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심보다 먼저 마주한 현실
성격이 급한 나와
타이밍이 맞아버린 이 집.
미리 잡아두고 싶어 부모님께 말을 꺼낸 이후
나는 이미 되돌릴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모든 게 생각보다 더 빠르게 흘러갔다.
말을 꺼낸 다음 날부터
우리 집에선 저녁 호출이 시작되었고,
아버지는 오빠와 나를
매일 저녁 집으로 불러 식사를 하셨다.
밥이 중요한 우리 집에서 늘 진수성찬을 대접받았다.
그리고 밥을 먹고 나면
30분간의 이야기가 시작됐다.
그렇다. 아버지는 오빠를 알아가기 시작했다.
아버지가 말했다.
“어머니 이번 주에 뭐 하시는지 여쭤보고
상견례 하자.”
혼인신고 전에
상견례를 하고
결혼식 날짜를 잡으라는 뜻이었다.
성격 급한 경상도 꼰대 부녀로서는
아주 당연한 수순이었다.
어른께 인사.
이미 결혼통보로 예의에 어긋났다고
사흘째 혼나던 중이었다.
지금의 시어머니의 대답도 간단했다.
"이번 주 알겠다."
이렇게 시작된 양쪽 어른들과의 대화는
길지 않았고,
결론도 빨랐다.
3월 초,
우리는 부동산에 다녀온 지 일주일 만에
상견례를 하게 되었다.
준비할 시간이
충분하다고 할 수는 없었지만
미루자는 말은
아무도 하지 않았다.
상견례 자리에서
우리 엄마는
날짜를 받아오고 싶다고 하셨다.
며칠 후 날짜가 나왔다.
7월, 10월, 12월.
나는 7월을 골랐다.
어른들의 시간표가 빠르다고 해서
자식들의 시간표가 결코 느리진 않았다.
콩콩팥팥이다.
오빠에게는 그냥 잘 따라오라고 했다.
그때 모두가 말렸던 기억이 난다.
너무 빠르다고.
하지만 지금 생각해도
길다.
더 짧아도 가능했을 것 같다.
결혼을 결심했다기보다는
결혼이 이미 시작되고 있다는 느낌을
인정하고, 그 흐름에 집중했다.
결혼은 어느 날 마음먹고
뛰어드는 일이 아니란 것을 알았다.
우리는 그 흐름을
결코 거스르지 않도록 노력했다.
그 흐름 속에서
부모님께
통보하듯 말한 아쉬움이 있다.
하지만 그 반성을 통해
4개월의 결혼 준비 동안
나는 다른 걸 줄이고
우리 가족과 내 사람들, 인연에만 집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