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일로 건너가는 법, 김민철
회사에서 팀에서 '안전하다'라고 느낀 적이 있었나 생각해 본다. 서로에게 안전망이 되어주지 않는다면 우리가 팀일 이유가 없다는 문장에 탄식이 절로 나온다. 나는 얼마나 오랜 기간 팀일 이유가 없는 사람들과 팀으로 일해왔던 것인가. 그들에게 내가 바랐던 것들, 그들이 나에게 바랐던 것은 우리가 함께 팀이고 싶은 마음이 있기는 했던 것일까.
그리워하는 시점이 있다. 내가 부족해도 안전망처럼 받쳐주는 동료가 있었고 그 든든함이 고마워서 무어라도 더 해주고 싶어서 내가 할 수 있는 한가득 노력했던 때가 있었다. 그때의 동료들을 만나면 우리는 여전히 그때가 좋았다고 그립다고 이야기를 한다. 또 그런 동료들과 팀을 할 수 있을까 싶게 신기루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하다. 어렵고 힘들었지만, 늘 서로에게 괜찮다 잘하고 있다 말해주었었고, 힘듦을 솔직히 이야기하며 같이 울어줄 수도 있었고 기쁜 일에 주저함 없이 마음 끝자락까지 함께 기뻐하고 축하할 수 있었다. 그저 일을 같이 하는 동료였지만, 친구가 되었고 의지와 비빌 언덕이기도 했었다.
어린 연차에 팀장 대리직을 맡게 되고 고군 분투 했던 때가 있었다. 지금 다시 생각해 보면 팀장이 없는 상태 그대로를 유지하며 팀원들과 일을 했더라면 더 나았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일을 배우면서 경험했던 고생들을 덜하게 해주고 싶었고, 작은 단체이지지만 부족함을 내보이기보다는 최선을 다하고 있는 단체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서 진심을 다해 애써서 일을 했었다. 그때의 나는 그게 당연한 것이었고, 나만큼 애써서 일해주지 않는 동료들이 서운했고 아쉬웠고 속상했다. 우리가 같이 열심히 해서 나오는 결과는 우리에게 좋은 경험으로 남고 좋은 결과로 남을 텐데 내가 하자는 방식대로 해주지 않고 (내 기준보다) 대충 하는 느낌인 것인지. 이해하기도 어려웠고 나의 진심이 거부된 느낌이라 머뭇거리던 퇴사에 부스터를 달아주었던 경험이었다. 조금 더 일을 하고 성장해서 생각해 보니 나는 일을 잘하는 팀을 우선했었지 좋은 팀, 안전한 팀을 만들 생각조차 못했던 것 같다. 물론 당연하다. 좋은 선례를 보지 못했고, 대리 직급에서 팀장의 자리는 누군가를 돌보기보다 눈앞에 떨어지는 수많은 일들을 문제없이 해결하는 것만으로도 버거웠기에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릴 수가 없었다. 핑계다.
그저 내가 받았던 대우나 가르침처럼 무관심하거나 다그치거나 혼내지 않으면 다 괜찮은 줄 알았다. 친절하게 잘 알려주면 나랑 같은 마음으로 열심히 해줄 것이라 생각한 자체가 나 혼자만의 착각이었다. 나의 동료이자 팀원인 친구의 현 상태나 마음이 어떤지 많이 궁금해하지 않았고, 일이 너무 많고 바쁘다는 핑계로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지도 못하게 일만 꾸역꾸역 하고 있으니 같은 마음을 가지려야 가질 수가 없었다. 나도 몰랐던 안전망의 부재는 같이 일하는 데 있어 불편한 마음들이 떠오르게 했던 듯하다. 이제와 누가 잘했고 잘못했고의 잘잘못을 따질 일은 아니지만, 이 문장을 그때 만났으면 조금 더 나은 내가 되었으려나 싶은 마음은 쉬이 가라앉지 않는다.
우리가 우리인 한 괜찮을 거라는 분위기. 그 분위기가 소속감을 만든다. 언젠가 만날 '우리 팀'은 서로에게 안전망과 믿을 구석이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