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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니엘 Jan 16. 2023

드디어, 여긴 축제의 비엔나!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

몇 시간이나 지났을까.

터키('튀르키예'로 정식 국호가 바뀌었는데, 여행한 당시에는 터키였기에 이 글에선 터키로 쓰겠음.)에서는 깜깜한 밤이었는데 여기 비엔나는 쏟아지는 햇살에 눈이 부실 정도였다. 밤이 지나고 아침이 되긴 했지만 우리의 마음을 대변해 주기라도 하는 듯 대조적인 첫 풍경이었다. 이 표현이 과할 수 있으나 동트기 전이 가장 어둡다는 명언을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빈 공항에서 국철인 S bahn을 타고 20여분을 달려 집채만 한 리어를 지하철 출구에서 빠져나오자 세련된 건물이며 도로며 유럽 스러움의 극치 트램, 사람들까지 이게 바로 이국적인 풍경이구나 감탄을 머금고 있는 와중에 딱 봐도 여러 국적의 사람들이 마다 활기를 띠며 거리를 활보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뒤엔 떡하니 슈테판 대성당이 눈앞에 펼쳐졌다. 바르셀로나에 사그라다 파밀리아가 있다면 빈에는 슈테판이다. 천재 음악가 '모차르트'의 결혼식과 장례식이 치러진 것으로 유명한 곳.

퀭한 눈에 초췌한 모습으로 눈에만 담기 아쉬워 놓칠세라 카메라를 꺼내 들었지만 앵글에 다 담기가 어려웠다.


"꺅, 우리가 드디어 오스트리아에 다니." 꿈만 같다. 눈부신 햇살에 비현실적인 광경을 보고 있자니 눈이 지긋이 감겼다.

비엔나의 하늘은 유난히도 파랬다. 하늘과 이어져 시선이 다다른 곳엔 예쁜 파스텔톤의 건물들과 상점 거리, 형형색색 흐드러진 예쁜 꽃가게, 잔잔하게 흐르는 음악소리에 빙글빙글 돌아가는 회전목마와 여기저기서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어우러져 흡사 축제현장이었다.

여기까지 오느라 애썼다고, 무사히 왔다고 축하해 주는 것만 같았다.


여행을 하다 보니 참 날씨가 중요하다는 것을 알았다. 여행 내내 하루 이틀 빼고는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날씨가 이어졌다. 덥지도 춥지도 않은 여행하기에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였다. '날씨가 다했다'는 말이 딱 맞게 꿀 떨어지는 날에 그간의 노고와 피로가 눈 녹듯 씻겨나가고, 출발부터 이곳에 오기까지 거의 만 하루의 시간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




인천공항에서 우여곡절 끝에 터키 이스탄불행 비행기에 오르고, 날아가는 동안 우리는 열심히 승객들을 응대하고 있는 승무원들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었다. 몇몇 지나가는 남, 여 승무원(터키인이지만 승무원이니 영어는 잘하니까)에게 당연히 터키어 1도 모르고 어쭙잖은 영로 이스탄불공항에서 사비하괵첸공항까지 어떻게 가야 하는지 물었지만 대답은 모른다였다.


해맑은 꼬마는 그러거나 말거나 헤드셋을 끼고 영화를 보고 있었지만, 어른들은 좌불안석이었다. 게다가 동생은 탈이 난 여파로 기내에서도 연신 화장실을 들락거렸다. 얼굴도 점점 핼쑥해져 갔다.

이대론 안 되겠어서 그래도 영어 좀 하는 동생이 비행기 뒤쪽에 승무원들 존(?)에 가서 간절하게 물어보기로 했고, 너무나 감사하게도 차를 타면 한 시간 거리에 사비하괵첸 공항이 있다는 고급 정보를 들을 수 있었다.




무슨 차, 어떤 교통수단을 이용해서 가야 하는지는 지상태로 이스탄불 공항에 도착했다. 13시간 정도 비행을 했는데 3시간 정도로 짧게 느껴졌다. 몸은 천근만근이었지만.

비행기가 없다고 할 때부터 내내 긴장을 해서 그런지 온몸에 힘을 주고 있었나 보다. 우리의 할 일은 정해져 있었다. 이제부터는 진짜 여기저기 물어보고 또 물어보는 것뿐이었다.


큰 규모의 화려한 공항 내부는 하나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탑승수속하는 곳으로 올라갔다 내려왔다 여기저기 발 빠르고 신속하게 움직였다. 여행지의 이것저것 예약해 놓은 것도 있고, 하루가 더 걸릴 수도 있는 시간을 마냥 기다릴 수도 없는 노릇이었기에 비행기티켓을 바꾸는 것은 역시나 불가능이었다. 바로 짠 하고 비행기 표가 있을 리 만무했다.


이스탄불 공항, 터키에 대해서는 경유지일 뿐, 아무런 정보도 없었고 지리도 더더욱 모르는데 무엇을 타고 발음도 어려운 그 공항을 가야 하나. 우왕좌왕하는 와중에 공항 출구로 나가 바로 앞에서 택시를 타면 젤 빠르게 갈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고, 공항을 빠져나왔다.


첫 느낌은 아직도 스산하게 몸서리쳐진다. 이스탄불의 바깥공기는 너무 낯설었다. 더구나 깜깜한 밤이었고 좀 무섭기까지 했다. 군데군데 조명이 비추고 있었지만 불안한 마음이 더 움츠려 들게 했다. 즐비하게 서있는 택시, 기사와 택시비를 흥정해야 했고, 계획에 없던 생각보다 큰 지출(한화 100,000원가량)에 속이 쓰렸지만, 끊어놓은 비엔나행 비행기를 꼭 타야 했기에  택시에 몸을 구겨 넣었다.

공항 근처를 벗어나 이스탄불 시내를 거쳐 다시 변두리 같은 외곽도로를 달리는 동안, 눈치 빠른 택시기사는 거무잡잡한 얼굴에 동그란 눈으로 우리에게 걱정 말라고 했다.

어둠이 내려앉은 깜깜한 밤, 아무런 말도 없는 고요한 차 안, 그렇게 꼬박 한 시간을 달려 사비하괵첸 공항에 이르렀다.


원래 터키의 카파도키아, 파묵칼레를 비롯해 여기저기 여행하고 싶은 바람도 있었고, 낮에 이스탄불을 누비고 다녔다면 하는 아쉬움이 있지만, 터키는 나에게 달콤 쌉싸름한 곳이다.


이 문제의 공항은 그리 크지 않은 규모여서 아담하면서도 깔끔했다. 잔뜩 힘주고 있던 몸이 느슨해지고 다리에 힘이 풀렸다. 안도감에 긴장도 풀려 아늑하고 정겹기까지 했다.

분명 기내식을 어떻게 먹었는지도 모르게 입 속으로 욱여넣었는데 배가 고팠다. 이제야 웃음도 났다. 홀가분한 마음으로 기분 좋게 공항 식당가에서 밥을 먹고 비엔나행 비행기에 올라 세상 편하게 단 잠에 빠졌다.



 

숙소가 비엔나 중앙역 케른트너 거리 바로 가까운 곳을 예약한 덕분에 금방 찾아서 체크인을 하려는데, 글쎄 '오버 부킹'이 돼서 같은 계열 다른 호텔로 잡아줄 테니 그곳에서 묶어야 한다고 하는 것이 아닌가. 이런 또 황당한 경우가 우리에게 생기다니. 휴우.

원래는 비엔나 시내 중심지에 숙소를 잡아서 좋다 했는데 이것도 계획대로 되지 않았다. 시내와 멀어졌다.

택시를 잡아주었고 장장 인천을 떠나온 지 만 하루 만에 숙소에 무사 안착할 수 있었다.


이런 일있구나, 당황했다. 이런 경험을 몇 번 더 하면 태연하게 여행의 고수답게 잘 대처하겠지.

얼마나 이 여행이 좋으려고 시작부터 꼬이나 싶었다. 비행기에 숙소까지 맘대로 되는 것이 없었다.

우리네 삶도 비슷한 것 같다.


만약, 비행기며 숙소가 계획대로 순조로웠다면 비엔나의 추억이 훨씬 단조로웠을 것이다.


슈테판 대성당 내부와 외관
슈테판 대성당 전망대에 올라서 내려다본 비엔나
숙소를 나서면 보이는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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