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만한 사람
8브런치 스토리에 글을 올리며 명확한 나의 설명을 하나도 하지 않았다.
내가 누군지를 적으려면 나의 학창 시절 이미지를 먼저 떠올려야 하겠다.
전에 7살 때의 일화를 적은 적이 있었다.
유치원생의 난, 조금 산만한 아이였다.
유치원에서 하는 율동 잔치가 있었다. 나는 당시 6세였고 내 자리는 무대 맨끝이었다.
선생님과 반친구들은 다 잘 추고 있는데, 나만 율동을 하다가 자꾸 멈췄다고 했다.
시선은 허공을 보고 있었고, 당시 율동을 까먹었는지 어쨌는진 몰라도 그 당시의 일은 제대로 기억나진 않는다.
그걸 지켜보던 부모님은 걱정되는 마음에 이튿날 아동병원에 데려가셨고 돌아온 의사의 답변에 아빠는 할 말을 잃었다고 했다.
"아버님.. 이 아이는 그냥 산만한 겁니다. 병도 아니구요. 그냥 다른 아이들보다 집중력이 떨어지긴 하나 큰 문제는 아닙니다. 걱정 마세요."
그렇게 난 그날 산만한 어린이가 되었다.
한 번은 동네 공원에 네발 자전거를 타러 갔다 처음 보는 5살 아이를 만난 적이 있었다.
그 아이가 내가 타고 있는 네발 자전거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는데, "야! 타!"라고 말하는 어린이가 바로 나였다.
내 산만함이 남을 즐겁게 하는 곳에 손을 뻗기도 했다는 사실이 썩 나쁘지 않았다.
어린이가 건넬 수 있는 가장 재미있는 놀이! 그 사실이 좋았다.
처음 본 아이에게 스스럼없이 같이 타자고 말하던 아이는
훗날 처음 보는 택시 기사님에게 우리 가게 맛있다고 가끔 영업을 하는 아르바이트생이 되었다.
별 기대 없이 홍대 집사카페에 갔을 때는 같이 갔던 친척 언니보다 능청스럽게 공주 콘셉트에 스며드는 20대가 되었다.
산만하고,말하는 걸 좋아하고, 시도하는 걸 좋아했지만 꾸준히 싫은 것도 있었다.
공부하는 것이 너무 재미가 없었다. 특히 수학은 초등학생 때부터 쉬운 문제를 나 혼자 못 풀어 나머지 공부를 하기 일쑤였고, 항상 나를 맡아온 담임 선생님들에게는 '더 챙겨주고 싶은 아이'로 생기부에 기록되곤 했다.
특성화 고등학교로 진학했을 때도 여전히 공부를 못하는 학생이었다.
수학과 과학을 못하니까 더욱이 재미도 없고 하고 싶지도 않았다.
그 대신 시간이 남으면 도서실에 들러 소설 한 권씩을 대출해오곤 했다.
에세이보단 일본 소설과 한국 소설을 좋아하는 학생이었다.
나와 친했던 동창 친구들은
'책 좋아하는 친구'로 기억된 걸 처음 알았다.
내가 기억하는 나의 모습은... 공부를 못했던 하위권 친구. 그리고 놀기를 좋아하는 친구로 기억돼 있을 줄 알았다.
물론 책을 읽기만 하고 쓰기를 하지 않은 건 아니다.
내가 글을 처음 쓰기 시작한 건 다이어리 꾸미기.
일명 다꾸를 시작하면서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그때 당시에 일기 쓰는 걸 왜 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그날그날 기억에 남은 일화를 스티커와 함께 꾸미는 게 재밌어서 한 거 같기도 하다.
고등학생 때 처음 다이소 노트에 끄적이기 시작한 나의 다이어리와 함께 학창시절이 지나고 있었다.
고등학교를 거쳐 전문대학교 제과제빵과에 들어갔지만, 빵을 사랑한다거나 꿈빛파티시엘을 보고 과에 간 건 아니었다.
같은 반 친구가 만들어온 버터쿠키를 먹은 적이 있었는데 당시 난 마음이 조급했었다.
아무거나 하자는 생각으로
제과제빵과를 가기 위해 제빵 학원을 다니기 시작했다. 학원을 다닌건 백프로 나의 의지는 아니었다.
부모님의 등쌀에 떠밀려 학원을 다니고, 대학을 갔다. 그 당시에는 정말 내 선택이 미워 미칠 것 같았다.
과 특성상 실습을 7시간이 넘게 했다.
실습실에 서서 빵이나 과자를 만드느라 집에 오면 항상 진이 빠져 금세 잠에 들곤 했지만 체력이 남을 땐 일기를 빼지 않았다.
일 년 동안 지속한 나의 다이어리에 빼곡히 적어놓은 말들을 다시 보고 싶어서 계속 적어나갔다.
동시에 연예인을 좋아하기 시작했다. 내가 좋아한 영화배우는 소설책을 읽는 게 취미였고, 대본도 빠짐없이 꼼꼼히 본다고 말했다.
난 그때 내 이상형이 책 좋아하는 사람, 말을 신중하게 뱉으면서도 가끔 뻘하고 뜬금없는 포인트에서 타인을 웃기는 사람이란 걸 알게 됐다.
좋아하는 마음을 빠짐없이 적을 곳으로 블로그를 선택했다.
내 블로그는 2년째 지속되는 중이다.
내 블로그엔 배우를 좋아하게 된 이유와, 그가 재밌게 보았다고 한 영화 후기들을 적었다.
내 정체성을 확고하게 만든 것은 덕질이었던 것이다.
스티커를 덕질하다 일기를 썼고, 천재적인 작가의 글을 보는 게 좋아서 소설을 읽었다. 그리고 본업을 덕질하는 배우를 덕질하며 나를 키우고 있다.
이것이 바로 나의 기록들이다.
내가 쓴 글을 훑어보면 너무 중구난방이라 다른 이들이 읽을 때 이상하게 보이진 않을지 걱정을 한다.
그 점은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하는 것이지만, 글에 내 특성을 담고 싶다.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것. 그것이 내가 원하는 글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