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카이 마코토 작품 해설 - 구름의 저편 약속의 장소

스물세 번째 이야기

by 늘 담담하게

지금까지 많은 이야기를 했다. 이제 서서히 마무리를 지어가야 할 때가 되었다. 오늘의 이야기부터는 작품에서 두드러진 특징이라고 할까, 그리고 미처 다루지 못했던 작품에 대한 전반적인 이야기와 평가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스토리 구성의 문제와 평가

이 작품의 감상평을 네이버에서 찾아보면 부정적인 의견보다 긍정적인 의견이 훨씬 더 많다. 하지만 초창기의 많은 이들이, 이 작품의 스토리 구성에 대해 지적을 하는데 이것은 일본 팬들도 마찬가지이다.


네이버의 이 작품에 대한 비평을 쓴 블로그의 글을 보자.


"........... 많은 작품은 스토리를 결코 포기하지 않으려 했다. 그 진지함과 숙연함. 어린 시절의 낭만의 편린들과 풋풋한 사랑. 그곳에 먹음직한 SF적 상상력을 배합한다. 이것이 바로 제작진과 감독의 생각이지 않았을까.
적어도 분위기를 조성하고 그것을 관객이 받아들이도록 만들었다는 것에서 성공적이다. 하지만 찬사는 그 정도에서 그쳐야 한다. 그냥 받아들여주기에는 너무나 미숙한 스토리. 이 사람은 마니아일지언정 감독 또는 제작자의 반열에서는 한참이나 뒤떨어진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라고 나와 있다.



그 외 다른 블로거들의 지적을 보면, 전체적으로 말해서, 아름답지만 '허술했던' 영화였다, 억지 감동을 강요받는 것 같았다...라고 되어 있다. 물론 같은 것을 보고도 다르게 느끼는 게 인간사이기 때문에, 그들의 비평 자체를 비난할 필요는 없고 일부의 지적은 공감되는 것도 있다.


일본에서 이 작품에 대한 평가도 각본의 구성이나 내용에 대해 비판이 제법 있다. 그 내용을 보면 첫째 전반부의 중학교 시절의 내용들은 신카이 마코토 특유의 로맨스가 빛을 발하고 있다. 사춘기 소년과 소녀가 가지는 풋풋한 감성이 잘 드러내고 있고, 이 부분은 무리 없이 받아들이게 되는데 문제는 SF로 이어지는 후반부가 너무 생뚱맞다는 것이다.


행복했던 중학교 시절에서 갑작스러운 이별, 무너져 버린 세 사람, 단 3년의 시간 동안 이렇게 급작스러운 변화가 이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그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에 대한 설명이 없어, 이해하기가 쉽지 않고, 더구나 3년 후에 전쟁 상황에 돌입하고 있어, 하나의 작품으로 이해되기보다는 2개의 단편이 이어진 것 같다는 것이다.


사실 개인적으로도 이 작품의 전체적인 느낌을 이해하기 위해서 거의 열 번은 넘게 보았던 것 같다. 그리고 동시에 소설판을 읽어가면서 작품에서 드러내고자 하는 의미를 퍼즐 맞추기처럼 맞춰갔다.


애니의 첫 번째에 등장하는 성인남자가 어떤 의미를 간직하고 있는 것인지, 사유리에 대한 타쿠야의 감정은 어떤 것이었는지, 사유리는 왜 그렇게 히로키를 좋아하게 되었는지, 그리고 탑에 대한 두 소년의 열망, 분단된 현실이 가지고 있는 의미 같은 것들도 한번 보아서는 쉽게 이해되지 못한 것들이 많이 있다. 어떤 면에서는 감독이 한정된 시간에 너무 많은 이야기들을 담아내고 표현하려 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SF장르라는 게 작품 속에 거대한 세계관 같은 것을 가지는 경향이 있는데 이 애니 또한 일본이 분단되어 있고 그리고 그 분단된 세계의 경계선에서 성장한 세 명의 소년과 소녀, 정체를 알 수 없는 거대한 탑과 같은 단 몇 줄의 문장으로는 쉽게 설명할 수 없는 요소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이야기를 90분에 다 담아낸 다는 것은 솔직히 의욕과잉이 아닌가 싶다.


자, 그런데 처음 이 작품이 공개된 지 22년이 지난 지금의 평가는 어떠할까? 일본에서 구름의 저편, 약속의 장소는 신카이 마코토 작품들 가운데서 아주 독특한 위치에 있다.


한마디로 말하면, “가장 미완성인데, 그래서 가장 신카이적인 작품” 으로 평가받고 있다.


1. 팬과 평론 모두에서의 공통된 평가

신카이 마코토의 첫 ‘장편 극장 애니메이션’으로 이후 작품들의 주제·이미지·정서가 처음으로 집약된 실험작이다. 그래서 완성도보다 방향성이 높게 평가되고 있다. 한편으로 “좋아하는 사람은 끝까지 좋아하고,

안 맞는 사람은 끝까지 안 맞는 영화”라는 평가가 있다.


2. 긍정적으로 평가받는 지점

① 신카이 마코토 세계관의 원형이다.

이 작품에는 이후 거의 모든 신카이 작품의 씨앗이 들어 있었다. 멀리 떨어진 두 사람, 닿을 수 없는 거리

시간과 세계의 어긋남, ‘약속’이라는 말의 무게가 바로 그것들이다.


초속 5cm, 너의 이름은, 날씨의 아이까지 전부 이 영화에서 이미 시작됐다고 해야 할 것이다. 그래서 평론 쪽에서는 “신카이 세계관의 설계도”라는 평가가 많다.


② 감정의 밀도는 최고 수준

앞서 지적한 대로 이야기가 불친절하고 설명이 부족해도, 감정의 잔향은 유난히 오래 남아 있다.

특히 사유리의 상실감, 히로키의 정체된 시간, 타쿠야의 빠른 성숙 등 이 세 감정이 교차하는 구조는

지금 봐도 굉장히 성숙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3. 비판받는 지점

① 서사 구조의 불균형

그러나 역시 비판을 피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 앞서 언급한 대로 서사 구조의 불균형이 가장 많이 나오는 비판이다. 전반부는 감성 중심, 서정적이지만 후반부는 갑자기 SF·정치·이론이 폭증한다.


그래서 “철학은 깊은데 설명은 부족하다” “감정선이 SF 설정에 눌린다”라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② 캐릭터의 거리감

특히 사유리를 제외한 인물들은 의도적으로 감정을 숨긴 채 움직이는 구조라 관객이 공감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있다. 이것은 이건 신카이 특유의 선택이지만 이 점에 대해서 호불호가 개봉 당시부터 있었다.


4. 신카이 본인의 작품 내 위치

재미있는 건 신카이 마코토 본인도 이 작품을 ‘미숙했다’고 말한다는 점이다. 하지만 동시에 “이 영화를 만들지 않았다면 이후의 작품들은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즉, 기술적으로는 미완이지만 감정적으로는 출발점이며 신카이 감독의 인생에서는 전환점이 되는 작품이었다.


5. 다른 작품들과 비교

작품 평가는 별의 목소리는 개인적이며 미니멀한 구조이지만 구름의 저편 약속의 장소는 철학적·실험적

이며 초속 5cm에 이르러 감정 완성도가 최고에 오르게 된다. 그래서 신카이 마코토의 입문작으로는 너의 이름은 을 꼽고, 감정의 정점으로는 초속 5cm, 신카이 마코토를 이해하는 작품으로는 구름의 저편 약속의 장소을 꼽게 된다.


6. 그래서 지금 이 작품은 어떻게 기억되나

22년이 지난 지금의 평가는 오히려 재평가를 해야 한다는 쪽이다. “어릴 때 보면 어렵고 나중에 보면 아픈 영화”라고 말할 수 있다. 정리하면 〈구름의 저편, 약속의 장소〉는 신카이 마코토 작품들 중에서 가장 불완전하지만 가장 솔직하고 가장 핵심적인 질문을 던지는 작품으로 재평가되고 있다.


*작품 속에서 드러나는 고독 혹은 외로움은 왜 그렇게도 깊은 걸까?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작품에는 유독 고독이라는 주제가 두드러진다. 아름다운 첫사랑의 이야기라고 가볍게 지나치기에는 애니에서 묘사되는 주인공들의 고독은 그 깊이가 너무 깊고 절절하게 다가온다. 이런 주인공들의 고독함은 그녀와 그녀의 고양이 편에서 여자 주인공의 외로운 일상에서 드러나기 시작해서.. 그다음 작품인 별의 목소리에서도 두드러지게 표현되었다. 주인공의 고독한 내면을 암시하는 장면 텅 빈 교실에 서 있는 것으로 묘사되곤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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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카코가 텅 빈 교실에 서 있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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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주인공 노보루가 혼자 교실에 있는 장면. 이런 장면들은 학창 시절의 모든 것이 담겨 있는 교실이라는 공간에 텅 비어 있거나, 혼자 있음으로써 그 외로움의 정도가 얼마나 깊은 것인지를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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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의 저편 약속의 장소에서, 사유리의 회상씬에 등장하는 텅 빈 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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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혼자서 텅 빈 교실에 있는 사유리. 이런 장면에서 사유리의 독백은 더욱 그 외로움을 실감할 수 있다.


"하늘과 구름, 그리고 무너진 도시, 아무리 걸어도 아무도 보이지 않아. 추워. 난 왜 이런 곳에 있지 누가 제발 누구든... 히로키"


그리고 다음 두 장면을 보면 역시 여자 주인공이 얼마나 외로워하는 지를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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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의 목소리의 미카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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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의 저편 약속의 장소의 사유리...


사유리는 그 외로움을 이렇게 말한다.

"아무도 없는 텅 빈 우주에 나만 혼자 있는 꿈, 그 꿈속에선 내 전부가.. 손가락이랑, 뺨, 손톱, 발꿈치, 머리카락 끝등 모든 것이 외로움으로 깊은 아픔을 느껴. 우리 셋이서 보낸 그 온기 넘치는 세상 그 시절이 마치 꿈처럼 느껴져..."


남자 주인공들도 그에 못지않다. 별의 목소리에서는 딱히 두드러지지 않지만... 노보루의 일상을 보여주는 장면들에서 그가 얼마나 외로워하는지 그리고 얼마나 미카코를 그리워하는지를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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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카코와 늘 함께 했던 버스 정류장에 홀로 남겨진 노보루... 그가 보고 있는 것은 손의 휴대폰... 미카코의 메일이 도착하기를 기다리는 게 일상이 되어버린.. 안타까운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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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에서의 히로키의 삶은 정말 처절할 정도의 외로움이었다.


"방에 도착 문을 닫을 때마다 마치 온몸의 뼈가 살을 찢는 듯한 격심한 통증을 느낀다. 내가 언제부터 이런 고통을 떠안게 된 것일까?"


"홀로 맞는 밤은 길게 느껴졌다. 시간이 잘 가지 않을 땐 난 근처 역까지 걸어가 누군가를 기다리는 척하며 시간을 때우고 그것도 질리면 방까지 가능한 천천히 돌아가곤 했다. 고등학교에 친구는 있었지만 교복을 입고 있을 때 말고는 어째서인지 그다지 같이 있고 싶지 않았다. 사람이 3천만 명 이상 사는 이 도시에서 생각해 보면 내가 보고 싶은 사람,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런 나날 속에서 가끔씩 사유리의 꿈을 꿨다. 그 꿈은 어딘지 차가운 곳에서 외톨이가 된 사유리를 필사적으로 찾아 헤매는 꿈으로 결국 매번 사유리를 찾아내지 못했다. 다만 마음을 울리는 사유리의 기척만은 잠에서 깨어난 후에도 내 몸에 남아 있었다. 마치 깊고 차가운 꿈 속에서 하염없이 숨을 멈추고 있는 듯한 그런 나날이었다. 나 혼자만이... 나 혼자.. 이 세상에 홀로 남겨져 있는 그런 기분이 든다..."


솔직히 이렇게 애니의 주인공들이 외로워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 이런 주인공들의 고독에 대한 감독의 생각은 어떤 것일까.... 어떤 의도로 이렇게 묘사하고 있는지를 감독의 인터뷰에서 어렴풋이 짐작해 볼 수 있다.


2007년 5월 맥스 뮤비의 인터뷰를 찾아보자.


질문- 감독님 작품에는 항상 목표를 상실하고 고독하게 살아가는 인간상이 정말 리얼하게 묘사되어 등장합니다. 구름의 저편 약속의 장소에서는 후지사와 히로키가, 초속 5센티미터에서는 토노 다카키가 그렇습니다. 혹시 감독의 개인적인 경험에서 나온 것인지, 실제로 그러한 사람이 있다면 감독께서는 어떤 말을 전해주고 싶으신가요?


신카이 마코토 감독 - 둘 다 완전한 저 자신은 아닙니다만, 제 경험이 들어가 있기는 합니다. 타카키는 3화에서 매우 고독하게 그려졌지만 영상으로 나타내지 않은 장면에서는 친구들과 함께 식사를 한다든가, 술을 마시는 등 그리 고독하지만은 않은 삶을 살고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한국에서는 고독이 어떤 식으로 받아들여지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일본에서는 누구든지 공감할 수 있는 소재입니다. 심지어 친구나 부부사이에도 고독은 있는 법이지요. 결국 고독은 누구나 공통으로 가진 것이기에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는 저는 고독을 주제로 주로 다룹니다. 말하기 어렵지만 만일 고독한 사람이 제 앞에 있다면 "힘내" 라거나 "죽지 마 " 특별히 타카키에게는 생각해 보면 그리 큰 문제가 아니니까 계속 살아가는 편이 좋아하고 말해주고 싶네요...


2007년의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는..

질문- 전작 별의 목소리에서도 속도의 차이로 이메일이 오랜 시간이 지난 뒤에 전달되는 등 사랑이야기를 하면서 이별을 전제하고 있는데..


신카이 마코토- 지금까지 만든 작품에서 사랑은 한 번도 이뤄지지 않았다. 작품의 주제로 연애 이야기만 다루고 싶었던 것은 아니다. 주인공들이 고향을 떠나거나, 다른 곳으로 가면서 고독을 느끼는데 주인공이 고독을 느끼는 가운데 다른 인물과 어떤 관계를 맺을 수 있는지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 고독은 사람이면 누구나 느끼는 감정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사랑과 고독을 함께 이야기해 왔다.


또 다른 인터뷰에서는..

질문 - 주인공 토노 다카키가 성장하는 과정을 쫓아가면서 말로는 표현하기 힘든 사랑과 고독의 감수성을 형상화했다. 당신의 작품들에선 시공간을 뛰어넘는 사랑에 대한 순수한 감정, 거기서 촉발되는 영혼의 고독이라는 공통된 주제 의식이 발견된다. 개인적 체험이 녹아 있는가?


신카이 마코토- 다카키처럼 열렬한 사랑은 못했지만 애절한 연애에 대한 경험은 많았다. 결혼을 하든 연애를 하든 서로의 마음이 절묘하게 합치되는 일은 인간과 인간 사이의 묘미라고 생각한다. 서로 그런 마음을 어떻게 잘 조화시키며 쌓아가느냐가 인생의 의미가 아닐까 한다.


이 고독에 대해서는 초속 5센티미터를 이야기할 때 또 다뤄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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