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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하 Jan 19. 2024

이런 것도 강점이, 장점이 될 수 있다고?

내향인은 어렵지 않은 자연스러운 무기


퇴사할 때 사무총장님과의 면담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대화의 마지막즈음에 해주신 말이 인상 깊었다. 그런 피드백을 들어본 것이 처음이라 따뜻한 마음을 품고 돌아섰다. 사무총장님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입사 면접 때부터 느꼈던 것인데, 내가 정말 많은 사람들과 일하면서 소하 과장처럼 전체의 숲을 조망하면서 지금 위치에서 해야 할 일에 대해서 말하는 사람은 잘 없어. 큰 강점이나 장점이야. 이런 것을 잘한다는 얘기 많이 듣지?" 아뇨, 총장님께 처음 들었어요. 


생각을 많이 하고 남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기 위해 맡은 바에 책임을 다했다. 일을 하나씩 차근차근 가르쳐주는 사수가 있었던 것도 아니었고 조직이 커서 알아서 굴러가는 시스템이 있던 것도 아니었기에 혹 행여나 실수로 누군가에게 피해를 끼치거나 민폐가 되고 싶지 않았고 도움이 안 되는 결과를 만들고 싶지 않았다. 처음에는 눈앞에 벌어지는 문제를 해결하기 바빴고 일이 손에 익으면서는 문제가 생기지 않게 예방하려 애썼고, 자연스레 기획 업무를 맡았을 때는 지금 우리가 어느 위치에서 어디로 가야 하는지를 파악하기 위해 애썼다. 작은 조직이 정부 지원 사업을 따내기 위해서는 크고 뛰어난 조직들에 비해 우리만의 이야기, 우리만 할 수 있는 필요한 사업을 알리는 것만이 살아남는 길이었다. 경쟁에서 살아남는 조직이 되기 위해 받을 수 있는 교육이란 교육은 다 참여하고 구글링을 해서 나오는 수많은 자료들을 읽어보고 또 읽어보며 일에 적용하는 것 외에는 더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고 싶지 않은 성향이, 고민하고 생각하고 또 생각하고 깊게 생각하는 성향이 어느새 장점으로 발휘되고 있었다. 


내향인들은 공감을 잘하는 편이고 사람과의 관계에서 해야 할 것들을 빠르게 알아챈다. 이 또한 다른 사람을 불편하게 하기 싫어서 더 움직이고 더 일하겠다는 성향에서 시작한다. 공감을 잘하기 때문에 협업에 있어서 커뮤니케이션이 어렵지 않다.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고 필요를 발견하고 소통하는 것은 애써야만 가능한 것이 아니라 그 사람에 집중하고 있으면 자연스럽게 할 수 있는 부분이다. 회의시간에 무언가 말을 잘 꺼내지 않아도 필요한 말만 하고 사라지더라도 엄한 소리는 하지 않는다. 

상대가 원하는 것에 대한 알아차림도 빠르다. 이러한 스킬은 조직에서 살아남고 일을 잘하는 사람으로 성장하는데 큰 자원이 된다. MBTI에서 내향형인 INPF는 중재자의 역할을, ISFJ는 조력가의 역할을, ISFP는 다정하고 온화한 성인군자의 역할을 한다고 한다. 관계에 있어 자연스럽게 윤활유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는 성향이기에 팀프로젝트를 하거나 협업을 하는 과정에서 관계의 어려움이 있어도 티 내지 않고 끌고 갈 수 있는 힘, 팀원들을 잘 살피고 문제가 일어나기 전 예방할 수 있는 힘이 있는 것이 내향형이다. 


대부분 사람들이 리더는 진취적이고 적극적인 외향형에 가까운 사람이 해야 한다고 하지만, 조직이나 프로젝트에서 내향형 리더는 티가 나지 않고 조용히 하나의 팀을 만든다. 세심한 배려와 꾸준한 소통이 사람들을 한 곳으로 모으고 같은 방향을 보게 한다. 팀원 각자가 배정된 일과 잘 맞는지 살피고, 팀원 간의 소통이나 팀원과 리더와의 소통에서 문제가 없는지 살피고, 전체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과정에서의 예상되는 문제에 대한 대안을 마련한다. 운동경기에서 응원팀이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노래를 부르며 응원하는 것처럼은 아니지만 세심하고 배려심 있는 리더십은 차분하고 자연스럽게 팀원을 모두 다 데리고 프로젝트를 끝까지 마친다. 내향형 리더가 잔잔하고 오래가는 이유는 팀원과의 관계가 좋을 수밖에 없고, 책임을 다하기 위해 세심하게 살피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리더십이 맞지 않는 사람들은 함께 일하는 것이 답답하고 어려울 수도 있다. 


공감을 잘한다의 강점은 사람을 직접 대면하는 일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제안서 PT를 한다던지, 협력사를 설득해야 하는 자리나 인터뷰 프로젝트와 같은 일들은 내향형에게 강점이 있다. 상대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살피고 상대에게 공감하며 필요를 제공하고자 하는 자세가 자연스레 잡혀 있기에 뛰어난 스킬을 가지지 않았어도 분위기를 편안하게 만든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신의 이야기에 집중하고 공감하고 있다는 것이 느껴진다면 자연스럽게 솔직한 이야기들을 하게 된다. 집중하고 공감하는 반응, 내향형이 자연스럽게 잘할 수 있는 것이다. 편안한 분위기에 진행된 여러 가지 이야기들은 생각 이상으로 긍정적이게 마무리된다. 서로 무슨 패를 꺼내려나 의심하고 추측하기는 것이 아닌 편안하게 이해하고 배려하는 상황에서의 협력은 다음 협력으로도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꼭 뛰어난 발표 실력, 문서 제작 스킬, 기획력 등만의 좋은 능력이 아니다. 편안한 분위기에서 함께 일하고 싶은 사람이 되는 것, 함께 일하기에 믿을 만한 사람이 되는 것, 어떤 일을 믿고 맡겨도 되는 사람이 되는 것도 큰 강점이자 장점이 된다. 


인터뷰 프로젝트에서도 마찬가지이다. 프로젝트의 반응을 살피는 결과에 관련된 인터뷰, 그 사람을 취재하거나 가진 것에 대해 알아가는 인터뷰 등 좋은 결과를 가지려면 좋은 질문과 함께 인터뷰의 분위기를 이끌어가는 사람의 역할이 중요하다. 

인터뷰는 일차적으로 인터뷰이의 생각을 옮기는 글처럼 보이지만, 엄밀히 설명하면 두 사람이 만났을 때 벌어진 상호작용을 인터뷰어 관점으로 기록한 글이다.
<에디토리얼 씽킹>


인터뷰이의 생각과 경험, 감정과 느낌을 입 밖으로 꺼낼 수 있는 역할을 하는 인터뷰어가 내향인이라면, 다른 이들보다 편하고 자연스럽게 이 시간을 가질 수 있다. 주변 지인들도 자연스럽게 자신의 고민이나 어려운 점을 털어놓기도 해서 "언니는 정말 위로와 응원을 참 잘해주는 것 같아."라는 말도 종종 들었고, "만나면 편안한 느낌이 있어서 좋아요."라는 말도 들었다. 이런 강점으로 '인터뷰 프로젝트' 제안을 받았다.


회의록을 잘 쓰는 것도, 의사소통을 잘하는 것도, 시간 관리를 잘하는 것도 포트폴리오처럼 눈에 결과물이 나오지 않지만 좋은 업무 기술이다. 공감과 경청, 세심함과 배려도 협업을 하고 함께 일하는 데 있어 중요한 업무 기술이다. 이런 것도 강점과 장점이 될 수 있다. 쫄지말자, 우리는 이런 강점과 장점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다. 


[오늘의 응원]

내향인이라면, 잘 쓰고 있는 나만의 강점을 적어보자. 경청하기, 상대방에게 집중하기, 팀원 사이에서 분위기 좋게 만들기 등등 뭐라도 좋다. 남들과는 다른 나만의 강점은 조금 더 자신 있게 일할 수 있도록 도와줄 거다. 내향인이 아니라면, 내향인 친구와 동료를 살펴보며 응원해 주자. 그들만이 가지고 있는 배려와 세심한 의사소통을, 함께 일하고 싶은 동료임을 적극적으로 말해주자. 우리는 함께 일할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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