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나를, 멀리서 바라본다면
아마 중학교 1학년 때쯤이었을 거야. 강원도 살 때, 직업군인들 가족끼리 모일 일이 많았었거든. 계급이 높은 남자들은 거실 소파에 앉고, 낮은 사람은 바닥이 앉고, 여자들은 계급이 높은 남자의 부인이 식탁 의자에 앉고, 낮은 남자의 부인이 싱크대 앞에 서서 부지런히 움직이는. 그때 알게 된 어떤 사람이 있었어.
나이는 이십대 중반 정도였는데 항상 난처해보였어. 여자들의 대화에 끼어들려고 노력하는데도 잘 어울리지 못하고 남편도 항상 못마땅하게 쳐다보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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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무해한 사람, 모래로 지은 집. 최은영. 문학동네.
내 몸에서 빠져나와 한 3미터 쯤 떨어진 자리에서 추워진 계절에 옷깃을 여미며 종종 걸음으로 출근하고 부장님께 작은 목소리로 인사하고, 양 옆을 볼 수 없도록 눈 옆에 가림판을 달아둔 말 한 마리처럼 되도록 내가 해야할 일만 하고, 들리는 소리도 들리지 않는 것 처럼 앉아있는 나를 본다면 아마도 이런 마음일 거란 생각이 든다. 어쩌다 이런 연민을 스스로에게 느끼게 되었는지 그것부터 울쩍한 일이지만 후회하지 않기로 했다. 지금은 조금 침잠하는 중일 뿐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