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 설치는 밤들(25.08.11 월)
여자라면 원하지 않아도 무조건 겪는 생리통이 있다. 그리고 난 임시독립을 하는 요즈음 3개월 사이 2번이나 겪었다.
이곳에서의 첫 주는 필연적 여유를 느낄 수 있는 하루였다.
나와 함께 다니는 '붙이는 핫팩'과 타이레놀 친구는 단짝이다. 얘네가 없으면 정말 안된다.
강릉에 온 후 휴일에 꼭 가보고 싶던 서점이 있어 일요일에 갈 곳을 계획해 두었다.
나름대로 휴일 계획을 세워놨는데.. 압정 같은 생리통 덕분에 배를 움켜쥐고 낮잠을 자다 기력을 회복했다.
그리곤, 나를 대신해 사다 주신 김밥을 챙겨 먹고 이날의 서점 투어 일정을 소화했다.
낮잠 덕분에 통증은 많이 가라앉았다. 하지만 무더운 날씨에 줄줄 흐르는 땀은 막을 수 없었다. 그래도 갔다. 목표니까. 거창한 목표가 아니어도 귀하 게 여기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 한걸음을 나 자신과 했기에 깨고 싶진 않았다. 1%라도 말이다.
6월의 주기는 미칠 듯한 고통이 서서히 조여들어왔다. 아침에 몸을 일으키는 것부터가 고역이었다. 이대로 가다간 저승사자랑 하이파이브하겠구나 싶어 바로 타이레놀을 챙겨 붙이는 핫팩을 속옷에 붙인 채 밥을 먹으러 내려갔다.
밥이 들어가면 좀 나을 줄 알았던 건 내 착각이었나.
맙소사... 상태가 더 심각해지고 있었다.
그때쯤 되면 내 몸은 이미 생리통과 전날 일한다고 많이 먹은 탄수화물이 아직 몸에 남아있어 복통은 점점 더 심해지는 중이었다.
종이박스를 옮기다 그대로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1.. 2.. 3..
애써 침착하며 입으로 3초를 작게 세어보았다.
천천히 무릎을 짚고 다시 일어나 일을 복기하려는 순간
이마에선 식은땀이 나고 그날 아침밥을 토할 것 같은 직감이 들었다.
그렇다. 난 바로 화장실로 뛰어갔고 여러분이 생각하는 입 밖으로 우웩--을 길고 고통스럽게 했다.
정말이지 저승 셔틀버스 타기 직전이구나... 싶어 바로 사장님께 양해를 구한 후 침대로 몸을 누이러 갔다.
똘똘이와 양이가 들어오지 못하게 방문을 닫고 헐떡이는 숨을 진정시켰다.
그러고 30분을 잤던가. 고모는 무리하지 않아도 된다며 천천히 내려오라 하셨지만 나와 힘께 일하는 이모님이 2 혹은 3인분을 하고 계실 걸 생각하니 맘이 편치 않아 졌다.
그래서 기운이 돌아오자 바로 알바를 하러 내려갔다.
잊고 살았던 날이 또다시 돌아오고 말았다.
정확히 작년 늦봄 무렵. 내가 서울 여정을 다녀온 2월 16일에 심한 몸살을 앓았다.
1월에 받은 수술과 2월의 잊지 못할 최애와의 만남, 그리고 3일 뒤엔 면접처의 합격연락을 받았다.
그중 침대에서 합격 연락과 사진첩 정리, 블로그 글감 쓰기를 모두 해결했다.
몸살에 걸린 날 파란 껍데기의 짜 먹는 약을 움켜쥔 채 잠이 들곤 했다. 나의 이동동선 딱 정해져 있었다.
널찍한 안방의 화장실과, 부엌의 정수기 앞. 그리고 간이 식탁을 올린 침대. 이뿐이었다.
이틀은 어찌어찌 짜 먹는 약으로 셀프 처방을 해두었으나 남은 날은 의사의 도움이 없으니 너무나 힘이 들었다.
그래서 곧장 일요일에 문 여는 병원을 찾아 잘 나오지도 않는 목의 침을 꿀꺽 삼키며 증상을 말했다.
의사는 가벼운 몸살이라며 주사를 처방해 주었고, 하루 뒤 한결 개운한 잠에서 깰 수 있었다.
그리고 오늘. 아니 정확히는 지난 주인 2일 전의 나에게 몸살이 돌아왔다.1년 만에 '그 주기'가 돌아온 거다.
그것도 더워 죽겠는 한여름에. 더운 바람 불고, 강릉엔 비가 너무 안 온다며 걱정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또다시 환자가 되었다.
하는 수 없이 눈을 뜨자마자 지끈거리는 이마를 붙잡고 일요일에 진료를 보는 가정의학과를 찾았다.
도착해 보니 이미 내 앞으로 15명의 접수가 되어있었다.
그토록 오래 진료를 기다린 건 오랜만이었다.
50분가량 기운 없이 구세주 같은 의사 선생님께 말할 증상을 머릿속으로 생각했다.
내 이름이 불리고 난 기다렸다는 듯 진료실 문을 당겼다.
"@@님! 어서 들어오세요^^"
"안녕하세요.. 선생님 저 머리가 너무 지끈지끈하고 근육통이 심해서 왔어요. 열 재보니 미열도 있었어요.."
"그래요? 근데 주소지는 강릉이 아니네요? 여행 중이세요?
"아 잠시 일하는 중이라서요. 일주일 중 하루를 쉬는데 제가 휴일엔 집에 있는 게 갑갑해서 자주 돌아다녔어요."
"아유 주말엔 푹쉬시는 게 좋은데..일단 미열이 있으시니 해열제랑 근육통 가라앉히는 약 그리고 이것저것 처방해 드릴게요. 이거 드시고 오늘은 푹 주무셔야 돼요. 물도 많이 드셔도 되는데 정 안되면 이온음료도 괜찮습니다. 엉덩이 주사도 놔드릴게요~"
선생님과 상담을 마치니 현타가 왔다.
세상 기운 없는 목소리로 또박하게 대답하려 애를 먹는 내가 참 안쓰러웠다. 이런 게 바로 자기 연민인가..
나도 모르게 힘이 들어가 더 아프게 맞은 엉덩이 근처를 살살 문지르며 불쌍한 몸뚱이를 위해 병원에서 택시를 타고 돌아왔다.
문제는 오늘이었다.
어제 너무 심했던 근육통이 사라지긴 했으나 미열과 기운이 더욱 빠진 채로 밤잠을 설쳤다.
빌어먹을 지독한 모기 새끼 때문에 특히나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는다.
모기를 발견할 때마다 커터칼로 팔, 다리, 몸통 분해한 뒤 라이터로 지져버리고 싶다. 내가 이 새끼만 하루에 몇 마리는 잡는지나 모르겠다. 3마리를 계속 잡는 중이라 그렇다. 곧 꿈에 안녕하세요 문안 올지도 모를 일이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 아침을 평소보다 일찍 먹고 약을 챙겨 먹었다. 한시라도 빨리 먹지 않으면 두통이 심해질 것 같았다.
약을 먹고 낮잠을 자고, 출근을 했다.
그러나 오픈 시간에 받은 손님들 덕분에 스트레스가 배로 쌓이고 평소보다 기운이 점점 더 빠지기 시작했다.
몸살 나면 수액 맞는 것이 가장 효과가 빠르다고 했던 말이 불현듯 생각나 같이 일하는 분께 물어보았다.
"혹시.. 수액 맞아보셨어요?"
내 상태를 익히 들어 아는 이모님은
"맞아봤죠. 그거 진짜 다이렉트예요. 쑤욱해서 한숨 자고 일어나면 금새 화장실 가고 싶어 져요. 그럼 끝나있더라고요ㅋㅋ"
라며 수액 맞을 것을 적극 추천하셨다.
본집 돌아가면 비타민 주사라도 꼭 맞으라고. 그때쯤 되면 더 심하게 앓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수액. 수액이라. 오늘이야말로 수액을 해야 할 날이 왔다고 생각했다. 브레이크 타임에 무조건 가자고 생각이 들자마자 점심을 먹고 어제 처방받은 약을 챙겨 가까운 내과에 방문했다.
의사 선생님이 참으로 친절하셨다.
내 이야기를 빠짐없이 잘 경청해 주셨고, 추가적인 약처방 대신 수액을 맞고 싶어 하는 나를 존중하셨다.
깔끔한 병원 수액실 침대에 누웠다.
조그맣게 들리는 환자 호명 기계음을 제외하니 내 마음은 한결 느긋해졌다. 이대로 하루만 일터에 가는 걸 쉬고 싶기도 했다.
누운 채로 엄마에게 카톡을 남겼다.
'엄마딸몸살나서5만원짜리비타민맞는중'
카톡을 받은 엄마와 20분 뒤 통화를 했다.
5만 원이 나왔다며 말하는 나에게 엄마는 수액에 돈을 아까워하지 말라고 하셨다.
사실 돈이 전혀 아깝지 않다. 나에게 투자하는 거니까. 내 하나밖에 없는 몸은 내가 가장 아껴주고 보듬어주어야 하니까. 무엇이 되었든 타인과 나를 놓고 보았을 때 어떤 것이 후회하지 않을 선택인지를 고민한다.
그것이 어렵다면 지금 순간엔 어떤 걸 해야 가장 안정될 수 있는 지를 생각한다.
여전히 내 몸 이곳저곳엔 모기한테 뜯긴 흉들이 져있다.
잠 못 이룰 때마다 버즈를 끼고 홍경이 출연한 댓글부대 라디오를 수없이 듣는다.
때론 빅뱅의 플레이리스트와 인디밴드의 플레이리스트를 틀어둔다.
단순하게 생각하자. Easy.
이지한 인간이 되어보자.
다짐을 하는 사이 오늘의 날은 금방 어제가 될 준비를 하고 있다.
내가 편안히 잠에 들기를 바라는 시간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