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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ower Series Jun 30. 2023

<미스슬로운>, 존 매든 감독

꼭 모든 행동의 동기가 개인의 사연 때문이어야 할까?

 어제 <미스슬로운>을 다 보고 <스토브리그> 보다가 잠들었다. 눅눅한 날씨지만 영화나 드라마를 보지 않으면 더 밋밋한 하루가 될 것 같았다. 그리고 오늘 뒤늦게 일어나서 프로그래밍 공부를 하기 전에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냥 글 쓰기에는 글이 잘 안 써질 거 같아서 집 밑에 있는 가성비 좋은 카페에 가서 커피를 사 와 마시면서 글을 쓰기로 했다. 그리고 tmi지만 엊그제 주문했던 윤동주 시인의 시가 실려있는 문진(책 고정하는 거)이 도착했다. 기분 좋게 하루를 보낼 수 있을 것 같다.


 이 영화는 총기 규제를 소재로 삼고 스토리가 흘러가는 정치 스릴러 영화이다. 총기 규제라고 해서 속으로 '총을 다루는 것은 무조건 위험하니까 안 좋은 것 아닌가?'하고 생각하고 있었다. 즉 총기 소지에 대해서 무지한 상황이었다. 영화 줄거리가 좀 빠르게 진행되는 느낌이 있는데, 총기 관련 법안에 대해 모르는 게 많아서 영화 줄거리를 따라기가 어려웠던 부분이 있다. 이 총기 규제 법안은 미국 수정헌법 제2조에 적힌 모든 국민은 무기 소지 및 휴대의 권리의 보장과 관련이 있다. 그래서 이 부분을 논문과 위키 등을 찾아봐가면서 알아보았다. 그런데 천상 이과라서 그런지 건져낸 것이 잘 없다... 미국사와 미국 정치를 다 알아봐야 하는 그런 광범위한 소재이기 때문에, 깊게 이해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영화를 알게 된 계기도 신기하다. 대학교 1학년때 티빙에서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를 몰아봤던 기억이 있는데, 그 드라마가 이 영화의 표절작이다. (작가가 표절이 아니라고 부정했던 거 같은데 주인공 리즈가 <검블유(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의 줄임)>의 주인공 배타미랑 비슷한 구석이 너무 많았다. 그리고 <검블유>의 주인공 송가경이 마지막 장면에서 하는 말과 <미스슬로운>에서 리즈가 하는 말은 아예 동일하다. ) 그렇게 표절이라고만 알고 있었는데, 이번 브런치를 개설하면서 지인분께 이 작품을 추천받게 되었고, 보게 되었다.

 

 주인공 리즈는 미국의 로비스트이다. 그리고 미국 총기 소지의 스토리를 바꿔달라는 제안을 받는다. 실제로 미국 총기 소지로 인해 피해를 받는 것은 사회적 약자들이다. 각종 학살과 혐오 범죄의 피해자가 된다. 여기서 리즈는 여성이고 스펙이 우월하기 때문에 미국 총기 소지의 스토리를 바꾸는 것에 찬성한다면 아마 바꿀 수 있을 것이었다. 여기에서 언급된 '스토리'는 다음과 같다. '강한 여성의 이미지'+'총기 소지'='여성 유권자들의 표를 얻는 것'. 리즈는 자신의 신념으로 이를 거절한다.


 이것이 결말에서 리즈가 말하는 '기생충'의 의미일 것이다. 왜 여성의 이미지를 포장하는 것이 나쁜 것이냐 할 수 있다. 이 영화에서 중요한 것은 페미니즘에 대해 말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성 소수자나 여성 유권자에 대한 언급이 영화 속에서 나오기는 한다.) 국회의원을 포함한 정치인들의 의무는 국가를 위한 일을 하는 것이다. 하지만 국가를 구성하는 국민, 국민 중의 절반인 여성들을 그저 유권자로만 보는 것은 국회의원이 국민을 이용하는 것이다. 국민을 위해야 하는 사람이 국민을 이용하므로 이는 '기생충'과 의미가 맞아떨어진다. 이런 국회의원의 모습을 비판하고자 기획한 작품이 아닐까 한다.


 또한 리즈의 통찰력도 살펴볼 만하다. 리즈는 처음부터 끝까지 자신이 계획한 대로 흘러간다. 다만 히든-해리스 법안(총기 규제 법안-범죄자들의 총기 구매를 규제하는 법안)을 통과시키는 과정에서 승리를 하기 위해 에스미의 비밀을 폭로하면서 에스미를 배신하는 모습이 나오는 등 상대방을 존중하지 않고 선을 넘는 모습도 등장한다. 자신의 신념을 위해 시작한 일이지만 항상 도덕적이진 않은 그런 사람의 입체적인 부분이 가장 잘 드러나는 장면이었다고 생각한다. 에스미는 블루밍턴 고교 총기사건 현장에 있던 사람이다. 개인적인 사연으로 총기 규제 법안에 뛰어든 것인지 아닌지는 확실하진 않지만 개인적인 사연이 강한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리즈의 경우 개인적인 사연이 등장하진 않는다. 개인사가 있지 않아도 자신의 신념에 따라 사람이 행동을 해 나갈 수 있다는 것도 암시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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