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스럽게 떠나온 곳의 이야기를 하게 됐다.
사람들은 돌아가면서 지난 일주일 동안의 이야기를 했다. 영어로 말하는 능력은 제각각이었는데, 말을 가장 잘하는 니코는 천천히 말하려고 노력했고, 아냐도 사전에서 단어를 찾아가며 떠듬떠듬이나마 자신이 전하고자 하는 말을 했다. 이곳에서의 생활을 말하다보면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자연스럽게 떠나온 곳의 이야기를 하게 됐다. 무슨 일을 했는지, 그곳에 대한 감정은 어떤지 같은 것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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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무해한 사람, 아치다에서. 최은영. 문학동네
한 숨을 크게 쉬면서 실패 라는 주제에 대해 생각하며 다시 책을 읽는 겨울이 되었다. 업으로 책 쪽에는 두 번 다시 발도 들이지 않을 생각이지만 읽지 않고 꽤 오랜 시간을 보냈다. 즐거움이 큰 시간들이었지만 남은 것이 없다는 생각도 든다. 그래서 입을 꾹 다물고 겨울 바람이나 다른 사람들의 지나가는 말에 상처받지 않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책을 읽는 일이다. 읽히는 책부터 읽어보자는 생각으로 마음에 들건, 들지 않건 읽고 있다. 소화시키기 어려운 설익은 밥을 씹어먹는 황망한 기분으로. 책을 읽으면서 무수히 많은 순간들이 떠오른다. 그 생각들에 대해서는 차분히 이야기할 수 있을 때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