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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민경 Jun 13. 2023

 다시 출산 가방을 싼다면

출산 2개월 후, 출산가방 다시 보기

출산 휴가에 들어서자마자 가장 먼저 한 것이 출산가방 싸기다. 사실 출산 가방 싸기와 육아용품 세팅하기는 휴직 들어가기 전 나의 마음에 꽤 부담이 됐던 일들이다. 초산이니 모르는 것이 너무 많고, SNS에는 너무나 많은 아이템들이 소개돼 있어서 이걸 다 언제 공부(?) 하나 싶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별 것도 아니지만 그 당시에는 천 기저귀, 속싸개, 겉싸개, 손싸개, 발싸개가 도대체 무엇이고 각각 무슨 용도인지 몰라서 하나하나 검색해보기도 했다. 산모패드와 입는 오버나이트와 안심팬티는 또 뭐가 다른지 헷갈리기도 했다.


그래서 출산 2개월이 지난 지금, 다시 출산 가방을 싼다면 어떻게 싸야 할지 정리해보려고 한다.




요즘엔 워낙 정보성 블로그나 육아 브이로그를 하는 사람들이 정리를 잘해놔서 인터넷에 찾아보면 '출산가방 리스트'들이 엑셀 파일로 만들어져 있다. 나 역시 매일 그것들을 살펴봤었고 여러 엑셀 파일을 다운로드하여 추리고 정리한 것이 다음과 같은 리스트였다.

 


결론적으로, 이때 챙긴 것들 중 절반 이상은 하나도 쓰지 않고 그대~로 가져왔다.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 번째는 조리원에 웬만한 용품이 다 있기 때문이었다. 내가 쓴 리스트에서 가져갈 필요가 없다고 느낀 것을 써보면 오버나이트, 수건, 실내복, 가습기, 아기 손수건, 베개, 아기세제, 젖병 솔, 고무장갑, 온습도계, 회음부 방석, 세탁망, 슬리퍼 등이다.


우선 수건, 실내복, 가습기, 베개, 회음부 방석, 세탁망, 슬리퍼 등은 이미 조리원에 다 있었다. 수건과 실내복은 매일 빨아둔 것을 가져가기만 하면 되는 시스템이었기 때문에 필요가 없었다. 그리고 아기 손수건이나 세제, 젖병 솔 등 아기 용품도 조리원에서는 신생아실에서 아기를 모두 돌봐주기 때문에 필요가 없었다. 모자동실을 할 때도 분유나 아기 손수건, 배넷저고리와 속싸개, 겉싸개 모두 신생아실에서 가져다주기 때문에 필요하지 않았다.


다만 집에 돌아갈 때는 배넷저고리와 속싸개, 겉싸개가 필요하므로 한 개씩은 꼭 챙겨가야 한다.


조리원 내부 모습. 웬만한 것들은 조리원에 다 있기 때문에 출산가방을 싸느라 너무 부담갖지는 않아도 될 것 같다.


인터넷에서는 조리원에서 주는 산모패드가 불편하고 입는 오버나이트와 생리대가 더 편하다고 해서 입는 오버나이트도 2팩이나 챙겨갔는데, 실제로는 사용하지 않았고 조리원에서 주는 산모패드와 안심팬티 1통 정도만 사용했다. 산모패드가 불편하다는 평이 많았는데 내 경우는 크게 불편하지 않았다.. (게다가 공짜이니.) 입는 오버나이트는 아무리 L사이즈를 사도 출산 직후에는 바로 배가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서 잘 맞지 않았다. 안심팬티의 경우는 큰 사이즈를 사면 출산 직후여도 사용할 수 있긴 했지만 없어도 됐을 것 같다. (산모패드 사용)


뿌리는 마데카솔은 회음부 상처 때문에 추천하는 것 같은데 내 경우 병원에서 챙겨줘서 여분으로 필요하지 않았다.




두 번째는 나는 모유양이 적어, 초유만 먹이고 모유수유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모유수유 용품은 거의 사용하지 않았다. ㅠㅠ


당연히 모유수유를 할 줄 알고 수유용품들을 챙겨갔지만 나의 고질적 질병인 빈혈과 출산 당시 과다 출혈도 있었고 몸 특성상 모유양이 너무 적었다. 모유수유를 위한 마사지도 받았지만 진통과 맞먹을 정도로 아프기만 하고 모유양이 늘지 않아 모유수유를 포기했다.


이 때문에 수유패드, 수유브라, 모유저장팩, 유두보호기, 유두보호크림 등은 사용하지 않았다. 출산 전에 산후도우미 서비스를 신청하면서 유축기도 2만 원을 주고 대여했는데 결론적으로 이것도 사용하지 않았다.


물론 내 경우는 모유양이 많지 않아 수유 용품이 필요 없었기에 더욱 짐이 단출했어도 됐던 케이스다. 산모가 미리 자신의 모유수유 성공여부를 예측할 수는 없으므로.. 애매한 부분이 있다.



조리원에서 더 필요해서 배달의 민족 B마트를 이용해 배달시킨 물품도 있었다.


물티슈와 마이비데, 핸드폰 충전기와 치약이었다. 물티슈의 경우 한통을 들고 갔는데 신생아실에서 아기가 쓸 것을 한통 달라고 해서 주고 나니 내가 쓸 것이 없어서 두통 더 주문했고 마이비데도 한 개로는 모자라서 한통 더 주문했었다. 그리고 핸드폰 충전기는 여분의 것을 1~2개 더 챙기는 게 좋은 것 같다. 치약이나 세면도구 역시 꼼꼼하게 챙기는 것이 좋아 보인다.


그리고 남편이 집에서 작은 과도와 그릇도 추가로 챙겨 왔었다. 조리원에 있을 때 과일 바구니 선물이 들어왔는데 과일을 깎아먹는 용도로 사용했다.


조리원에 혼자만 있는 평일에는 조리원에서 주는 식사와 간식만으로도 충분히 배불렀지만 남편과 함께 있는 시간에는 간식이나 과일 등이 더 있으면 좋은 것 같긴 하다. 조리원에 오래 머무는 남편들은 레토르트 식품들을 많이 가져오는 것 같았다. (보호자 식사 신청 안 하는 경우)




결론적으로 출산가방을 너무 꼼꼼하게 챙기려고 애쓸 필요는 없는 것 같다. 블로그에 올라오는 정보의 경우 사실 매우 꼼꼼한 사람들의 기준인 경우가 많다. (파워 J들..) 내 경우 그런 리스트들을 보고 약간 겁에 질려 출산가방 싸기를 좀 부담스럽게 느끼고 쓸데없이 미루기도 했었다.


그러나 내가 하고 싶은 말은 그렇게까지 스트레스를 받진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나만 스트레스 받은 걸수도.. 그리고 꼼꼼한 사람들은 당연히 여러 출산가방 리스트들을 보고 다 챙겨가시면 된다. 걍 나의 경우를 말하는 것임.)


웬만한 것이 조리원에 갖춰져 있고, 수도권이라면 B마트로 웬만한 생필품을 30분 안에 배달받을 수도 있다. 게다가 더 필요한 것은 남편이 왔다 갔다 할 때 가져다 달라고 하면 된다.  


다시 출산가방을 싼다면 (모유수유를 안하기로 결정났을 경우!! 아니면 수유용품 챙겨야 한다.) 물티슈 3통, 마이비데 3통, 핸드폰 충전기 2개, 세면도구 꼼꼼히, 버려도 되는 양말 3~5개(발목을 잘라서 사용하면 되기 때문에. 혹은 발목이 조이지 않는 돌돌이 양말로 챙길 것) 마스크팩, 텀블러, 부채(에어컨 바람이 싫은 경우), 과도와 작은 플라스틱 그릇, 아기 디데이 달력, 배넷저고리와 속싸개 천, 겉싸개 정도로 챙기면 될 것 같다.


조리원에 있는 시간에 나는 책을 많이 읽었는데 사실 종이책을 챙겨가기엔 좀 부담스러운 것 같고, e북으로 읽으면 그때그때 당기는 것 이것저것 읽을 수 있고 좋은 것 같다.




참고로 조리원 신생아실에서 주는 분유 대신 특정한 분유를 먹이고 싶은 산모라면 분유와 (2주이니 3통 정도 필요하려나) 아기 영양제 드롭(유산균, 비타민D)을 미리 챙겨 오는 경우도 있더라. 또 젖병 같은 경우도 조리원에서 퇴소할 때 챙겨주는 경우가 많고 분유나 영양제도 조리원에서 주문해 놓을 수 있어 미리 구매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또한 조리원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은 분유나 영양제, 아기 책 등 웬만한 아기 용품 업체들과 연계돼 있다. 이 프로그램에서 알게 된 담당자에게 분유나 영양제, 책 등을 사면 인터넷에서 사는 것보다 싸게 살 수 있기 때문에 프로그램에서 만나게 되는 홍보 담당자의 전화번호를 저장해 놓고 퇴소 후에 연락해 가격을 확인해 보는 게 좋다.


내가 다시 출산가방을 싼다면 그때는 캐리어가 아닌 적당한 크기의 백팩 정도지 않을까 싶다.


(덧. 이 글은 만약 훗날 내가 다시 출산가방을 싸는 경우가 생긴다면 참고를 위해 작성해봤다. 잊어버릴 수도 있어서. 나같이 대충대충 스타일이 아니시라면 괜히 대충 쌌다가 저를 원망(?) 하진 마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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