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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곰 May 31. 2020

나는 나의 삶을 쓴다.

그것이 내 모든 것이다.

제가 조금만 다른 사람이었다면, 신세계 본점으로 직행해서는 고급하고 세련된 코트를 한벌 사고 끝냈을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발품을 팔아 여기저기 오가고, 비교하고, 너무 과하거나 너무 무심해 보이지 않을까 자기검열하고, 그런 나의 구질구질함을 견디고, 그리하여 이만구천원짜리 남방을 집어들고선 만족하는 것. 어머 이거 싸구련데 생각보다 괜찮지 않아? 하고 말하는 것. 그것은 저의 성격이기도 하지만, 제가 생각하는 산문성과도 그리 다르지 않은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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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절과 기분, 김봉곤. 창비.


+ 읽기 전엔 여름과 새로운 작가에 대한 기대감이 있었고 반 정도 읽었을 때는 이 책이 가진 가벼움 때문에 집중이 잘 되지 않았다. 그런데 결국은 가벼워서, 구질구질해서 다 읽어버렸다. 자기 자신에게 솔직할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건 어려운 일이니까. 그런 자신을 미워하지 않고 누군가에게 나를 미안해하지 않는 일은 힘든 일이니까. 부채감이나 숨고 싶은 마음 없이 누군가를 떠올리긴 거의 불가능한 일이니까. 이러한 마음으로 이 책을 덮게 될줄은 몰랐다. 너무나도 솔직한 사람이 하는 절절한 변명을 듣고 있는데 내 마음에 불이 나다가 또 갑자기 서늘해지는 기분이 드는 것이다. 작가와 동갑인 나와 남편과 언니와 아주버님과 작가가 모두 다르게 살고 있다. 집을 사는 일에 축하는 받는 게 어색하고, 견딜 수 없던 회사가 다닐만해지고, 사랑하는 남편이 무척 애잔해 보인다. 사람의 마음이란 전에는 이해할 수 없는 방향으로 서슴없이 나아가는 것일까. 이해할 수 없는 것에 흥미를 잃어버리는 사람이 될 뻔했는데, 그것보다 너른 마음으로 나이 들어갈 수 있기를 바라보는 서른다섯의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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