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새 학년 담임으로서 처음으로 학생들을 만났다.
귀가 시간이 되자 학생들은 저마다 복도에서 새 담임교사를 만난 소감을 왁자지껄 나누고 있었다. 키가 그리 크지 않은 나는 그 틈에 폭 싸여서 발을 반자동으로 구르며 교무실까지 나아가면서 체육(샘)은 엄해서 싫고, 수학샘은 담임반에 수학 많이 시킬 것 같아서 두렵고, 우리 반 아이는 내가 젊은 사람이라 좋다는 이야기를 했다. 무서워서 싫다거나, 자신이 싫어하는 과목 선생님이라 걱정된다는 말은 그래도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데, 젊어서 좋다거나 나이 들어서 싫다는 말은 정말 듣기 괴롭다.
누구나 나이가 든다.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어쩌면 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노화와 죽음, 정말 자연스러운 일이고 늦출 수는 있어도 막을 수는 없다. 철없는 아이들이라지만 정말 젊은 교사를, 단지 젊다는 이유에서 더 선호할까? 대답을 해 드리자면 내가 판단하기에 아이들은 자신이 즐기는 문화를 이해해주는 사람을 따르고 좋아한다. 첫 만남에서 아이들이 젊은 혹은 젊어 보이는 선생님에게 호감을 표현하는 것은 자신과 비슷한 관심사를 가지고 있을 것 혹은 자신의 관심사를 이해해줄 것이란 기대 때문이 아닐까. 결국 수업을 기깔나게 잘하고, 아이들의 말에 귀를 기울여주고 행동을 세심하게 관찰해주면 젊은 사람이든 나이 든 사람이든 관계를 잘 형성하게 돼 있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사실 이렇게 생각하지 않으면, 어느덧 나이가 들어 아이들의 문화를 아예 이해할 수 없는 나이가 되었을 때 교사라는 직업을 계속 이어가는 게 힘들 것 같다)
개학이 일주일도 채 남지 않았다.
나는 아이들에게 연예인급의 인기를 얻고, 당신의 존재만으로도 너무 좋다는 식의 말을 들을 생각은 추호도 없다. 하지만 나는 아이들이 날 더러 '젊어서 좋다'가 아니라 실력이 좋아서, 적극적으로 소통하려고 해서, 자신과 대화가 통해서, 어려운 일도 털어놓을 수 있는 믿을만한 어른이라서 좋다고 말하게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