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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데헌이 보여주다, 요즘 콘텐츠는 노래로 남는다고

넷플릭스 ‘케이팝 데몬 헌터스’, “음악이 서사 이끌고 반복 시청 유도”

by 정민경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이하 케데헌, 감독 매기 강, 제작 소니 픽처스)가 6월 20일 공개된 후 지금까지도 글로벌 상위권 시청 순위를 유지하고 있다. 한국을 배경으로 K팝을 소재 삼은 '케데헌'은 글로벌 신드롬을 일으키며 공개 한 달이 채 되지 않은 상반기에만 약 3700만 시청 수를 기록했다. 공개 직후 콘텐츠에 등장하는 가상의 K팝 음악은 스포티파이 등 주요 글로벌 차트에 올랐다. 콘텐츠에 삽입된 OST가 흥행한 사례는 많았지만 '케데헌'의 경우 서사와 어우러지는 음악이 '반복 시청' 현상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케데헌'은 K팝 아이돌인 '헌트릭스'와 '사자보이즈'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극이다. '헌트릭스'는 보통의 아이돌이 아니라 팬덤의 힘을 모아 세상을 지키는 방패인 '혼문'을 만들려는 헌터라는 설정이다. 라이벌인 '사자보이즈'는 멤버 모두가 악령으로 구성되어 있다. 현대의 K팝 문화와 함께 악령 등 전통적인 한국 문화를 섞은 애니메이션이다.


OST는 '케데헌'의 중요 요소다. 주요 곡 '골든(Golden)'은 8월 1일 기준 영국 오피셜 싱글 차트 '톱 100'에서 1위에 올랐다. 지난 6월 말께 93위로 처음 '톱 100'에 진입한 이 곡은 영화 흥행과 함께 31위, 20위, 9위, 4위 등으로 가파르게 순위 상승을 이뤄내며 1위 고지를 밟는 데 성공했다. '골든'은 국내 대표 음원 사이트인 멜론 '톱 100' 차트에서 1위에 오른 것을 비롯해 미국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 '핫 100'에서도 2위를 차지했다. 마틴 탤벗 오피셜 차트 CEO(최고 경영자)는 "지난 2012년 10월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영국에서 최초 1위 K팝이 된 지 13년이 흘렀다"며 "이번 주는 전 세계를 지배하는(globally dominating) 한국 장르의 또 다른 획기적 순간을 의미한다"고 평가했다.

https://www.yna.co.kr/view/AKR20250802004751005?input=1195m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20일 자 기사 <차트 1위를 차지한 가장 큰 K팝 밴드는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다(The Biggest K-Pop Band to Top the Charts Isn't Even Real)>에서 '케데헌' 현상을 다뤘다. 해당 기사의 지면 기사 제목은 <K팝에서 가장 큰 이름은 BTS가 아니다. 바로 넷플릭스다>였다. 이 기사는 "케데헌에 삽입된 노래 중 두 곡은 미국 스포티파이에서 가장 많이 스트리밍된 곡 1위를 차지했다. 이는 BTS, 블랙핑크 등 어떤 K팝 그룹도 달성하지 못한 기록"이라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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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BBC 역시 지난 16일 기사 <케데헌이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은 이유(KPop Demon Hunters: How the Netflix film became a global sensation)>에서 "무엇보다 이 영화의 성공 비결은 바로 음악"이라며 "K팝은 이 영화의 심장이고, 어둠의 세력을 물리치는 초자연적 무기가 되어 감동의 순간을 증폭시킨다"고 평가했다. BBC는 이 기사에서 "다른 애니메이션이 음악을 상업적 요소로 활용하는 데 비해, 케데헌의 음악은 이야기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들며 풍성함을 더한다"고 분석했다.


케데헌의 음악은 단지 극 중 배경을 꾸미는 삽입곡이 아니라, 콘텐츠를 반복 소비하게 만드는 '후킹'(유인) 포인트로 작동한다. 이 같은 흐름의 중심에는 실제 K팝 시장을 이끌고 있는 YG 출신 프로듀서 테디의 '더블랙레이블' 음악이 있다는 점도 흥미로운 요소다. 케데헌 OST 중 'Golden' 등 주요 곡들은 더블랙레이블 소속 프로듀서진이 작업했다. 최근 더블랙레이블의 신인 아이돌 '올데이 프로젝트'가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등 더블랙레이블은 K팝 중심에 있다.


넷플릭스가 밝힌 '케데헌' 제작기에서도 매기 강 감독은 "영화에 삽입되는 모든 음악들을 정말 수준 높고, 잘 만들어진 진정한 K팝다운 음악으로 만들고자 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 한국의 K팝 레이블과 함께 협업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겠다고 생각했고, 개인적으로 '원타임' 시절에 테디 님의 팬이었기 때문에 더블랙 레이블, 그리고 테디 님과 협업을 하기로 결정했다"며 "특히 더블랙 레이블의 음악이 '헌트릭스'의 무드나 감성과도 잘 맞다고 생각을 하기도 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 현상은 단순한 음원 차트 돌풍을 넘어, 콘텐츠를 어떻게 확산시키고 반복 재생시킬 것인지에서도 교훈을 남긴다.


윤석진 충남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대중문화평론가)는 22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케데헌'의 음악은 두 가지 기능을 가지고 있다. 우선 히트한 OST처럼 애니메이션에 삽입된 음악들이 히트를 하면서 애니메이션으로 끌어들이는 기능이 첫 번째"라며 "두 번째로는 각 노래들이 서사적 목적 아래 설계되어 있어 음악을 통해 서사가 완성되는 기능"이라고 설명했다.


즉, '케데헌'을 영상으로 보지 않은 사람들도 '골든'이나 '소다팝' 등의 음악이 히트하자 '케데헌'을 보게 되는 것이며, '골든'이나 '소다팝' 등의 노래와 서사의 흐름을 즐기며 '반복 시청'까지 간다는 것이다.


윤 교수는 "음악을 통해 서사를 이해하고 새로운 것들을 찾으며 또 반복 시청을 하게된다"며 "노래와 콘텐츠 네러티브가 매우 긴밀한 스토리텔링 전략이 반복 시청의 이유"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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