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나와 멀어지는 연습 1일 차
학창 시절 알바를 해볼 생각을 못했다. 감사하게도 부모님의 도움을 받은 덕분에 가능했다. 난 그 사실에 여전히 감사한다.
하지만 내 주변 친구들 중에는 스스로 편의점 알바를 시작하거나, 특성화 고등학교 특성상 조기 취업을 하는 사람이 많았다.
호텔리어를 꿈꾸었던 친구는 미리 레스토랑 알바를 하기도 했댔다.
난 그때 돈 버는 방법을 몰랐다. 그렇다고 공부를 잘하는가? 절대 그런 기적은 없었다.
독서실에서 공부를 해봐도 내 시험지엔 거의 폭우 수준의 비가 내리곤 했다.
유일하게 친했던건 앱테크였다. 정확히 고2 때 캐시슬라이드로 5만 원 출금을 처음 해봤다. 그때 이후론 쭈욱 앱테크를 재미로 하고 있다.
허나 직접적으로 내 꿈과 연관된 것은 아니었다.
어정쩡한 성인이 되어 전문대학교를 갔다. 과 수업에 많은 애정을 갖지 못했던 나는 첫 실습 때도 말이 없었다.
초반엔 누군가와 친해질 생각도 하지 못했다.
신입생인 난, 그냥 어디론가 항상 도망가고 싶었다. 멀리멀리.
하지만 피할 수 없는 현실에 수긍하며 그냥저냥 실습을 열심히 했다. 평일 아침 학교로 가는 셔틀버스에 올라 침 흘리며 잠들고 1시간 뒤에 깨서 실습실로 갔다.
누군가에게 특별히 밉보이는 걸 원치 않았다.
특히 실습시간에는 강박이 더욱 심해졌다.
나 혼자 뒤쳐지면 안돼.
이것 말고는 내가 할 수 있는게 없어.
제발 보통만 하자. 보통만. 보통만. 보통의 인간이 되자..
그러다 보니 '그냥' 열심히 하는 실습보단 더 재밌는 게 없다는 사실을 깨닫자 허탈해졌다.
교수님의 평가를 신경 쓰느라 소홀해졌던 게 생각났다.
"나 오늘 괜찮았어? 뭐 실수한건 아니겠지?"
라고 친구에게 질문하는 모습이 떠올랐다.
연신 제빵 레시피를 보며 아등바등 진도를 버겁게 견디는 모습도 떠올랐다.
실습 시간마다 작아지는 나의 모습이었다.
그때마다 좋아하는 걸 어떻게 풀어낼지 생각하며 나를 달랬다.
최애 배우 홍경이 나온 '정말 먼 곳' 영화를 보고 3페이지를 꽉 채워 썼던 영화 감상문, 책 '자유론'을 다 읽지도 못했지만 마일리지를 받기 위해 썼던 독서 감상문. 한 페이지를 채우는데도 노트북의 스페이스 바와 지우기 버튼을 수도 없이 눌러댔다.
그 가상한 마음 덕분인지 동기들과의 관계도 원만했고 소액의 장학금도 받으며 행복하게 졸업할 수 있었다.
어릴 때부터 받아온 돈들은 대부분 저축했다. 알바를 자발적으로 안 한 대신 다른 수단으로 받는 돈들을 쓰지 않았다. 그래서 일을 하고 있어도 해외여행 만큼의 경비가 나가는 것이 부담스럽다.
내 옆에 읽을 신문과 책이 없다면,
인스타그램 어플을 제일 먼저 찾게 된다.
나의 인스타그램 피드엔 친구들의 여행사진, 다른 일행과 만나서 서로 찍어주는 모습, 덕질하는 연예인의 사진 등등이 올라오곤 한다.
알바와 일을 하면 할수록 외로운 마음이 든다. 무언가를 하고 있다는 생각에 안도감이 들다가도 친구들의 해외여행 사진과 행복한 모습을 보면 박탈감이 들고 있다.
인스타그램에 올라오는 건 좋은 순간의 일부라는 것을 나에게 상기시킨다.
나를 깎지 말자. 내 가치관을 깎지 말자. 여행은 알바를 끝내면 꼭 가자. 생각한다.
그리고 나의 일상 일부를 인스타그램에 전시하는 것도 미루기로 한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의 일상 가까이를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인스타그램은 강점을 갖고 있다. 허나 그것이 필수는 아니며 SNS 말고도 연결고리를 잇는 방법은 더양하다고 생각한다.
더 이상 나 혼자 박탈감 느끼고 외로워하지 않기 위해.
내게 없는 것을 일단 외면해 보기로 했다.
일터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엄한 곳에 풀지 않기 위해서 인스타그램 지우기를 시도했다.
그리고 알바가 끝나고 본집에 가면 어디를 여행할지 고민한다. 내가 늦게 들어오고, 혼자 다니는 것에 대해 걱정하는 사람이 있지만 그래도 고민과 결정은 스스로 하고 싶다.
어쨌든 인스타그램이 지워져도 나름 쓸만한 하루였다.
오히려 같이 일하는 분과 2시간 넘게 손님이 오지 않아 휴대폰을 넣고 여행에 대한 얘기를 실컷 하며 시간을 대신했다.
미디어를 대체할 시간이 더 많아지길 바라며 인스타 설치할 생각을 지우고 꾸욱 누르고 닫는 밤이다.
내일의 나야 제발 일주일 만이라도 인스타 설치하지 말고 가만 내버려두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