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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니엘 Jul 08. 2023

커피를 서로 주려고 하는 방이 있다

처음엔 방을 뛰쳐나오려고 했었다.

커피만 서로 주는 것이 아니다.

이 방 안에서 서로 끈끈한 연대감을 느낀다. 바로 모두 브런치라는 플랫폼을 통해 글을 쓰고 있는 작가들이다.

서로 감사인사를 하기 바쁘다. 서로 질쎄라 축하멘트를 날린다. 이렇게 훈훈하고 정이 넘치는 방이라니.

지금까지 살면서 이런 방은 처음이다.



아이의 교육에 대해 보다가 알게 된 유튜브 채널 [슬기로운 초등생활]에서 하는 작년 말 브런치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되었다. 초등학교 교사로 수년간 근무하시다 지금은 베스트셀러 작가로, 강연가로, 유튜버로 활발한 커리어를 펼치고 계신 [슬초](슬기로운 초등생활의 줄임말) 운영자 '이은경 선생님'의 강의에 전국을 넘어서 해외까지 200명이 넘는 작가 지망생이 모여들었다. 각자의 원대한 꿈을 가지고 초롱초롱 빛나는 눈으로 '어떻게 하면 글을 잘 쓸 수 있을까'를 고민하며 한 마디도 놓치지 않으려는 비장한 결의가 있었다. 우리의 마음을 헤아린 선생님은 거의 대부분 엄마들인 학생들에게 '얘들아'를 외치며 열성적으로 하나라도 더 노하우를 가르쳐주려고 목에 핏대를 세우셨다.

어느 누 말하지 않아도 다 알 수 있었다. 교단에서 아이들을 가르칠 때 애정의 마음을 담아 '얘들아'를 외쳤던 그 열의가, 브런치 글쓰기 강의를 하다가 당신도 모르게 튀어나왔다는 것을. 멋쩍어하셨지만 우리는 가슴이 뜨거웠다.


이에 부응하듯 열심히 줌(Zoom) 화상수업을 통해 배우고 한 주에 하나씩 과제를 수행했다.

무엇보다 소통을 위해 '슬초 브런치 프로젝트 2022'라는 이름단체 톡방만들어졌고 그것이 바로 이 방이다. 그리고 우리는 브런치 프로젝트 '얘들아 1기'가 되었다. 그렇게 브런치에 입문하고 글을 쓴 지 7개월이 흘렀다.



단톡방(단체카톡방의 줄임말)이라고 해봐야 자모들, 친구들 삼삼오오가 전부였는데, 지금 현재 167명의 작가들이 모여있다.(몇몇 분이 나갔다. 이유야 여러 가지겠지만, 이해가 가기도 한다. 밑에 쓰려고 한다.)

사실, 프로젝트가 끝나고 시들어져 해체 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끌어주는 유쾌한 그녀들이 주축이 되어 아직도 활발하게 소통 중이다.

글 이외의 아이의 교육과 육아에 관해서도 서로 나누고 공감해 주고 조언을 구했다. 일상을 나누며 정이 들고 가까워졌다. 정모를 통해 오프라인으로 만남을 가진 작가들도 있지만, 얼굴도 모르고 메시지로만 이야기하는데 누구보다 친근해져 친구가 되었다. 동기들의 글을 읽으며 그들의 삶과 마음을 알아간다.


쓰기 위해서는 꾸준히 읽어야 하는데, 서로 아낌없이 책도 추천해 주고 소그룹으로 독서모임도 결성되었다. 그뿐이겠는가. 글쓰기 공모전은 어디서 어떻게 알았는지 다양한 공모전들을 공유했고, 한 마음으로 도전해 보라고 독려해주고 있다. 쓰다 보면 소재가 고갈되고 머리가 하얘질 때마다 단톡방에 한마디 하소연 했을 뿐인데, 여기저기서 이렇게 써봐라, 저렇게 써봐라. 이거 어떠냐, 이런 내용 좋지 않냐며 글감을 투척한다. 너무 정겹다. 무슨 말 한마디 하면 어미새가 먹이를 아기새에게 물어다 주듯 글감을 물어다 준다

정말로 단톡을 읽고 있으면 번뜩 글감이 떠오르기도 한다.



축하와 감사는 말해 모 하랴. 에디터픽이나 오늘의 작가로 선정되고, 다음 메인에 뜨면 당사자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캡처해서 톡방에 올려준다.

모두가 진심으로 부러움 섞인 축하를 건네고 당사자는 수줍게 감사의 인사를 연발한다. 난생처음으로 카카오톡 이모티콘을 구입하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일명 '임티ㅇㅇ'(여기서 ㅇㅇ은 이름)라는 애칭을 가진 작가는 백 마디 말보다 찰떡인 이모티콘을 날려 이런 별명이 붙었다.

매일매일 축하가 끊이지 않고 감사가 넘쳐난다. 늘 축제 분위기다.

언제부턴가 감사한 마음을 담아 커피 쿠폰을 뿌리기 시작했다. 지금부터 선착순 10명(20명, 5명)! 이렇게 하는 것도 이 방에서 처음 알았다. 서로 커피를 주고 싶어 안달이 난 사람들 같다.(하하)


늘 뒤늦게 카톡방을 들어가는 편인데, 어느 날은 여느 때와 같이 한바탕 커피(커피가 여러 번이다 보니 이 날은 자몽에이드였다.)를 주고받고 축제가 끝날 무렵 들어가서 쭈욱 읽어 내려가는데, 이 모습이 너무 예쁘고 사랑스러웠다. 이 방에 속해있는 게 눈물 나게 고맙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몽에이드는 받지 못했지만  그녀들을 선물 받은 거 같아서 '쿠폰은 못 받았지만, 받은 거나 마찬가지다. 축하한다.' 무심한 척 톡을 썼다.

그런데, 한 작가가 쿠폰을 모르고 두 번 눌렀다며 한 잔을 시원하게 드시라며 건네는 것이 아닌가. 고마운 걸 떠나서 몸 둘 바를 모르겠었다. 음료 한 잔 가지고 그러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같이 쓰는 사람은 그게 격려고 위로와 응원이라는 것을 안다.(쓰면서도 눈물이 나려고 하네.)



새내기 작가들이 글을 쓰고 발행버튼을 누르기까지 얼마나 고뇌를 하겠는가. 이렇게 저렇게 퇴고를 거쳐 발행을 하면 득달같이(표현이 다소 거칠지만 진짜 이런 느낌이다.) 달려와 라이킷을 누르고 정성스런 댓글을 달아놓고 간다. 영락없이 우리 얘들아 동기들이다. 물론 읽어보지도 알지도 못하는 작가들이 들어와 읽어줄 때도 무한한 감사를 느낀다. 이렇게 서툴기 그지없는 일기 수준의 이야기들을.

 한동안 슬럼프가 있었다.(이러면 되게 많이 쓰고 힘들어서 지쳤나 오해할 수 있는데, 3편 쓰고 그랬다. 풋.) 맛깔나게 술술 읽히는 재미있는 동기들의 글을 읽을 때마다 자괴감이 들고 점점 초라해졌다. 그래서 한 달에 한번 겨우 발행하고 두 달을 쉬었다. 브런치에도 들어가지 않았고 동기들의 글도 읽지 않았다. 책만 겨우겨우 붙들고 있었을 뿐.

초심을 잃고 허우적거리다 애써 정신을 부여잡고 글을 한편 발행했다. 그런데 늘 익숙하던 동기들이 잊지 않고 들어와 잔뜩 힘을 보태준다.

너무 주책맞아 보일까 봐 핸드폰을 들고 안방 구석에서 숨죽여 울었다.

수많은 글들이 쏟아져 나오는 망망대해에서 동기들이 없었다면 지금 이렇게 내가 쓰고 있지 못함을 알기에 고마움이 사무친다.



다른 사람들은, 심지어 남편도, TV 보면서 핸드폰을 확인하고, 통화를 하면서 손으로는 다른 업무를 하는 등의 멀티 수행을 잘하던데 나는 왠지 그게 너무 어렵고 안된다. 빨래를 개면서 TV를 보면 빨래만 개고 TV내용은 모르던가, TV에 빠지면 빨래는 뒷전이고 밥을 먹으면서도 영상을 못 보겠다.

그런 식이다. 둘 다에 집중이 안된다. 밥 먹는 거에 최선을 다해 집중하다 보면 영상은 본 거 같지가 않아서 나중에 다시 본다.

너무 소중한 단톡방 메시지인데, 바쁘지도 않지만 이것저것 하다 보면 확인을 못 할 때가 많다. 300+라고 안 읽었다는 숫자풍선도 처음이다.

그래서 우리 방에서 벽 타기란 말이 생겨났을 정도다.(헤헤) 하나하나 고이고이 확인하고 싶은 마음인데, 시간이 없고 한참 후에 뒤늦게 뒷북치기가 뜬금없어서 하고 싶은 말도 놓칠 때가 많고 다 못 읽을 때도 많았다.

책도 읽으면서도 동기들 글도 다 읽고, 정성 들여 댓글에 대댓글에 글까지 잘 쓰는 그대들을 보면 대단하고 혀를 내두를 정도다. 어떻게 시간분배를 하는지, 어떤 특별한 비책이 있는 것 같아 물어보고 배우고 싶다. 거기다가 카톡 대화까지 틈틈이 주고받는 스킬이라니. 와우.

난 도저히 이도저도 못 하겠다 싶어 충동적으로 이 방을 뛰쳐나가려고 하는데, 갑자기 여기 계속 머물러 이곳에 속해 있는 지금이 행복하다는 생각이 뇌리에 스쳤다. 휴우. 큰 일날뻔, 가슴을 쓸어내렸다.



요즘, 주변 지인들을 만나면서도 고맙다, 사랑한다, 축하한다는 표현을 잘 안 하고 살 때가 많은데, 우리 동기들은 매일 틈만 나면 고맙고 감사하다고 한다. 잘했다고 해주고 괜찮다고 위로를 건넨다. 서로 얼굴을 보면서도 안 하는데, 이런 단톡방은 처음이다.  


언젠가, 정말 커다란 방에 모이면 한 번씩 얼굴을 마주하고 안아주고 싶다. 가능한 삥 둘러앉아서 커피를 마시며 맘껏 이야기꽃을 피우고 싶다.

우리의 또 다른 만남을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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