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카이마코토 작품 해설- 구름의 저편, 약속의 장소

스무 번째 이야기

by 늘 담담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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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쿠야가 연구 시설에서 사유리를 빼내어 오는 동안 히로키는 벨라실러를 재가동시키기 위한 마지막 작업을 하고 있었다.

히로키 - 어느 것이지? 이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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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작동을 해보려 할 때 컴 화면에 나타난 것은 error, BIOS 버전 다시 확인해 봐 멍청이야였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이렇게 중간중간 개그를 섞어 놓기는 한데. 그 효과는 글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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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순간 타쿠야가 사유리를 업고 들어온다. 그 모습을 본 히로키는 달려가고 타쿠야는 조심스럽게 사유리를 소파에 눕힌다. 사유리는 그곳을 떠난 지 3년 만에 다시 돌아왔고 세 사람은 3년 만에 다시 모인 셈이다. 그들의 삶에서 가장 소중한 약속을 했던 그곳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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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쿠야 - 오카베 아저씨에게 애긴 들었어?

히로키 - 응. 타쿠야, BIOS 어떤 버전 써야 되냐? 중간에 래더 위치 바꿨잖아. 그 이후 게 없단 말이야

타쿠야- (주머니에서 플로피 디스크를 꺼내어 건네며) 이 안에 있어. 시커 미사일 것도 들어 있어. 또 뭐 남았어?


히로키 - 초전동 모터 배선 조금 하고 나머진 소프트웨어 미조정만 남았어

타쿠야 - 선전포고 예정시간까지 앞으로 5시간. 그 후 전쟁 개전 때 섞여 들어가 나는 수밖에 없어. 소프트웨어는 내가 할 테니 넌 배선을 끝내.

히로키 -그리고 타쿠야 그 에러 메시지는 또 뭐냐? 버전 체크할 때..

타쿠야- 버전 체크? 아 그거 네가 한 거 아니었냐? 3년 전에...

히로키 - 어? 그랬던가?

타쿠야 - 멍청한 건 여전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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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이 열심히 마지막 작업을 하자, 벨라실러는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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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쿠야- 히로키 이것 좀 봐줘

히로키 - 뭔데?

타쿠야 - 츠가루 해협에서의 전투 상황 예측이 나왔어. 대충 내가 예상한 대로야

히로키 - 전선은 42도(북위) 근처까진가. 내륙부 특히 탑 주변은 거의 텅 비었네

타쿠야 - 지상은 침식이 진행 중이니까 말이야. 어떡할래?

히로키- 해역을 통과할 때까진 제트 분사로 저공비행을 하고 42도선을 통과해서 이 산을 도착할 때쯤 고도를 잡고 순항 비행... 이러면 어떨까?

타쿠야 -그렇구나 딴 방법도 없으니.. 탑에 도착하고 사와타리가 깨어날 때쯤 해서 지상의 이상 변환이 다시 활동을 시작할 거야. 그럼 바로 이탈해 탑에서 10KM 이상 떨어지면 시커 미사일을 쏴. 자립 비행으로 탑까지 날아가도록 조작해 뒀어. 그럼 모든 게 끝나. 문제없을 거야. 전쟁 개시까지 아직 2시간 남짓 남았어. 생각보다 빨리 끝났어


그렇게 그들은 다시 3년 전의 멋진 콤비로 돌아간 듯했다. 하지만, 그것은 아주 짧은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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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쿠야 - 히로키

히로키 - 응

타쿠야- 혹시 너 바이올린 켤 줄 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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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말에 사유리의 바이올린을 꺼낸 히로키, 사유리를 생각하며 지난 3년 동안 도쿄에서 바이올린을 연주하곤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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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쿠야 - 그건 그렇고 말이야. 정말 너 바보처럼 일편단심이구나..

히로키 - 무슨 상관이야 네가 부탁한 거잖아

타쿠야 -이쪽 보고 해 봐

히로키 - 시끄럽네 진짜. 잠자코 듣기나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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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가 연주하는 선율은 3년 전 벚꽃이 물들어 가던 음악실에서 사유리가 히로키와 타쿠야 앞에서 연주했던 바로 그것이었다. 3년 만에 듣게 된 그 선율...

https://www.youtube.com/watch?v=qAuAq8pBopQ&list=PLu75ZRVqpqU6H9cX7ArfWwj8t8y6CfAok&index=23

이때 연주되는 곡의 제목이 히로키의 선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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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만에 듣는 그 곡, 타쿠야는 마음 한구석이 아파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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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로키의 선율이 이어지는 가운데 영상은 잠들어 있는 사유리, 그리고 그 해 여름 셋이 함께 걷던 풍경을 보여준다. 잊으래야 잊을 수 없는 아름다웠던 한 시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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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영상은 현재, 겨울의 모습으로 바뀌고, 폐역에 눈이 내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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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역의 뚫린 천장을 쏟아지는 빛... 오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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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 사유리의 내레이션이 흘러나온다.


"곧 잠에서 깨어날 예감에 몸이 떨리는 게 느껴져. 어째서일까? 지금은 기대보다 두려움이 앞서..."


바로 이어 히로키의 내레이션이 이어진다.


"사유리는 늘 뭔가를 잃어버리는 예감이 든다고 했다. 지금 나도 어렴풋이 같은 예감이 든다. "


사유리 - 하지만 언젠가 방과 후에 나눴던 그 약속.. 난 저 탑에 갈 거야


앞편에서 늘 뭔가를 잃어버리는 예감은 사유리뿐만 아니라 히로키와 타쿠야도 이제 똑같이 느끼는 것이라고 했다. 뭔가를 잃어버리는 예감... 이제 마지막 피날레와 그 이후의 해설만 남은 상태라서 마지막 편보다는 지금부터 이야기해야 할 것 같다.


이 작품에서 반복되는 “뭔가를 잃어버리는 느낌”은 단순한 상실감이 아니라, 영화 전체의 정서를 설명하는 핵심 주제이다. 이 작품의 기본 구조는 신카이 마코토 초기 3부작의 핵심 주제라고 할 수 있는 시간과 거리에 관한 것이다. 그래서 구름의 저편 약속의 장소는 전쟁이나 평형세계가 중심이 아니다.


히로키와 타쿠야, 사유리는 모두 같은 감각을 공유하고 있다. 아직 완전히 잃지는 않았는데, 점차 사라지고 있다는 걸 알고 있는 상태이다. 요약하면 ‘상실 이후의 슬픔’이 아니라 상실이 진행 중이라는 자각이다.


그렇다면 이들이 공통적으로 잃어버리는 것은 무엇일까?


첫째로 소년 시절의 시간 혹은 추억이다. 셋이 함께 비행기를 만들던 시절은 가장 행복했었다. 그게 꼭 연정이 아니더라도 같은 꿈을 공유하고 그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모든 가능성이 열려 있던 시간이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면서 약속은 멀어지고 서로 다른 길로 가고, 그들이 함께 했던 세상은 더 복잡해졌다. 결국 3년 후 그들은 깨닫게 되었던 것은 그들이 함께 했던 그 아름다웠던 시절은 이제 돌아오지 않는다 이다.


이것은 단순한 성장통이 아니라 순수한 시간의 소멸이다.


두 번째로 세 사람은 같은 하늘을 보고 있었고 그 하늘 아래서 살아가고 있었다. 하지만 사유리는 다른 세계에 닿아 있고 히로키는 과거에 묶여 있고 타쿠야는 현실로 기울어져 있다. 이미 셋은 같은 장소에 있어도 더 이상 같은 세계에 서 있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잃어버리는 느낌이라는 것은 서로를 연결했던 것들이 사라진다는 의미이다.


이것이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초기 작품 전반에 흐르는 정서이기도 하다. 신카이 마코토의 초기 세계관은 늘

거리, 시간, 닿지 않음에 중심을 두고 있다. 별의 목소리에서 두 주인공이 시간과 거리가 점차 멀어져 가면서 겪은 아픔을 묘사했듯이 이 작품도 기본적으로 깔린 정서는 같다고 할 수 있다.


이제 한 문장으로 정리하자면 주인공들이 말하는 “뭔가를 잃어버린 느낌”은 돌아갈 수 없는 시절이 아직 완전히 끝나지 않았다는 걸 아는 상태. 다시 말해,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에서 느끼는 단절감 혹은 아픔을 말한다.


이 뭔가를 잃어버리는 느낌에 대해서는 다음 이야기에서 완전히 정리하기로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