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카이 마코토 작품 해설 - 구름의 저편 약속의 장소

스물두 번째 이야기

by 늘 담담하게

*구름의 저편 약속의 장소 성우

이 작품의 성우에 대해서 잠깐 살펴보자. 시라카와 타쿠야역을 맡은 성우는 하기와라 마사토(萩原 聖人 197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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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1년 가나카와 출신으로 일본의 영화배우, 내레이터, 성우이다. 그의 영화나 드라마 출연작을 많이 보지는 못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2004년작 클럽 진주군이었다.



후지사와 히로키역을 맡은 요시오카 히데타카(吉岡 秀隆 1970- )

koto1.jpg 그의 대표작 닥터 고토의 진료소

사이타마현 출신으로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일본 배우이기도 하고 가장 좋아하는 목소리를 가졌다. 영화 철도원에 조연으로 등장했으며, 홋카이도를 배경으로 한 일본 드라마 북쪽의 나라에서도 좋은 연기를 보여 주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그가 가장 잘 어울리는 역할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닥터 고토의 진료소의 고토역이다.


다음으로 사와타리 사유리 역할을 맡은 사람은 난리 유우카(南里 侑香 1984- ) 1984년생으로 나가사키현 출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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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쓸한 음악, 텐몬

신카이 마코토의 초기 작품들에서 빠질 수 없는 사람이 음악을 담당한 텐몬天門(1971- )이다. 도쿄 출신으로 본명은 시라카와 아츠시로(白川篤史 )이다. 1990년 게임 회사 일본 팔콤 에 입사해서 「브랜디쉬」 시리즈 나 「영웅전설 가가부트릴로지」등 수많은 작품을 만들었다. 그 후, 동사에 입사한 신카이 마코토 가 제작한 ' 영웅 전설 V 바다의 케이노가 '의 오프닝 무비의 음악을 다룬 것이 계기가 되어 , 1999년 신카이 마코토의 첫 번째 작품인 「그녀와 그녀의 고양이」의 음악을 담당했다.


2002년 일본 팔콤을 퇴사한 후 게임회사의 minori에 있다가 2019년부터 코믹스 웨이브 필름에 소속되어 활동했다. 2023년 5월부터 프리가 되었다. 『별의 목소리』, 『구름의 저편, 약속의 장소』, 『초속 5센티미터』, 『별을 쫓는 아이』 등의 신카이 마코토 초기 작품의 음악을 만들었다.


사실 텐몬이 유명해진 이유는 신카이 마코토와의 협업 때문이었다. 신카이 마코토의 초기 3부작, 별의 목소리 (2002), 구름의 저편 약속의 장소 (2004), 초속 5센티미터 (2007)에서 텐몬의 음악은 신카이 작품 특유의 쓸쓸함, 거리감, 시간의 흐름을 매우 섬세하게 표현했다고 평가된다. 특히 구름의 저편 약속의 장소에서는 작품의 기본정서인, 고독, 잃어버린 시간, 닿지 못하는 약속 같은 주제를 잔잔한 피아노와 신서사이저로 표현했다.


텐몬의 음악 스타일 특징은 다음과 같다.


1. 피아노 중심

멜로디가 단순하지만 감정 전달력이 강하고 몽환적인 분위기를 전달하는데 탁월하다. 그녀와 그녀의 고양이의 메인테마를 한번 들어보자

https://www.youtube.com/watch?v=C3FV-nxWmAw




2. 시간과 기억의 정서를 드라마틱하게 표현했다.

nostalgia(향수), distance(거리감)을 음악으로 표현했는데 많은 팬들이 신카이 마코토 초기 감성의 절반은 텐몬 음악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이렇게 신카이의 초기 작품들의 음악을 맡았던 텐몬은 별을 쫓는 아이 이후 결별을 하고 신카이 마코토는 음악가 RADWIMPS와 협업하게 된다. 대표적으로 너의 이름은, 날씨의 아이, 스즈메의 문단속 등인데 텐몬 시절보다 팝 음악 중심의 영화 구조로 바뀌었다. 그래서 팬들 사이에서는 초기 신카이 감성의 텐몬, 대중적 성공 이후에는 RDWIMPS 시대라고 평가하고 있다.


3. 구름의 저편 약속의 장소에서 텐몬 음악의 의미

이 작품에서 텐몬의 음악은 단순한 배경음악이 아니라 신카이 마코토 특유의 세계관 정서 자체를 표현하고 있다. 이 작품에서 텐몬의 음악은 멀리 있는 탑은 닿지 못하는 꿈으로, 사유리의 잠은 현실과 다른 세계의 경계

히로키의 기다림은 잃어버린 시간으로 잘 표현했다. 그래서 영화 전체가 마치 기억 속 풍경처럼 느껴지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텐몬의 음악 때문이다.


이렇게 텐몬의 음악이 이 영화에서 특별한 이유는, 많은 팬들이 이야기하는 대로 이 영화의 분위기는 스토리 50%, 음악 50% 라고 할 정도로 음악의 영향이 컸다. 특히 멀리 있는 것, 닿지 못하는 것, 기억 속 풍경등을 음악으로 보여주었고 그 때문에 이 작품을 보고 나면 마치 오래전에 실제로 있었던 추억을 떠올린 느낌이 남는다.


한발 더 나아가 많은 팬들이 “신카이 마코토 작품 중 가장 쓸쓸한 음악은 구름의 저편 약속의 장소다”

라고 말하고 있다. 사실 많은 팬들이 구름의 저편 약속의 장소의 음악을 텐몬 작품 중에서도 가장 쓸쓸한 음악이라고 말하는 이유는 단순히 분위기가 슬퍼서가 아니다. 이 작품의 세계관과 주제가 음악 구조 자체에 들어가 있기 때문이다. 그의 음악은 신카이 마코토가 집요하게 파고드는 거리를 잘 표현하고 있다. 이 작품 속에서 핵심 주제는 멀리 떨어져 있는 거리이다. 예를 들어 히로키와 사유리의 거리, 일본이 남북으로 나뉜 세계의 거리, 현실과 평행세계의 거리, 과거와 현재의 거리인데 텐몬의 음악은 이 “거리감”을 표현하기 위해 몇 가지 방법을 사용한다. 예를 들어 피아노 멜로디는 가깝게 들리고 배경 신서사이저는 멀리서 울리는 느낌으로 음악 자체에 가까움과 멀어짐이 동시에 존재한다. 이 때문에 듣는 사람은 닿을 듯하면서 닿지 않는 느낌을 받게 된다.


또한 이 작품에서 텐몬의 음악은 완전한 멜로디가 거의 없다. 이 작품의 OST를 자세히 들어보면 특이한 점이 있다. 멜로디가 끝까지 완성되는 곡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대부분 곡이 중간에서 흐려지거나 반복되거나 여백을 남긴다. 이것은 작품의 주제와 연결된다. 세 사람의 약속은 완전히 이루어지지 않았고 완전히 사라지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음악도 완결되지 않은 구조를 가지고 있다.


텐몬은 시간의 흐름을 음악으로 표현하고 있다. 이 작품은 거리라는 주제에 추가해서 사실 시간에 대한 이야기이다. (초속 5센티미터도 결국, 시간과 거리가 핵심 주제이다)


소년 시절의 헤어짐 이후 몇 년만의 재회가 이루어지는데 텐몬은 이를 위해 같은 멜로디를 다른 방식으로 반복한다. 예를 들면 어린 시절 장면은 맑은 피아노 선율로, 성인이 된 후는 느리고 쓸쓸한 편곡을 사용한다.

즉 같은 기억이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감정이 변하는 것을 음악으로 표현한 것이다.


이외에 탑의 존재도 음악에 반영하고 있다. 이 작품의 중심 상징인 에조의 탑도 음악 구조에 영향을 주었는데 이미 반복해서 설명했듯이 이 작품 속의 탑은 현실과 다른 세계를 연결하는 구조물이자 인간이 닿기 어려운 곳이다. 그래서 음악도 하늘로 길게 울리는 음을 많이 사용한다


정리하자면 이 작품 속 텐몬의 음악은 “기억처럼 들린다”라고 할 수 있다. OST를 들으면 마치 실제의 기억

같은, 오래된 풍경, 지나간 청춘을 느끼게 한다. 그래서 이 작품을 “신카이 마코토 작품 중 가장 추억 같은 작품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어떤 이들은 신카이 마코토의 가장 순수한 감성은 텐몬 시절 작품에 있다고 말하기도 한다.


이야기를 하다 보니 많이 길어졌다. 이 작품의 주제가에 대해서도 말해야 할 것 같다. 이 애니의 주제가 너의 목소리는 카와시마 아이가 불렀고 작사는 신카이 마코토, 작곡은 역시 텐몬이다.


가사 내용을 번역하면...



빛바랜 푸르름으로 물들어가는 하얀 구름 저 멀리 그날의 빛

마음속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던 아픔


내 모든 것을 걸었던 그 말은 이젠 멀리 사라져 가는 나날 속 지금도 너는 날 따뜻하게 감싸줘

너의 목소리, 너의 모습 비추던 빛 이룰 수 있다면 너의 목소리

어딘가에 있을 너에게 전해지도록

난 살아가겠어


햇살에 그을린 레일에서

울러 퍼지는 소리 머나먼 그날의 목소리

저 구름 저편에 지금도

약속의 장소가 있어

언제부터인지 고독함이 날 에워싸 흔들리는 마음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분명히 나는 널 잃어가겠지


너의 머릿결 저 하늘의 구름을 녹이는 세상 비밀로 가득 차

너의 목소리 다정한 그 손가락 바람을 받던 살결

내 마음 굳세게 다져주네

너의 목소리 너의 모습을 비추던 빛

이룰 수 있다면

살아갈 장소가 다르더라도 다정하고 굳세게


난 살아가고 싶어


이 주제가의 핵심은 마지막 부분, 너의 목소리 너의 모습을 비추던 빛, 이룰 수 있다면 살아갈 장소가 다르더라도 다정하고 굳세게 난 살아가고 싶어 에 있다. 이것은 초기 3부작에서 신카이 마코토 감독이 집요하게 말하고자 혹은 표현하고자 했던 주제의 핵심이 담겨 있다. 살아갈 장소가 다르더라도 다정하고 굳세게 난 살아가고 싶다 혹은 살아가야 한다라는 것이 가장 잘 녹여 있는 작품이 바로 후속작 초속 5센티미터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초속 5센티미터 해설에서 다시 한번 이야기하기로 하고 이 작품의 dvd 케이스에는 또 다른 글이 쓰여 있다. 이것이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글인지 알 수는 없지만... 여기에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차가운 바람 속에 그날의 향기가 전해진다. 빠르게 흘러가는 구름사이로 마치 낡은 사진 같은 푸른 하늘이 보인다. 방금 지나간 비행기의 흔적이 마치 물에 섞이듯이 파란 하늘로 녹아들어 간다. 이런 날은 마음속 깊은 곳, 평소에는 아무에게도 보이지 않는 마음 한구석이 아려온다.


평소에는 없었던 척했던 아픔. 그러나 너의 느낌만큼은 확실히 기억해. 너의 목소리가 어떻게 공기를 울렸는지, 너의 머릿결이 어떻게 비쳤는지, 너의 손길이 얼마나 부드러웠는지, 너의 세계가 얼마나 눈부셨는지

네가 이 세상 어디에 있더라도 내 목소리가 닿을 수 있도록 나는 부드럽고 강해지고 싶어. 내 목소리가 이 세상에 울려 퍼져 언젠가 어딘가에서 살고 있을 네게 닿을 수 있도록. 세상이 널 얼마나 먼 곳에 숨겼다 하더라도 살아 있는 한 닿을 수 있도록. 강한 햇살이 내리쬐는 레일에서 그날의 소리가 들려와.


먼 곳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너의 숨소리를 느낄 수 있어. 저 구름 너머에는 지금도 그날의 약속이 있겠지.

그때, 초원에서 내려다본 세상은 상냥함으로 가득했었는데 난 언젠가부터 고독에 젖고 마음은 황폐해졌어.

우리 계속 서로를 잊고 살아가겠지. 그러나 너의 온기는 나를 계속해서 따뜻이 안아주고 있어. 너의 입술에서 나온 말이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너의 손톱이 얼마나 부드럽게 하늘을 비추는지, 너의 등이 얼마나 나를 떨리게 했는지 너의 세계가 내겐 얼마나 알고 싶은 비밀로 가득했는지. 네가 이 세상 어디에 있더라도 내 목소리가 닿도록 나는 부드럽고 강해지고 싶어. 우리들의 목소리가 이 세상의 공기에 울려 퍼져


언젠가 먼 곳에서 함께 살 우리에게 닿을 수 있도록 살아 있는 한 닿을 수 있도록. 오래전에 세상이 너를 숨겼던 까닭에 너의 얼굴도 모습도 떠오르지 않는다. 언젠가 너와 중요한 약속을 했던 것 같아.


그때부터 나는 숨죽이듯이 하루하루를 견뎌오다 보니 어느 틈엔가 그 약속조차 잊어버리게 되었어. 내가 지금 있어야 할 곳에 서 있는지조차 알 수가 없다. 아마 난 계속 널 잊은 채로 살아가겠지.


*그래서 그들의 미래는 어떻게 되었을까?

참 많은 것들을 살펴봤는데.. 이제 이 작품에 등장하는 주요 인물들의 훗날은 어떻게 되었을지에 대해 이야기하자. 애니에서는 탑이 폭파되고 히로키와 사유리가 탄 벨라실러가 하늘을 비행하면서 끝이 나는데.


소설판에서는 그 뒤의 이야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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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시라카와 타쿠야...

탑이 폭파된 그 날이후 히로키는 타쿠야를 보지 못했다. 소설에서는 그날 이후 5년이 지난 뒤 소포가 배달되어 온다. 그 소포에는 히로키가 타쿠야가 함께 하지 못했던 고등학교 3년의 삶이 담긴 일기가 들어 있었다.


그리고 그 소포의 발신지는 유니온이었다. 어린 시절 함께 꿈을 꾸었던 소년 타쿠야는 그렇게 히로키의 삶에서 떨어져 나갔다.


타쿠야와 잠시 인연을 맺었던 카사하라 마키에 대해서는..


"사소한 계기로 카사하라 마키와 딱 한 번 만날 기회가 있었다. 웃는 얼굴이 어울릴 듯한 귀여운 사람이었지만 내게 웃음을 짓는 일은 없었다. 나와 그녀는 예의 바르게 인사하고 헤어졌다. 그녀도 그 뒤로 타쿠야와 만나지 못했다고 한다"


두 번째로 오카베, 소설판에서는 오카베의 뒷 소식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이름도 들어본 적이 없었던 나라에서 편지를 보내왔는데... 그 부분을 보면..


"오카베 씨와 부인이 같이 찍은 사진이 한 장 동봉되어 있었다. 의도를 잘 알 수 없지만 아마 다 부인 자랑인 모양이다. 사랑스러운 부인이다. 정말이지. 부인은 물론 오카베 씨와 동년배 정도. 그 나름대로 나이를 먹은 셈이지만 나이를 먹어도 미인으로 남는 타입이었다. 아니 무척 놀랄 만큼 미인이었다.."


오카베가 그토록 에조의 탑을 파괴하고 전쟁을 지원하는 데 있어서 분단된 유니온에 있던 아내 때문이라는 것을 소설판에서 말해주고 있다.



세 번째로 탑이 있었던 에조에 대해서는..


"전쟁과 탑이 사라진 저 사건 뒤 에조는 일본에 복귀했다. 저 겨울날 비행기를 날려 우리들이 했던 일은 적어도 이 부부를 재회시키는 데에 도움은 되었던 셈이다. 우리들이 한 일은 조금은 의미 있는 일이었다. 그렇게 생각하면 마음이 아물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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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마지막으로 히로키와 사유리...


두 사람은 그날 이후 3년을 함께 살았다. 하지만.. 결국 그녀는 그의 곁을 떠나고 만다. 떠나기 전.. 사유리는 히로키에게 이렇게 말했다.


"있지 내가 너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생각은 하지 말아 줘. 나는 너를 앞으로도 계속 사랑할 거야. 괴로울 때는 널 생각할 거야. 먼 하늘 아래서 네가 살아 숨 쉬고 있다고 생각할 거야. 그렇게 하면 나는 앞으로 나아갈 수 있어. 있지 너도 그렇게 해. 너는 걸을 수 없어서 멈춰 서는 경우는 분명 없을 테지만 세상 어디에선가 내가 혼자 힘으로 살아가고 있다는 걸 가끔이라도 좋으니까 생각해 줘.."


어떤가? 이 내용을 후속 작품인 초속 5센티미터에서 언급한다고 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 이렇게 초기 3부작을 관통하는 핵심적인 정서는 작품을 거듭하면서 더 세련되어지는 것이 신카이 작품 세계의 특징이다.


자. 소설의 마지막 부분에는... 사진에 대한 이야기 나온다.


"중학교 때의 사진이었다. 나와 타쿠야와 사유리가 사이좋게 셋이서 찍혀 있었다. 장소는 폐역이었다. 낡아빠진 역사 건물이 등 뒤에 비친다. 그 사진을 본 순간 탑 안에서 벌어졌던 일이 모두 기억 속에 되살아났다. 어째서 그것을 잊었을까 그렇게 소중한 일을. 그때 나와 사유리는 하나였다. 서로를 품고 서로만이 모든 것이었다.

그런 기적은 이제 없다. 아니 내가 이 사실을 떠올린 일이 차라리 기적이었다.


.......................... 그 사진을 바라보다가 문득 가슴이 술렁거렸다. 이런 사진을 언제 찍었지? 찍은 기억이 전혀 없었다. 단순히 잊어버린 것뿐일까. 사진에는 우리들 세 사람이 찍혀 있다. 그럼 셔터를 누른 건 누구지? 셀프타이머? 그럴지도 모른다...........................


그 대신 거기에 찍혀 있는 세 사람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그들의 무어라 말할 수 없는 행복한 듯한 모습을 보고 나는 무척 마음이 흔들렸다. 웃는 얼굴은 아니었다. 사유리는 고개를 기울이고 조금 곤란해 보이는 얼굴을 하고 있고 타쿠야는 사진 따위 시시하다는 태도로 고개를 돌리고 있다. 나는 얼굴이 노골적으로 굳어 있다.


하지만 거기에는 무엇인가 충만하게 채워진 것이 있었다. 좋은 것만을 끌어모은 상냥하고 강한 세계가 거기에 있었다. 그들을 위협하는 것은 아무도 없었다. 두려워할 것은 전혀 없다는 기색이 가득 차 있었다. 나는 그 사진을 세게 쥔 채 꼼짝도 하지 못하고 이제는 이미 사라져 버린 저 여름의 한때를 언제까지고 바라보기만 했다."


본편 애니에서 지나친 이야기의 생략이 문제였지만 소설판에서는 정말 아름답게 마무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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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여름날 함께 했던 행복했던 세 명의 청춘. 그것은 그 세 명의 추억이 아니라, 이 애니를 보며 공감했던... 모든 이들의 추억이 되었다.


자, 다음 편에서는 이 작품에 대한 평가에 대해서 그리고 본편 애니 해설에서 다루지 못했던 몇 가지 이야기를 더 할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