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상적인 분위기, 손님의 소맥
식당 일을 배우다 보면 내가 의도하지 않았지만 눈에 들어오는 시선이 있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담배다.
난 담배를 피울 줄 모른다. 앞으로도 피울 생각이 없지만 고모 식당을 다녀간 남자들은 십중팔구 담배를 태우는 사람이 많다.
고모부께서는 흡연자이신데, 가게 일이 바쁘지 않으시면 근처 벤치에서 혼자만의 시간을 만끽하신다.
가끔 친한 가게 사장님께 껄껄 웃으며 말을 걸기도 하시고 그냥 뭉게구름만 하늘로 보낼 때도 있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며 말이다.
내가 아침 8시가 되도록 널부러져 깊은 잠을 자고 있는 동안
이 곳의 어른들은 매번 아침 5-6시 사이부터 일찍이 하루를 시작하신다.
가게에 아침밥을 먹으러 내려가면 고모부는 밖에서 담배를 들고 하늘을 보며 앉아계신다. 그저 가만히.
우리 아빠의 형님들도 담배 피우시는 걸 즐기신다.
반면 형제들 중 유일하게 우리 아빠만 담배 냄새를 싫어하셨다.
생각해 보니 아빠의 바지 주머니에서 담배가 나오는걸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자연스럽게 나도 집에서 담배냄새를 맡아본 적이 없었기에
나 역시 냄새를 맡고 있으면 숨을 참고 싶어진다.
유일하게 나와 오빠와 엄마와 같이 식탁에 둘러앉아
딱 한번 편의점 맥주를 따주신 때가 있다. 내가 고3 때의 일이었다.
"딸, 마셔보니 어때?? 여기 안주랑 같이 마셔봐. 다른 데서 주량 모르고 막 마시는 것보다 엄마 아빠랑 같이 있을 때 마시는 게 훨씬 나을 거야ㅋㅋ"
그때 처음 마셔본 맥주의 맛은 참 썼다. 이걸 왜 어른들이 마시는지 이해되지 않았고 인상만 찌푸려질 뿐이었다.
"윽... 아 진짜 개 맛없어!"
그 말에 우리 집은 시끄러워졌다. 하나가 된 처럼 부모님은 웃으셨고 오빠는 누가 술을 맛으로 먹냐고 내 이마를 세게 쥐어박았다.
그때 난 정말 술을 몰랐다.
유흥에 소질이 없는 난 성인이 된 지금도 술을 일부러 찾아마시는 경우가 현저히 적다.
많아야 일 년에 두어 번이던가.
내가 술을 찾아마시는 경우가 있기는 하다.
친하다고 생각되는 사람들과 함께 여행을 갔을 때 편의점 무알콜 맥주를 친구와 나눠마셨다.
혹은 7도짜리 레몬 맥주를 사서 반캔만 마셨다.
술을 잘 마시고 싶기도 했지만 그러지 못한다는 사실을 빠르게 깨달았다.
그래서 술을 분위기에 맞춰 마시기는 해도 억지로 먹어 버릇하지 않는다.
그동안 나는 성인이 되었고
술을 마시는 대신 횟집에서 알바를 배우는 중에 여러 류의 술 손님을 받고 있다.
아저씨 5명이 와서 8병 이상을 마시는 풍경도 있었고,
퇴근하고 혼술과 물회로 저물어가는 노을을 안주 삼아 드시던 아저씨.
노부부끼리 오셔서는 딱 소주 한병과 식사를 하는 분도 계셨다.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손님이 따로 있는데,
예쁘고 푸른 바다 티셔츠를 맞춰 입고 온 남자 두 분이었다.
메뉴판을 보고는 나에게 어떤 메뉴가 좋을지 진지하게 물어보기 시작했다.
그분의 목소리는 퍽 차분했고 젠틀했다.
행동 역시 군더더기 없이 깔끔했다. 내 또래 같았는데
정말 부러운 인상과 말씨였다.
주문한 메뉴가 나오고 나는 나의 일을 묵묵히 했다. 카트를 끌고 메뉴를 서빙하는 중 추가 요청을 하셨다.
"카스랑 참이슬 하나 주세요~"
차분히 민증 검사를 한 후 테이블에 소주잔과 맥주잔, 술을 내려놓고 돌아왔다.
맛있게 드시라는 나의 인사에 감사합니다~
하시고는 주문한 소주와 맥주를 각 한 병씩 동행분과 함께 드시는 것 같았다.
그때 나는 여러 손님의 밑반찬을 리필하고 메뉴를 받느라 정신이 없었다. 잡일도 해야 했으므로 너무 피곤했다.
잠깐 틈이 난 사이에 카운터에서 손님 테이블을 보며 멍하니 본 풍경은 평화 그 자체였다.
스쳐가듯 느껴진 두 분의 분위기는 정말 따듯했고
손님의 웃음을 우연찮게 보고 말았다. 그 웃음은 순수했다. 입고 오신 옷처럼 푸른 바다가 쏴아-하고 밀려오는 개운한 미소였다.
내가 원하는 아주 이상적인 식사의 모습을 하고 계셨다.
고함도, 화도 없으며 적당한 침묵 안에서 묵묵히 함께 일하는 이모님과 나. 그 속에서 평온함을 느꼈다. 논알코올을 즐겨마시지만 나였어도 한 번쯤 소맥을 말아먹으며 얼굴이 빨개져도 괜찮지 않았을까.
평소처럼 퇴근을 하고 돌아왔다.
그날은 어쩐지 집에 돌아오자마자 고양이랑 좀 놀다가 금장 잠에 들 수 있는 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