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라 하기를 해보기 [고양이](25.08.06 수)
내가 머물고 있는 친척 집에는 고양이 한 마리가 있다.
얘 이름은 말 그대로 고양이. 성이 고. 이름이 양이란다.
양이는 게으름이 많다.
이미 8살이고 노는 거보다 잠을 더 좋아한다.
그래도 내가 천 원짜리 장난감을 갖고 팍팍 흔들면 누워서 반응해 준다. 그게 얼마나 고맙고 웃긴지 양이는 모른다.
누워서 놀 때 보이는 핑크빛 뱃가죽이 너무 보들보들해 보인다. 솜사탕 비슷한 촉감일 것만 같다.
하지만 무턱대고 배를 만지면 항상 물리기 직전까지 가곤 한다.
어째서냐면.. 내가 관찰한 얘는 개냥이보단 소심냥이에 가깝고 그만큼 사람에게 배 보이는 걸 조심스러워 했기 때문이다.
할퀴는 것과 무는 걸로 세상을 배우는 동물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현관을 열고 들어왔을 때 높은 곳에서 사람을 쳐다보거나, 먼저 꼬리 반응부터 보고 바닥에 드러누우면 그때 살살 만지기 시작한다. 다신 오지않을 기회일 것 같아 자꾸만 양이 옆으로 붙는다.
어찌 보면 내가 타인과 이야기를 나눌 때의 형태와 비슷하다.
나도 가족에게 말하고 싶지 않은 비밀들이 있다. 하지만 고민을 토로할 상대가 없을땐 어쩔수 없이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 그러면서 양이처럼 화를 내기도 하고, 말로 할퀴기도 한다. 그러다 카톡으로 "죄송해요. 내가 미숙했어요"라고 진심어린 사과를 건넨다.
타이밍. 타이밍이 생명이다.
평소 본집에 있을 때 김명철 수의사의 유튜브를 자주 보았다. 그리고 유기묘 카페에서 고양이와 교감도 했지만, 걔네와 양이의 성격은 제각기 다른 모습이었다.
사람을 무서워하는 고양이, 사람을 좋아하는 고양이, 습식 싫어하는 고양이, 건식 싫어하는 고양이, 그냥 다 먹는 고양이. 다 다르다.
당연하다. 사람마다 특성이 있듯 고양이도 똑같으니까.
그라도 사람을 대하는 것보다 기분이 좋다. 부드러운 털과 울음소리가 또 보고 만지고 싶은 것이라서 그러하다.
고양이에 관심이 많은 나는 이곳에서 자연스럽게 가게 일로 바쁜 고모를 대신해 임시집사의 임무를 자주 수행하고 있는데,
첫째. 놀아주기
둘째. 아웅-하고 울면 습식사료 열어 대접해 드리기
셋째. 손등 냄새 맡는 거 도와주기
넷째. 똥 치우기
다섯째. 만져드리기
를 한다.
여러 날은 양이의 기분이 좋은 때가 많았다.
그래서 밥도 주고 이마도 쓰담쓰담해 주니 바로 바닥에 발랑 누워버렸다.
알바를 끝내고 오면 항상 몸이 먼저 지친다. 그래서 샤워를 제일 먼저 하는 게 루틴인데, 이날은 양이가 바닥에 눕는 걸 보자 나도 같이 벌러덩 누워버렸다.
고양이의 편안함을 따라 해보고 싶었다.
무방비 상태로 아무도 없는 주방 바닥에서 노란 형광등을 쳐다본다.
지금 순간만큼은 멍 때리기 대회 나가면 딱 좋을 것 같았다.
그리곤 양이를 쳐다보았다. 양이도 나를 반쯤 풀린 눈으로 쳐다봤다.
양이의 동그랗고 옥구슬 같은 눈을 보고 있자니 역시 양이를 안고 싶었다. 하지만 지금 양이를 안으면 바로 도망가거나 할퀼 것 같으니 곧장그만두고 볼따구를 벅벅 긁어줬다.
양이는 헤드번팅도 조심스럽게 한다. 내가 손등을 대면 약 3초 뒤에 작게 내 손을 콩- 박는다. 그게 정말 소중하다.
이런 애가
하루 종일 밝은 형광등만 켜진 집에서 잠을 자며, 밥그릇을 보며 지 예뻐하는 사람이 오길 기다릴 것을 상상한다.
나는 얘의 주된 보호자가 아니다. 그냥 머물다 가는 사람이다.
내가 직접 고양이를 만지고 잠깐 돌봐보니 정녕 키울 수 없을 것 같았다. 대신 내 마음은 편안했다. 많은 걸 통괄하며 공존해가는 생명체라서. 작은 이유 하나로도 충분한 놈인 걸 깨닫는다.
많은 생각이 지나가는 거실 바닥에서 드러누워 글을 쓰는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