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만큼 그 시간을 사랑하지 못하기 때문에
불안을 입에 물고 삼키지도, 뱉어내지도 못하면서. 어떤 날엔 차가 덜컹하는 사이에 입 밖으로 튀어 나가거나 몹시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서 삼켜지기도 한다. 오늘은 오뚜기 수프 같은 녹진한 국물의 칼제비를 먹는 순간에 몰입하면서, 올 일이 없는 번호로 오는 주말의 전화를 받아 들고 평이하게 끊고 나서 그 불안을 넘겼다. 생각해보면 내가 걱정하거나 두려워하는 것과는 별개로 일어날 일은 일어나고, 뒤통수를 세게 친다. 사랑을 하면서도 이별도 해보고 싶었는데 이상하게 회사 일과 관련해서는 제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기만을 바란다. 하지만 바라면서 그 바람이 잘못된 전제라는 걸 느낀다. 어떤 일이 일어나도 견딜 수 있기를, 강해지기를 바라는 것이 맞다. 그런 마음을 먹어야 한다. 그건 진짜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선긋기를 그만둬야 한다. 지금 여기에 있는, 지나온 모든 시간이 다 오롯이 나인 것을 받아들이는 일. 올해의 숙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