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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민경 Aug 03. 2023

자기 자신을 모르는 사람이 싫다

부부의 대화 세계 1

많은 사람들이 ‘이상형’의 조건으로 ‘대화가 잘 통하는 사람’을 꼽는다. 연애 2년에 결혼 5년, 아직까지(?) 남편과의 대화 시간이 제일 재미있다. 육퇴 후 소소한 안주와 술 한잔을 곁들이며 대화하는, 진부한 행복을 기록해보려 한다.


“자기는 ‘~하는 척’하는 사람을 제일 싫어하는 것 같아. “

”흠… 그런가? “


‘나는 어떤 사람을 제일 싫어하는가’

이날 부부의 대화 주제는 이것이었다. 각자 자신은 어떤 사람을 가장 싫어하는가 생각에 빠졌다.


“자기는 저번에 돈 없는데 돈 있는 척하는 그 사람 욕 한참 했잖아. 능력이든 돈이든 뭐가 없는 데 있는 척하는 사람 보면 계속 욕하더라.”


“음.. 나는 일단 진실되지 않은 사람 자체가 싫은 것 같아.”




‘척’도 ‘척’이지만 나는 대화에 거짓으로 임하고, 진짜 자신의 이야기가 아니라 꾸며낸 듯한 이야기를 하는 사람과의 대화가 싫었다. 거짓되거나 겉핥기식 대화를 하는 사람과는 시간을 보내기 아까웠다. 차라리 그 시간에 혼자 책을 읽지.


그래서 나는 트위터나 인터넷 같은 곳에서 자주 볼 수 있는 관용어구를 인용하며 이야기하는 사람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사람은 어떠한 언어를 들으면 그 생각을 따르게 되기 마련이다. 언어가 생각을 지배한다고 하지 않나. 그래서 어떠한 언어를 들으면 그것이 진짜 자기 생각인 줄 알게 된다. 나 역시 오랜 기간 그랬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 보면 진짜 자신의 생각은 그 관용어구와 다를 때가 많다. 그러나 트위터식 멋들어진 관용어구처럼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지 못하기 때문에 그저 어딘가에서 읽은 글을 자신의 생각이라고 말하고 다니는 사람들이 많다.


“난 자신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는 사람이 싫어. 의도치 않은 거짓이더라도, 자신이 뭔 생각을 하는지 정성 들여 생각할 줄도 모르는 사람과의 대화는 재미가 없어.”


오늘 부부의 대화 주제인 ‘내가 싫어하는 사람’에 대해 나름의 결론을 냈다. 이제 내 차례는 끝.


“자기는 어떤 사람이 제일 싫어?”

“나는 책임감이 없는 사람이 제일 싫은 것 같아”


그는 책임감 없는 사람은 종종 자신이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으려고 머리를 굴리는 모습을 보이고, 그 ‘머리를 굴리는 모습’을 보면 정나미가 떨어진다고 했다.


자신을 제대로 몰라 어디선가 들은 멋들어진 말들로 대화를 채우는 사람이나,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직면하지 않고 그때그때 상황을 모면하려는 사람이나 진실되지 못하다는 점에서 비슷한 면모의 사람인 것 같았다.


“자기나 나나 좀 엉성하고 투박해도 결국 솔직하고 진실된 사람을 좋아하는 것 같아.”


사실 안 그런 사람이 어딨겠나. 다 비슷하지. 드러나는 형태는 가지각색이어도 결국 인간이란 ‘진실된 사람과의 교류’를 원하는 것이다.


나름 깔끔한 결론이 났다. 오늘의 안주는 베즐리 베이커리의 트러플 크룽지였다.


8월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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