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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하 Jan 23. 2024

응원하고 싶어 나 자신

오늘도 나선으로 걷고 있다는 것을 기억하자

친구가 잘 지내고 있냐 물어서 “찌그러졌다 조금 펴졌다 오뚝이 같은 마음 상태랄까, 끝없이 내려가는 것 같다가 갑자기 괜찮아져서 또 올라왔는데 괜찮을 틈 없이 바로 또 내려가. 어떻게 해야 하나 무거워진 마음으로 내려가서 바닥과 얼굴을 마주하는데 이것저것 해야 할 것들을 하면 또 괜찮아져서 올라오는 그런 상태야.”라고 대답했다. 오뚝이 같은 상태라면 보통 넘어져도 일어나는 것을 생각하며 노력하고 있구나 열심히 하고 있구나를 생각하겠지만 반대다. 게으른 완벽주의자는 혼자서 계획을 세워도 다음으로 미루는 것을 잘하기에, 장치를 걸어두었다. 피아노 학원에 등록했고, 클래스에 등록했고, 브런치 연재 요일을 설정했고, 아침 리추얼과 저녁 리추얼을 만들어두었다. 책을 읽고 생각을 정리하고 무언가 기획해 보고 고민하고 해야 할 일들을 하다 보면 마음의 무거움보다는 눈앞에 해야 할 것에 집중하느라 넘어졌다가 올라오는 오뚝이 같은 상태다. 집중하고 있는 몰입의 시간이 끝나면 여전히 갈피를 못 잡고 과정에 머물러 고군분투하고 있는 상태가 보여 마음의 묵직함이 커지며 넘어지는 오뚝이 상태가 된다. 


이전과 다르게 변한 내가 좋다. 여전히 찌그러지기도 하지만 전보다 금세 일어나고, 감정을 바꾸려 노력하며 그런 나를 응원하고 아껴주는 중이다. 지금의 편안함과 즐거움을 나처럼 조금 예민하고 내향적인 친구들이 가질 수 있으면 좋겠다. 응원하고 싶다. 변화한다고 모든 문제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전보다 예민함을 낮추는 방법도 알게 되었고, 내향인의 성향으로 사람들 속에서 덜 힘들고 건강하게 살 수 있는 방법을 알아도 매 번 부딪힌다. 매 번 부딪힐 때마다 전처럼 지지 않으려 움직이고 노력한다. 한 번, 두 번 노력들이 쌓이면 어느 순간 노력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내 것이 되는 때가 있다. 


어쩌면 이 글의 모든 내용은 스스로에게 해주고 싶었던 말들을 기억하고 싶어서 쓴 것일지도 모른다. 변하고 성장하는 과정에서 가장 크게 배운 것은 ‘해보지 않고는 알 수 없다는 것’. 이직도 처음이 어려웠지 두 번째는 어렵지 않았고 세 번째 퇴사 이후로는 회사로 돌아가지 않고 있다. 나 자신에 대해 잘 아는 것처럼 살았지만, 정말 왜 이러는 것인지 모르겠는 순간을 마주했고 스스로에 대해 알아차리고 깨달아 가는 것이 많아질수록 이왕이면 나를 잘 데리고 살고 싶어서 무엇이 좋은 것일지 다양한 시도를 했다. 그 과정에서 단어의 의미가 바뀌었다. ‘꾸준하다’는 더 이상 매일매일 하는 것이 아닌, 나만의 텀으로 혹은 작심삼일을 여러 번 하는 것처럼 포기하지 않고 근근이 이어하는 것이 되었고 ‘리추얼’은 매일 내가 하는 의식이 아닌 하루를 잘 보내게 해주는 단단한 지지대이자 인사이드 아웃에서 나오는 힘을 낼 수 있는 구슬들 같은 것이 되었다. 하루아침에 다른 사람처럼 되는 변신은 없어도 작게 쌓아온 변화들이 전보다 밝고 많이 웃고 건강한 나를 만들었다. 


무언가를 시작할 때 100%를 완성하고 싶은 것은 모두 다 같은 마음이다. 노트의 첫 장에 무언가를 쓰기 시작할 때, 먼 미래를 바라보며 채워야 할 것들에 좌절하거나 부담을 느끼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다. 노트의 첫 장뿐 아니라 우리의 삶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우리가 유일하게 할 수 있는 것은 오늘 지금 할 수 있는 것을 하는 것과 나를 잘 돌보는 것뿐이다. 잘 돌보는 것이 비바람을 피해 안전지대에 있고 쉬운 길만 가자는 것이 아니다. 비바람도, 넘어야 하는 산도, 어두운 동굴도 원할 때에 만반의 준비가 되었을 때 나타나지 않는다. 삶에서 변수는 늘 있기 마련이고 변수는 뜻밖의 즐거움이나 기쁨을 가져다주기도 하지만 대부분 상황을 어렵게 만든다. 너끈히 이기는 것이 아니더라도 버티고 끈덕지게 이겨낼 수 있는 것은 오늘 지금 할 수 있는 것을 하고 나를 잘 돌보았기에 가능하다.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나 내가 걸어온 길을 돌아볼 수 있게 되었을 때, 그제야 깨닫게 되는 것이다. 우리는 조금씩 처음에 그린 원에서 비켜나고 있었다는 것을, 원이 아니라 나선을 그리고 걷고 있었다는 것을. 원에는 출구가 없지만, 나선에는 출구가 있다. 직선으로 걷는 것보다는 확실히 느릴 것이다. 하지만 직선으로 걷지 않았기에 더 많은 것을 볼 수 있었다.
<오늘도 우리는 나선으로 걷는다> p13


꾸준히 하는 것에 함정은 어제와 오늘, 몇 년 전과 지금이 똑같다는 것이다. 어제도 했고, 그제도 했고, 내일도 할 것이라 특별한 것은 없어 보인다. 하다 보면 제자리걸음을 하는 것 같고 열심히 걸었는데 원을 크게 한 바퀴 돌아 출발점으로 돌아온 것 같은 느낌도 든다. 그럴 때마다 좋아하는 한수희 작가님의 문장을 떠올린다. 나선으로 걷고 있구나, 출구가 있을 거다. 삶의 궤적을 정말 작게 축소해 놓으면 나선으로 조금씩 이동해 감을 알 수 있지만 몇십배수, 몇백 배 수로 확대해서 보면 계속 그 자리처럼 보일 거다. 나선으로 걷고 있다고 나를 응원하는 것부터 다시 시작한다. 나를 향한 응원은 자연스레 나와 비슷한 사람을 응원하는 것으로 이어진다. 내 안에 채워진 따뜻한 힘과 사랑의 응원을 담뿍 떠서 부어주고 싶고 별사탕처럼 만들어 사람들의 입에, 마음에 쏙쏙 넣어주고 싶다. 결국에 누군가를 일으키는 것은 사랑하는 마음으로 기다려주고, 곁에 있어주고, 얼굴을 마주하고 같이 걸어가는 것이라고 믿는다. 아이유의 노래 제목처럼 사랑은 모든 것을 이긴다. (Love wins All) 오늘의 할 일을 하고 나를 응원하는 것이 쌓여 당신들을 향해 갈 거다. 나는 나를, 당신을 진심으로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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