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소하 May 11. 2024

기억하고 싶은 하루 살기

문장큐레이션 오곰장 편지 뉴스레터 에세이 20호

"오늘 내 앞에 도착한 아름다움을 보자고. 잃었던 순간의 간절함을 잊지 않는 것. 그 간절함으로, 눌러 쓴 글씨처럼 또박또박 사는 것."

� 김신지, <시간이 있었으면 좋겠다>(잠비)


매일 매일 그냥 저냥 똑같은 하루가 흘러간다고 생각했다. 어제와 다를바 없는 오늘. 일기를 써도 책을 읽어도 좋아하는 카페에 다녀와도 무언가를 봐도 똑같이 감흥없이 그렇게, 기차 안에서 휘리릭휘리릭 지나가는 창밖처럼 선명하지 않은 하루를 살고 있는 것 같았다. 


산책하다가 문득, 겨울이라 앙상해진 나무들을 보며 작년 봄과 여름에 초록초록하게 한껏 풍성하게 잎을 달고 있었던 모습을 그려보았다. 겨울을 좋아한다고 생각했었는데, 좋아하는 풍경은 나무가 풍성하게 푸릇하게 서서 바람에 살랑 흔들거리는 모습이었다는 것을, 그 풍경은 늦봄과 초여름에 가득하다는 것을 새삼스레 깨달았다. 좋아하는 모습을 가지지 않아서 나무가 싫어졌거나 보고싶지 않은 것은 아니다. 겨울 내내 추위와 찬 바람을 이기고 따뜻한 봄이 왔을 때 소중히 품어왔던 잎사귀들을 틔워내듯이 어제와 똑같아 보이는 일상일지라도 하루하루를 충실하게 서 있는 나무들을 보며 무탈한 일상에 감사했다. 별 일 없는 소소한 일상을 기차에서 창밖을 바라보는 것 같은 무심한 마음과 표정으로 바라봤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무탈한 일상에 감사했듯이, 내 앞의 작은 순간들에서 감사한 것들을 찾아내고 싶었다. 그렇게 찾아낸 감사한 것들로 무덤덤하게 지나가는 하루가 아니라 기억하고 싶은 하루로 살아내고 싶어졌다. 


오늘부터는 일기에 매일 감사한 것 한가지씩을 기록해야겠다. 아무것도 없어 심심한 일상도 다람쥐 도토리 모으듯 매일의 감사를 모으다보면 일상의 무탈함에 더더욱 감사하면서 순간을 소중히 여길 수 있지 않을까 싶다. _소하곰�



문장큐레이션 오곰장 편지 뉴스레터에 실린 에세이입니다.

뉴스레터 전문이 궁금하시다면 클릭

매거진의 이전글 산책의 날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