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여고 금지어 알려드립니다

"여학생들이라 수학을 못해요" 금지!!

3월부터 여고에서 과학 교사로 일하기로 계약을 했고, 요 며칠 자리도 정하고 업무도 알아갈 겸 하여 출근을 하였다. 정시 비중이 40%로 늘어남에 따라, 이에 따른 입시 지도 계획을 세워야 한다는 교감선생님의 요청이 있었고 과학과 선생님들이 둘러 앉아 전년도 3학년의 입시 성적 통계를 찾아보았다. 국어와 영어, 사회탐구 과목 성적은 학교 평균이 전국 평균을 웃도는데, 수학과 과학탐구 성적은 평균보다 조금 아래였다.

"우리 애들이 여학생들이라, 수학이랑 과학은 좀 약해요."

...... 21세기에 이 무슨 망언인가! 그러나 모두가 동조하는 분위기였고, 교사 연수 시간에도 교과회의 시간에 나왔던 망언이 이어졌다.

망언이라며 조금 쎈 단어를 사용했으나, 어쩌면 선생님들은 학생들의 성적이 낮은 것을 변호해주고 싶으셨을 수도 있다. 다만 그 변호의 말에 신뢰성과 타당성이 보증되지 않았을 뿐일 게다. 그러나 나는 여고 출신에, 수학 선생님으로부터 '여자들이라 기하를 못하는구나'라는 말을 숱하게 들어온 사람으로서, 절!대! 학생들 앞에서, 아니 학교 안에서 '여학생들이라 수학을 못한다', '여학생들이라 생명과학을 좋아한다(내가 생명과학 교사라 잘 아는데, 여자든 남자든 고등학교 때 생명과학 싫어하는 사람 잘 없다. 왜? 일단 자기 몸이랑 관련된 내용이 많이 등장하고, 수능 문제 난이도의 변동폭이 다른 과목보다 적고, 수식이 적기 때문이다!)'. '여학생들은 수학 때문에 물리 선택 안 한다(남고도 물리 선택 안 한다. 그리고 물리가 학생들에게 외면받은 역사는 유구하다)' 등의 말은 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과연 여학생들이 수학을 못하게 타고난 것일까?

많은 연구에서 그렇지 않다고 밝혔지만, 만약 그렇다고 할지라도 적어도 학생의 발전가능성을 믿고 학생들의 성장을 도와주어야 하며, 학생들이 10대의 1/3 이상을 보내는 공간인 학교에 있는 성인들은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너는 여자라서 수학을 못해, 너는 남자라서 국어를 못해 따위의 말은 하면 안 된다고 본다. 나는 여자라서 수학을 못한다는 말은 학생의 성장 가능성에 제동을 거는 한계가 된다고 확신한다.

'여학생들은 수학을 못해'라는 말은 여학생들을 가스라이팅하는 말이다. 가스라이팅은 누군가가 자기 검열을 하게 만들어서 스스로의 능력이나 태도 등에 의심을 거듭하게 만드는 일을 말한다. '여학생들은 수학을 못해'라는 말을 반복적으로 듣고 자란 여학생들이 과연 수학을 좋아하게 될 확률은 얼마나 될까? 수학을 열심히 할 확률은? 수학과 가까워질 확률은?

단호하게 제안한다. 앞으로 여고에서 '여학생들은 수학을 못해', '여학생들은 체육을 싫어해', '여학생이라 국어를 잘해'등의 말은 금지하자. 마찬가지로 남고에서는 '남자들은 언어가 약해', '남학생들은 말이 안 통해' 등도 금지하자. 네가 뭔데 금지하라 마라 난리냐고? 상식이다, 이 사람들아!

- 하굣길에, 선생 오찬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