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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유수 Aug 02. 2015

서운한 감정에 대처하는 법

구름은 반드시 지나간다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서운한 감정이 들었을 때 그 감정을 현명하게 다룰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서운함을 다루기 위해서는 두 사람 모두 여간 세심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 정도의 세심함을 누구나 가지고 있었다면 우리는 서운함이라는 감정을 모르고 살았을 것이다.


그 사람의 어떤 행동 때문에 마음이 상하면 그것은 이미 혼자서는 걷잡을 수 없는 중대한 사건이 된다. 그 사람으로 하여금 어떤 방식으로든 나의 스멀거리는 감정의 기운을 감지하게 함으로써 해결의 첫 단추가 끼워진다. 그러나 이미 서운함의 방죽이 터져 있는 상태에서는 무슨 말을 들어도 속상하기 마련이다. 말로는 이미 터진 서운함을 메꿔줄 수 없으니까. 그 사람 또한 당장은 이성적으로 상황을 파악하지 못하고 어쩔 줄 모르게 된다. 나는 자꾸 서운함만 쏟아내고 그는 자꾸 궁지에 몰리게 된다. 서운함처럼 억센 감정에 휩싸이면 이성이 쉽게 매몰되기 때문에 서로의 입장을 잘 헤아려 주지 못하게 된다.


서운한 감정은 실체가 없다. 우리 마음에 서운함 개폐 장치 같은 것이 장착되어 있어서 이를 켰다 껐다 하는 것이 아니라 어느 순간 잠시 찾아오는 것이다. 마음이 넓은 대지라면 서운한 감정은 그 땅에 흘러 들어온 구름이다. 구름 때문에 잔뜩 그늘이 드리우고 바깥에 보여야 할 상대방의 마음이 가려지는 것이다. 심하면 우박이 쏟아질 때도 있다.


구름은 반드시 지나간다. 서운한 감정 또한 시간을 거스를 수 없기 때문에 머지않아 지나간다. 알면서도 항상 어렵다. 완전히 지나갈 때까지 잠자코 기다리는 것도 속이 끓는 일이다. 잠깐 머무르는 주제에 참 효과적으로 마음을 괴롭힌다. 서운한 사람은 차분함을 되찾는 연습을 해야 한다. 마음이 상했다고 해서 자꾸 쏘아붙이려고 해서는 안 된다. 서운한 감정이 들게 된 연유에 대해 솔직하게 그리고 가능한 한 정확하게 말해 주는 것이 좋다. 그러나 역시 가장 힘든 것은 서운함에 속이 끓는 괴로움보다 서운함의 이유를 말로 꺼내는 일이다.


그러므로 서운하게 만든 사람은 가장 먼저 그 사람의 서운한 감정에 적극적으로 공감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나에게 어렵게 서운함을 토로했다는 것, 그 행동 자체에 대한 고마움이 느껴질 수 있도록 대응할 필요가 있다. 직접적으로 고맙다고 말하기보다는 그런 마음이 느껴지도록. 내 입장에 대한 설명을 늘어놓는 것은 나중이 되어야 한다. 내 행동이 그런 식으로 너를 서운하게 했구나 라든가, 나였어도 서운했을 것 같아 라든가. 이런 식으로 먼저 공감하고 마음을 달래 준 뒤에 자기 생각을 얘기해도 절대 늦지 않다.


물론 경우마다 다를 것이다. 또한 사람이기 때문에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의 사정과 그에 따른 서운함을 완전히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다만 어떤 상황에서든 그 사람의 방식을 인정하자. 같은 자리에 나란히 서서 같은 풍경을 바라보자.




/ 최유수, <사랑의 몽타주> p.55-57


camera: olympus oz80

film: tudor xlx 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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