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 식품, 건강기능식품 악성 재고의 폐기에 대하여
이커머스 부진 재고 떨이하는 방법 #1 과 이어집니다.
폐기는 말 그대로 없는 셈 치고 버리는 겁니다. 자체 폐기 혹은 전문 업체에 위탁하는 방법이 있는데, 각각 장단점이 있습니다.
우선 자체 폐기는 약간의 번거로움 즉, 인건비(시간)밖에 들지 않습니다. 부진 재고가 그리 많지 않을 때 추천해 드립니다. 시장에서 수명을 다했거나, 생각보다 아웃풋이 좋지 못해서 중단하기로 결정한 상품이 몇 개 남지 않았을 때 할 만한 방법입니다. 여기서 의미하는 '몇 개'는 회사의 사정마다 다릅니다. 이를테면 1인 대표님도 계시고 수십, 수백명이 근무하는 있는 회사도 있습니다. 물론 일정 규모 이상의 회사는 "그런 건 직접 하느니 돈 주고 맡기는 게 더 낫다"라는 기조가 있고, 저 역시 그 생각에 동의합니다. 결국 "아낄 수 있는 건 아껴보자!" 하는 작은 회사들이 남게 되는데요. 좋고 나쁨은 없습니다. 현금을 아끼는 게 오히려 합리적일 수 있습니다. 백 개 단위 정도는 직원 몇 명 달라붙어서 작업하면 은근히 금방 할 수 있습니다. 누구는 단상자를 뜯고 누구는 내용물을 버리고.. 이런 식으로 분업도 꽤 괜찮습니다. 잠깐 소일거리는 근무 중 리프레시가 되기도 합니다.
폐기 전문 업체에 위탁하는 건 자체 폐기에 비해서는 크게 번거로울 일은 없으나, 어쨌든 품도 들고 돈도 듭니다. 이 지점에서 돈이 추가로 든다는 건 조금 더 무겁습니다. 이미 재고를 폐기 처분하는 시점에서 상품 원가와 잠재 매출, 기회비용 등이 날아가는 건데, 여기에 또 폐기 비용을 들인다니! 개인적으로는 아깝습니다. 발주할 때 판매 예측을 최대한 잘해보는 게 좋겠지만.. 엎질러진 물은 어쩔 수 없는 법. 다시 본론에 집중해 보겠습니다.
폐기 전문 업체를 찾는 일은 생각보다 쉽습니다. 인터넷에 검색만 해도 많이 나옵니다. 업체를 찾는 건 일이 아닙니다. 진짜 일은 "폐기 규모"를 체크해야 하는 것입니다. 업체마다 다른데요. 파렛트 단위로 계산하는 곳도 있고, 50~100L 봉투 및 마대자루 기준으로 계산하는 곳도 있습니다. 불러서 계산해 보라고 하면 출장비용도 있을 것이며, 업계 용어로 눈탱이를 맞을 확률도 아주 커집니다. 진행하는 실무자 스타일마다 여기에서 비용이 꽤 차이가 나기 시작합니다. 가장 좋은 건 물류대행업체에 맡기는 게 편합니다. 요즘 대부분 3PL 많이 이용하실 겁니다. 물류대행업체와 소통하고 견적을 받아서 알아서 잘 처리해 달라고 하는 게 확실히 좋습니다.
물류센터에서는 보통 파렛트 단위로 많이 계산합니다. 금액은 업체마다 다르겠지만 1 plt 에 20~30만 원 부가세 별도 정도 나옵니다. 화장품이나 건기식은 카톤 박스 잘 쌓아서 한 파렛트에 몇천 개 단위 수량 들어가기도 합니다. 환경적인 측면에서 보자면 재활용을 잘 한다던가 이런 건 잘 모르겠습니다만.. 더 이상 시간 쓰며 고민하기 싫은 상황일 때, 20~30만 원 정도 내고 바로 문제 상품을 치워버릴 수 있다는 건 분명 메리트입니다.
부진 재고를 처리해 본 경험이 없으신 분이더라도 어디서 "그거 떨이하는 곳 있다던데" 라는 식의 카더라를 한 번 쯤은 들어보셨을 겁니다. 그 카더라는 실제로 존재합니다. 리퍼비시 상품 및 부진 재고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회사가 있습니다. 몇 개 정리해 보겠습니다. 임박몰을 제외한 이유몰, 떠리몰은 각각 100억 대는 넘는 매출 규모를 가지고 있는 쇼핑몰입니다.
임박몰 (주식회사 임박몰)
이유몰 (주식회사 이유비즈글로벌)
떠리몰 (주식회사 핌아시아)
그 외 리씽크몰(주식회사 리씽크), 라스트오더(주식회사 미로) 등 여러 업체가 있지만 전문 카테고리가 각각 다른 느낌입니다. 화장품/건기식 쪽에서는 위에 나열한 3가지 업체의 일 처리가 괜찮았고, 카테고리 활성화도 잘 되어 있었습니다. 여담으로 이런 땡처리 종류는 여행/티켓 쪽에도 많이 활성화되어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방법은 두 가지입니다. 대량 매입 제안을 하거나, 입점 계약 후 행사(판매)를 진행하는 것 입니다. 간편한 건 대량 매입입니다. 한 가지 분명하게 해둘 점은 어떤 방법을 선택하든 "폐기 비용을 아낀다" 정도로 봐야하지, 원가를 보전하는 건 불가능합니다. 처음 말씀드린 것처럼 현 시점은 아예 손해를 안볼 수 있는 상황은 아닙니다.
대량 매입에 대해 자세히 말씀 드리겠습니다. 대량 매입은 상품성, 인지도, 남은 유통기한의 정도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하여 개당 단가가 계산됩니다. 몇 백원부터 시작해 3천원 까지도 가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한 번 예시를 들어보겠습니다. 개당 원가 6천 원 상품을 2천 원에 500개를 대량 매입 한다고 했을 때, 매출은 백 만원(2,000개 x 500원) 잡히겠지만 실제로는 300만 원의 원가 손해를 200만 원만 손해 보고 처분하는 것이라고 보면 됩니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물류 비용과 이렇게 하지 않았을 때 감당할 폐기 비용 등을 고려해 보면, 손해 수준은 이보다 조금 더 혹은 덜 할 것입니다. 자세히 볼수록 더 복잡해지니 비용에 대한 이야기는 여기에서 줄이겠습니다.
대량 매입에는 몇 가지 포인트가 있습니다. 일반적으로는 전량을 다 소진한다 즉, 그 매입처에게 독점적인 판매 권한을 주는 구조입니다. 따라서 이유몰에 500개, 떠리몰에 500개 이런 식으로 경쟁 업체에게 각각 물량을 나눠서 처분하는 건 원칙적으로 안됩니다. 어떤 상품이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500개, 1~2천 개 정도는 무리가 없습니다. 만약 그보다 더 많은 양을 처분하고자 하는 거라면 개당 단가가 아주 저렴해지거나 혹은 전량 매입이 불가능할 수 있습니다. 거래되지 못한 분량은 자체적으로 폐기해야 합니다.
수량과 매입가에 대한 협의가 끝나고 난 후에는 일정에 맞춰 입고시키고, 요청이 있는 경우에는 디자인 에셋(상세페이지, 썸네일 등)을 전달하고 마무리하면 됩니다. 어느정도 규모가 있는 유통기한 임박 상품 전문몰은 다 물류센터가 있어서 상품 검수 자체도 빠르게 진행됩니다.
쿠팡, 11번가에 입점하듯 똑같이 입점하는 겁니다. 유통기한 임박 상품 전문 쇼핑몰도 판매 상품의 유통기한만 특수할 뿐, 기본적으로 구조는 일반 쇼핑몰과 아주 유사합니다. 정기적인 행사가 있고 공급가(혹은 판매가)만 적절하다면 기대 이상의 판매를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몰 특성상 입점도 그렇게 어렵지는 않은 편입니다.
유통기한 임박 상품 전문몰에 입점하여 판매하는 것은 원가를 보전할 수 있는 가능성이 가장 높음과 동시에 불확실성이 가장 큰 옵션입니다. 어쨌든 판매가를 내가 직접 설정할 수 있기 때문에 의도적으로 마이너스를 설계하지 않는 이상, 하나씩 판매가 될 때 마다 이익이 남는 구조를 만들 수 있습니다.
허나 중요한 포인트를 함께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이런 상황까지 와버린 상품은 사실.. 어떤 이유로든 시장의 선택을 받지 못해서 일텐데, 기존 방식대로라면 유통기한 임박 시장 안에서도 선택 받지 못할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판매 상품의 유통기한만 특수할 뿐, 기본적으로 일반 쇼핑몰과 동일한 메커니즘이 있기 때문입니다.
수량, 예상 매출을 계산해 보았을 때 판매 해볼만하다면 꽤 괜찮은 선택지입니다. 다만 시간적 여유가 분명하게 있어야 합니다. 유통기한이 아예 지나버린 걸 판매할 수는 없기 때문에 재고 수량이 많다면 성공적으로 처분하기가 매우 어려울 겁니다. 기한이 촉박한 상황에서는 추천 드리지 않습니다.
커머스 업에서 재고 문제는 뗄레야 떼어낼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부끄럽지만 저도 폐기 경험이 몇 있습니다. 순전히 제 능력이 부족해서, 전임자가 던지고(?) 가서, 회사의 결정으로 프로젝트가 중단돼서 등 다양한 배경이 있었습니다.
가장 좋은 시나리오는 [대박] → [완판] → [재발주]겠지만, 일단 [대박]이라는 단계 자체가 업계 전체를 통 틀어서 봐도 가뭄에 콩 나듯 합니다. 상품이 출시된 직후에는 시장의 반응을 잘 살펴봐야합니다. 반응이 시원치 않다면 반응을 이끌어 내려 부단히 노력해야 합니다. 그럼에도 잘 되지 않는다면 판매기한 내 어떻게 하면 재고를 처분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합니다. 정말 일찍부터 계획하고 실행해야 합니다.
ROAS 80%도 안나오던 은행잎추출물 건강기능식품을 "창고 대방출" 이라는 컨셉으로 ROAS 170% 수준까지 끌어 올려 몇 개월 판매했던 기억이 납니다. 결국 80개 정도는 폐기 처분 했지만, 초기에 발생한 마이너스를 감안하여 겨우 원가만 보전 했었습니다. 물론 원가 보전이라는 건 결국 적자라는 뜻이지만, 그 정도라도 하기 위해 유통기한이 9개월 남은 시점에서 판단하고 실행했었습니다.
"나쁜 시기에 무엇을 하느냐가 좋은 시기에 무엇을 하느냐보다 더 중요합니다." 라는 말이 있습니다. 커머스를 하며 재고 폐기와 처음 마주하게 된다면, 자책보다 배움에 시간을 쓰시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개인적으로 커머스는 팀 플레이라고 생각합니다. 부진 재고에 대한 손해는 그 수량과 금액이 크면 클수록 그건 팀 전체의 실책에 더 가깝지 않나. 라는 생각도 해봅니다.
오늘도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번 컨텐츠는 여기에서 마칩니다.
고맙습니다.
임동현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