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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PD도 '나는 생존자다' 외친 것 아닐까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 시즌 2 ‘나는 생존자다’

by 정민경

※ 이 글에는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나는 생존자다' 일부 에피소드에 대한 강한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사이비 종교 JMS 정명석의 성폭력 사건을 고발한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의 후속작 '나는 생존자다'에서 조성현 PD는 항상 전기 충격기와 삼단봉을 휴대하고 다니는 모습을 공개했다.



'나는 생존자다' 3화는 JMS가 한 탐정을 고용해 그에게 800만 원을 주고, 조성현 PD를 미행하려 했다는 이야기로 시작된다. 조훈래 탐정(전국탐정연맹 소속)은 해당 의뢰를 받아들이면 안 될 것 같다는 직감을 가지고 오히려 조성현 PD와 인터뷰를 하기로 결정한다.


1편에서 워낙 충격적인 고발이 이뤄졌고, 그만큼 다큐멘터리의 윤리 문제에 대해 새로운 논의의 장을 만든 다큐의 장본인다운 모습이 여기저기서 보인다. 그래서인지 2편은 1편보다 조금 더 PD의 이야기가 드러나는 편이기도 하다.


+<나는 신이다> 1편에서 지적된 다큐멘터리의 윤리 문제에 대해서 더 읽고 싶으신 분은 아래 기사를.

https://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309142


해당 다큐에서 JMS 신도들은 조 PD(와 1편의 핵심 내부고발자인 메이플을 함께)를 미행하고, 촬영 '프리뷰' 알바를 하며 다큐멘터리 촬영본까지 JMS에 빼돌렸다. '프리뷰'란 인터뷰이의 말을 워딩으로 치고 확인하는 작업을 말하는데 워낙 긴 다큐멘터리이다 보니 프리뷰 내용도 엄청나게 방대했을 것이라 예상된다. 그래서 보통 이런 다큐멘터리는 인터넷을 통해 프리뷰어를 찾는데, 이 과정에서 JMS가 낀 것이다.


해당 부분에서 JMS가 '나는 신이다'의 인터뷰를 미리 받아보면서 '신의 계시'라고 받아들일 때 정말 소름이 쫙 끼쳤다. '나는 생존자다' 3~4편의 핵심 메시지는 어쩌면 <사회 곳곳에 JMS가 있다>라는 것인데 그 메시지를 압축적으로 보여준 장면 중 하나로 기억된다.


사실 미행과 같은 일은 조성현 PD에게 한두 번이 아니었다. 시즌1의 핵심 증인 김도형 교수는 2003년 부친이 테러를 당한 경험이 있다. 김도형 교수는 신변 보호를 위한 스마트 워치를 항시 차고 다닌다. 김 교수는 "JMS가 해체되지 않으면 극단적인 신도들이 피해자나 진실을 말하는 사람들을 지속적으로 위협할 수 있다"라고 경고한다.


'정명석이 감옥 갔으면 된 것 아니야?'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JMS의 해체'가 필요한 이유다. 누군가는 그들에게 '그 정도 했으면 됐다'라고 말할 수도 있으나, 김도형 교수의 생각을 듣고 그들이 이렇게 집요하게 그들을 고발하는 이유를 조금 더 이해할 수 있었다.




시즌1이 정명석의 성폭력을 중심으로 고발했다면, 시즌2는 정명석의 이인자 정조은을 정조준했다. 정조은은 자신이 통제할 수 있는 피해자들을 중심으로 정명석에게 소개하고, 정명석이 수감된 동안 그를 대체했다. 수억 원의 명품을 사고 입으며 마치 JMS의 '아이돌'처럼 뮤직비디오를 찍으며 대체 교주 역할을 했다. 정명석이 감옥에서 나온 이후에도 여전히 그의 성범죄 '공범'으로 역할한다.


이번 시즌의 3~4화 중 가장 눈길을 끄는 장면은 역시 JMS 대외협력국 차장의 인터뷰다. 그는 정명석 성범죄를 은폐하고 언론 대응을 맡는, 일명 '섭리 안보리' 또는 '국방부'로 불리는 조직의 인물이다. 이 부분에서 조성현 PD는 화를 억누르면서 인터뷰를 하는데 그 부분이 시청자의 입장에서는 굉장히 몰입도가 높은 분량이기도 하다.


미행을 하거나, 프리뷰어가 되어 인터뷰를 빼돌리는 일 정도를 지나친 일도 있다. 현직 경찰들이 JMS에서 활동하며 JMS의 성폭력을 은폐하려는 시도를 했다는 점이다. 이는 사회 기본적인 신뢰 인프라를 훼손하는 일이다.


JMS에는 대외협력국 외에도 '사사 부'라는 경찰 조직이 있었다. 현직 경찰로 활동하면서 정명석의 성범죄를 은폐하는 일을 담당했다. 이들은 성폭력 피해자 메이플을 '정신병자'로 만들어야 한다는 대응 방법까지 수립했다.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전형적인 2차 가해 수법에 현직 경찰까지 동원된 것이다. 이 같은 현직 경찰의 JMS 연루 사건은 지난해 언론보도를 통해 보도되어 알려진 바 있다.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4102511200003384?did=NA


시즌1에서의 아쉬운 점 완전히 사라지진 않았지만...

JMS 에피소드 마지막에는 후속 조치들이 자막으로 나온다. 공범 정조은은 징역 7년이 확정되었고, 대외협력국장과 핵심 조력자들은 일부 혐의가 인정돼 처벌받았다. 현직 경찰관은 직위해제되었고, 금산 경찰서의 임 아무개 경찰관은 이름을 바꾸었다고 한다.


물론 아쉬운 점도 있다. 시즌1에서 지적받았던 자극적인 정명석의 녹취 파일과 나체 영상이 여전히 반복적으로 노출된다.


특히 정명석이 '50번은 싼 것 같아' 등 직접적인 자극적 녹취가 반복해서 나오고, 신도들이 정명석을 위해 찍은 나체 영상 역시 반복된다. 이 부분은 시즌1 공개 이후 만약 '나는 신이다'가 지상파에서 방영되었다면 무조건 '잘렸을' 장면으로 지적되면서 OTT에서 방영되는 다큐멘터리의 수위와 심의에 대한 논의를 이끌었던 핵심 장면이다.


관련 기사를 더 읽고 싶으신 분은 이 기사를.

https://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309857


'나는 생존자다'에서는 이 부분을 반복해서 내보내면서도, 지적받은 문제를 반박하는 장면을 직접 삽입하였다. 해당 에피소드에서 피해자들이 직접 "(자극적이지만) 해당 영상 존재로 인해 JMS 피해자들과 아무것도 모르는 성도들이 나올 수 있었던 것이 확실하다. JMS의 진실을 보고 나와 자유를 찾았으면 한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조성현 PD는 "어떤 일이 있었는지 명백하게 보여줘야 피해자들이 한두 명이라도 그 소굴에서 나올 수 있다"라고 반복해서 입장을 밝혀온 바 있다.


개인적으로는 1~2화의 형제복지원 에피소드 연출에서도 '이렇게 촬영해도 되는 건가?' 싶은 연출 부분이 있었다. 생존 피해자들에게 형제복지원의 방과 침대를 그대로 재현한 방에서, 그곳에서 입었던 듯한 파란색 트레이닝 복을 입혀 인터뷰하는 방식이다.


지옥과도 같았던 형제복지원의 모습을 그대로 재현한 방을 보고 피해자들이 극심한 고통을 느끼는 장면 등도 불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치 그들의 모습은 넷플릭스의 '오징어 게임' 속 캐릭터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저 트레이닝 복을 입을 때 피해자들은 어떤 감정이었을지 상상하기 힘들었다.


그럼에도 그의 다큐멘터리에는 뚜렷한 '결말'이 있다.

에피소드 1·2화에서 다뤄지는 형제복지원 사건에서 조성현 PD는 끈질기게 박인근 형제복지원장의 가족들을 찾아가 결국에는 박 원장 막내아들의 사과를 영상에 담았다. 피해자와 함께 박인근 원장의 가족을 찾아 해외까지 가는 장면은 PD의 진정성과 독함을 그대로 드러내는 장면이기도 하다.


시즌1 방영 후 JMS 신도는 절반 이상 줄었다. 정명석은 메이플의 고소 후 2년 10개월 만에 징역 17년이 확정되었다.


'나는 신이다'와 '나는 생존자다'는 종교집단의 성범죄 고발과 함께 우리 사회 곳곳에 스며든 조직적 은폐와 정부의 협력 실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나아가 성범죄의 직접적인 피해자들뿐 아니라 이를 고발하려는 이들과 언론인들까지 폭력에 노출되는 장면을 비추며 이들 또한 '나는 생존자다'라고 외칠 수밖에 없는 현실을 보여줬다.


덧.

개인적으로 굉장히 충격받은 것은 형제복지원 에피소드 가운데 마지막 자막, "2024년 대한민국 정부는 형제복지원 피해자들이 승소한 국가 배상 소송에 대해 항소했다"는 부분이다. 새정부가 들어선만큼 이 부분에 대해 조치가 필요한 것 같다. 형제복지원 피해자들의 피해에 대해 2024년까지도 제대로 구제되지 못하고, 국가가 그것을 항소했다는 것이...너무나 충격적이었다. 여전히 기자들이 관심을 가져야 할 부분으로 메모해둔다.



이 글은 미디어전문지 미디어오늘의 리뷰 기사로 먼저 작성되었고, 기사에는 포함되지 않은 개인적인 의견을 더한 글입니다.

https://n.news.naver.com/article/006/000013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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