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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 Apr 05. 2023

궁디팡팡 방문기

어쩌면 정말 가슴으로 낳아 지갑으로 기르는 지도...

 

부산 벡스코

작년에 이어 올해도 다녀온 궁디팡팡 캣페스타. 서울과 부산, 일산에서 일 년에 한 번. 3일 동안 개최가 되는 박람회로 각종 고양이 용품들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다. 길을 가다 펫 용품을 파는 가게에 들어가도 고양이보다는 강아지 용품들이 훨씬 다양하게 준비가 되어 있어 아쉬울 때가 많았다. 그러니 오로지 집사들에 의한, 집사들을 위한 이 행사가 반가울 수밖에.  3월 31일 금요일부터 4월 2일 일요일까지 단 3일간 진행되는 만큼 토요일에 갔더니 빽빽한 인파 틈에서 쇼핑을 하는 경험을 할 수 있었다. 행사장 입구에 들어서면 캐리어 가방이나 휴대용 카트를 끌고 온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었다. 그만큼 각오를 하고 온 이들이 많다는 것일까. 행사장을 한 바퀴 돌다 보면 두 시간이 훌쩍 간다. 그 자리에서 설명을 듣고 질문을 하거나 상품들을 꼼꼼히 보기 바쁘다. 게다가 동물 반려 가정에 특화된 청소 용품이나 도구, 인간들이 쓸 수 있는 귀여운 식기나 접시를 비롯한 물건들도 있으니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구경을 한다. 작년 처음 삼월과 이 행사에 방문했다가 온갖 기발한 아이디어 상품들에 눈이 빙글 돌아 의도치 않은 소비를 하고 돌아왔던 기억이 있어 올해는 필요한 물건들을 미리 파악해 갔다. 그러나 고양이 모래, 사료, 간식이나 장난감, 캣타워와 캣휠 등 직접 보고 만져볼 수 있고 신상품과 아이디어 상품들이 끝도 없이 펼쳐지는 통에 자잘한 충동구매를 피할 수는 없었다. 이를테면 고양이 반려 가정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디퓨저라던가 캣닢으로 만든 방향제(나중에 비누로 사용할 수 있다)는 우리의 구매 목록에 없던 제품들이었다. 후회는 없다. 방향제 덕분에 화장실이 한결 향기로워졌으니. 


캣닢 방향제. 예쁘기까지 했다.

 한편 놀이 담당인 삼월은 장난감을 판매하는 부스 앞에서 깨나 진지한 태도를 보였다. 지난번보다 훨씬 적극적인 자세로, 오히려 올해 행사 일정을 미리 체크해 티켓팅까지 했으니 만점 고양이 집사가 다 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장난감 쇼핑은 전적으로 삼월에게 맡겼다. 물건을 고르며 빵긋 솟은 그녀의 광대를 보는 재미도 쏠쏠했고 말이다. 나는 고양이 화장실을 유심히 살폈다. 고양이 화장실도 주기적으로 교체를 해 주어야 한다. 우리 집에 있는 화장실들은 꽤 오래 쓴 편이어서 이번에는 꼭 바꿔주리라 다짐을 하고 갔다. 행사장 내에서는 상품들을 온라인에서보다 훨씬 더 저렴하게 살 수 있고 부피가 크거나 무거운 상품의 경우 무료로 택배 서비스를 제공해 주기 때문에 방문한 김에 해결하는 편이 나았다. 역시나 선택지가 다양하고 직접 보고 판단할 수 있으니 적당한 크기, 가격까지 합리적인 상품으로 고를 수 있었다. 그런가 하면 진행 중이던 경품 이벤트에 참여해 아이들 숨숨집과 간식도 받았다. 사는 게 많이 없어도 두 손 무겁게 가라고 이것저것 얹어 주니 매년 방문할 이유가 충분한 행사다. 시간이 갈수록 반려동물 용품의 디자인과 기능이 발전하고 다채로워져서 내년에는 또 어떤 상품들이 나올까 궁금해진다. 중간에 몹시 귀여운 도자기 머그잔을 발견해 한참 서성였다. 그런데 아이들이 사용할 물건을 살 때는 그 이상을 지불해도 아무 거리낌이 없었는데 내가 사고 싶은 물건을 보니 왜 그리도 망설여지던지. 결국 그냥 지나쳤다. 사실 당장 필요한 물건이 아니었거니와 구태여 불필요한 지출을 하고 싶지 않았다. (아직도 눈앞에 아른거려 큰일이다.)


그렇게 보따리를 양손 가득 들고 나오니 집에 있는 그들이 과연 어떤 반응을 보일까 궁금해져 집으로 향하는 걸음을 서둘렀다. 혹자는 그깟 동물에게 왜 시간과 돈을 쓰느냐 혀를 차거나 조소를 할 수도 있겠다. 사랑하는 존재에게 무언가를 줄 수 있음에 감사하고 주기 전에 설레는 마음을, 알 사람은 알 것이다. 단지 사랑을 주는 대상이 사람이냐 동물이냐의 차이지. 우리 인간은 오래된 자동차 하나 바꿀 때에도 아쉬워하지 않던가. 마치 자동차가 온 생을 바쳐 우리의 다리가 되어주며 희생을 한 것마냥. 그들은 그저 원료를 이용해 굴러가는 전동식 기계일 뿐인데. 매일 보고, 어루만지면 정이 들기 마련이다. 동물은 오죽하랴. 그들은 생동한다. 숨을 쉬고 움직인다. 생각을 한다. 표현을 한다. 우리는 매일 그들을 보고 어루만지며 함께 잠을 자고 이름을 부른다. 그들의 이름이, 그들의 새 삶이 우리로부터 시작되었으니 끝도 우리로부터 맺어야 한다. 


집에 도착해 짐을 풀자 네 마리가 슬금슬금 모여들었다. 새로 산 물건을 정리하는 김에 낡은 것들은 버리고 사용하지 않는 물건들은 회사에 고양이를 키우는 동료에게 주려고 한데 모았다. 안타깝게도 고양이 역시 취향이 확실한 동물이라 산 것들 중 몇 개는 관심을 받지 못하였고 몇 개는 열렬한 반응으로 반겨주었다. 뭐, 그래도 나름 열심히 카드를 긁은 보람이 있었다. 비록 카드 값을 갚을 미래의 나는 여러모로 피곤하겠지만! 일년 뒤에도 우리, 고양이들에게 아낌없이 줄 수 있을까? 역시 회사를 열심히 다녀야겠다.


신난 삼월
경품으로 받은 종이방석(?) 바로 써주는 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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