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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ower Series Jun 27. 2023

<싸이보그지만 괜찮아>, 박찬욱 감독

희망을 버립시다, 그리고 힘내요

 친구의 블로그를 정주행 하다가 이 영화를 알게 되었다. 영화 포스터부터 난해해 보였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 영화는 정말 따뜻하고 다정하다. 볼 가치가 있는 영화이다. 

 

 이 작품에서는 영군과 일순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성까지 포함한 풀네임을 까먹었다... 새벽에 잠이 안 와서 봤어서) 영군은 자신이 싸이보그라고 생각하는 소녀이다. 밥을 먹지 않고 그 대신 배터리를 먹어야(먹는 것보다는 핥는 것에 가깝기는 하다.) 충전이 된다고 생각을 한다. 영군에게는 사연이 있는데, 자신을 유일하게 이해해 주던 자신의 할머니가 정신병원에 끌려가서 이별을 하게 된 슬픈 사연을 가지고 있다. 영군은 정신병원에 자신의 할머니를 끌고 간 의사들을 '하얀 맨'이라고 부르면서 원망한다. 하지만 '하얀 맨'들에게도 할머니가 있으면 어떻게 하냐면서 그들에게 동정심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그들을 쉽사리 탓하지도 못하는 딜레마에 빠진다. 


 반면 일순은 Anti-social로 한국어로 번역하면 반사회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다. 전기기사 출신이고 도벽이 있다고 표현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일순이 가지고 있는 두려움은 자신이 점처럼 소멸되는 것이다. 나중에 나오는 장면이지만 이는 죽음을 의미한다. 영군과 일순이 같이 있는 정신병원 병동에서, 자신에게 태어날 때부터 달린 끈이 있다고 표현하는 환자가 한 명 있다. (이름이 생각이 안 난다.) 그 환자가 말한 대로 영군의 할머니가 그 끈에 의해서 하늘로 사라지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는 영군의 할머니가 위독하시다가 돌아가셨다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이때 일순이 '점처럼 소멸되셨구나'라고 한다. 따라서 죽음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받아들였는데, 일순에게 죽음이란 자신의 정체성을 갖지 못하는 것이다. 그래서 다른 사람의 것을 훔치면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으려고 한다. 


 영군과 일순이 만나게 된 계기는 영군이 동정심 때문에 '하얀 맨'들을 해치우지 못한다는 것에서 출발한다. 일순에게 영군은 자신의 동정심을 훔쳐달라고 부탁하지만, 여타 훔치는 행위가 그렇듯이 훔쳐달라고 부탁해서 훔치는 것은 훔치는 것이 아니게 된다. 


 결국 동정심을 훔치는 행위에 성공하게 되고, 두 사람은 서로를 이해하게 된다. 영군이 전기충격파 치료를 받고 각성해서 병원의 '하얀 맨'들에게 자신의 손으로 총을 쏴서 쓰러뜨리는 연출이 나온다. 이때, 일순을 제외하고 옆에 있는 '하얀 맨'들을 쓰러뜨린다. 이 장면에서 일순은 '사라지지 않는다'. 


 소제목의 '희망을 버립시다.'와 '하얀 맨들'이 의미하는 바는 사회에서 추구하는 정상성, 또는 지향점에 대한 모순을 버리자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영군에게 가해지는 비인간적인 전기충격 치료도 영군이 자신이 싸이보그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사회에서 정해놓은 정상인 범주에 들어가지 않아서 가해지는 것이다. 쉽게 예를 들자면, 나는 재수를 했었는데 주변 사람들이 '넌 잘 될 거야'라고 하는 말을 꼬아서 들었던 거 같다. '잘 되지 않으면 난 어떻게 되는 거지?'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그저 힘내자는 말은 무책임하게 들릴 수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보다는 꺾여도 계속하는 마음'이라는 말이 있듯이 삶은 지속되고, 이 삶 속에서 계속해서 힘을 내는 것이다. 


 우리 사회는 두 주인공처럼 특별하고 소중한 존재들을 그저 정상성이라는 이유로 가두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해보아야 한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우리 개인의 삶에 있어서도 그저 힘을 내는 것이 중요하다-라는 것. 


#싸이보그지만 괜찮아

#박찬욱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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