은 성장도 퇴행도 아닌 정지된 상태에서 다시 시작해야 하는 삶이다.


자, 종합해 보면 오카베가 말한 어른은 어쩔 수 없는 현실이고 어떤 이는 타협을 배우는 방식으로 어떤 이는 침묵을 배우는 방식으로 또 다른 이는 잃은 채로 살아가는 방식으로 어른이 된다는 뜻이다.


어떤 측면에서 이 작품은 어른이 되는 것이 나쁜가? 혹은 어떤 의미인가를 묻지 않는다. 대신 이렇게 묻는다. 어른이 된 후 무엇을 마음속에 남길 것인가? 오카베는 이미 답을 알고 있었고 히로키와 타쿠야는 각자의 방식으로 그 답에 도착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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