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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곰 Sep 22. 2017

어포던스 Affordance

무엇이 우리를 여행하게 만들었을까

어포던스. 이 개념을 처음 본 건 직장 생활을 하면서 쌓여가는 책 속이다.


인간이 살아가는 주변 공간과 사물에 수많은 정보가 내포되어 있다는 개념이다. 어포던스는 '부여하다' 또는 '제공하다'라는 뜻을 지닌 동사 어포드 Afford를 명사화한 조어로, 감촉이나 질감처럼 감각을 표현하는 단어도 사물의 표면에서 얻을 수 있는 정보를 비유적으로 드러내는 말이다. 어포던스는 미국 생태 심리학자 제임스 깁슨 James Jerome Gibson이 확립한 개념으로, 생활공간에서 가치 있는 정보를 발견하고 보다 유용하게 사용하기 위해 디자인에서 응용되는 경우가 많다.



'아아, 역시 그랬구만' 하고 낮은 탄성을 내며 일기장에 이 문장을 서둘러 적었던 이유는 나를 둘러싼 공간과 물건에는 의미가 있다는 점이었다. 개인의 강력한 의지와 동시에 선택할 수 없이 부여된 상황들 사이에서 나는 가능하면 좋아하는 것과 견딜 수 있는 것들 사이에서 살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 문장을 만났다. 내가 책에 대해서 가지고 있는 하나의 믿음은 책은 자기가 필요한 때를 알고 있다는 것이었으므로. 그렇다, 확실히 내가 사는 공간과 내가 소유한 사물 안에는 내가 모르는 수많은 정보가 담겨 있다고 누군가 권위를 가지고 말해주었다. 과연 그중에 과연 무엇이 나를 행동하게 만드는지 알고 싶었다.


직장 생활을 시작하면서부터 '저는 서른 살이 되면 회사를 그만두고 외국에 나갔다 올 거예요' 하고 말했었다. 지금 생각하면 조용히 그만 둘 일이지 뭐 한다고 저렇게 이야기하고 다녔나 싶긴 하지만 말이라도 그렇게 해야 언젠가 회사를 그만 둘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을 뿐이다. 소설가와 영화감독을 동경하지만 모르는 사람이 주는 음료수는 마시지 않는다, 교통 법규는 무조건 지킨다 같은 구체적인 규칙이 내 삶의 바탕일만큼 겁도 많고 걱정도 많은 평범한 두 사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른 살보다는 조금 늦었지만 서른한 살 가을에 나는 남편과 함께 우리가 되어 떠났고 서른세 살이 되서 서울로 돌아왔다.


무엇이 나를 여행하게 했을까? 화려한 인증샷이나 수십만의 팔로워도 아니고 해외에 있는 친구들과의 우정 같은 것도 아니었다. 나는 그저 거기에 내가 있고 싶었고 함께 보고 싶었다. 가능하면 사는 동안 한 사람과 오래 여행하고 싶었다. 보지 못하고 지나칠 수많은 아름다움을 사진이나 다른 사람의 입으로 듣고 싶지 않았다. 뒷 문을 열어놓은 벤 바깥으로 보이는 풍경과 끝없이 이어진 길과 찬란한 태양 속에 있는 사람들의 이미지가 나를 여행하게 만들었다.



책 정보 / 창의성을 지켜라, 안그라픽스

보통은 책 이름과 저자, 출판사까지 꼼꼼하게 적어두는데 왜인지 이 책에 대한 정보가 없다. 그래서 기억을 더듬고 검색도 해보았지만 그렇게까지 많이 읽힌 책은 아니었는지 정보가 안나온다. 안그라픽스, 시드페이퍼, 미술문화 같은 출판사에서 나온 디자인 서적이었던 것 같다. 출간년도는 2010년에서 2012년 사이.


사진 정보 / 뉴질랜드 테카포 호수 Lake Tekap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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