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국장과 된장

마음의 맛을 느끼다

by June

어린 시절, 내게 청국장이나 된장은 참으로 불편한 존재였다. 그것은 단지 냄새 때문만은 아니었다. 걸쭉하고 짙은 갈색, 뭔가 썩 유쾌하지 못한 비쥬얼, 그리고 불쾌한 특유의 질감까지. 내가 자주 방문했던 할머니 집은 늘 메주 향으로 가득했고, 나는 그 냄새가 화장실같다고 느껴져서 더 불편했다. 메주나 된장을 만지시던 할머니의 손끝에서 퍼져 나오던 그 퀴퀴한 발효 냄새는 그땐 편하지 못했다. 어렴풋한 기억 속, 4살 무렵에 나는 청국장에 밥을 비벼준 큰어머니와 할머니의 음식을 억지로 먹었던 기억이 참 마음 아프다. 지금이라면 더 행복하게 먹었을 텐데 말이다.


어릴 때 할머니댁에 놀러가면 자신의 손으로 담근 된장을 내놓으셨지만, 그 시절의 나는 그 냄새를 피하고 싶어 고개를 돌리거나 찌개류를 최대한 안먹으려고 했다. 된장찌개는 그나마 나은 편이었다. 청국장은 차마 가까이하기도 어려웠다. 콧속을 파고드는 강한 향, 그 특유의 발효된 맛은 내 어린 입에 너무도 낯설고 거부감이 드는 맛이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내 입맛은 천천히 변해갔다. 달고 자극적인 맛에 열광하던 어린 시절을 지나 성인이 되어서는 된장의 깊고 구수한 맛을 이해하게 되었다. 특히 도심에서의 바쁜 일상 속에서 따뜻한 된장찌개 한 그릇을 마주할 때면 할머니 댁에서 나던, 그 퀴퀴한 냄새조차 그리워지곤 한다. 그 냄새는 단순히 발효된 음식의 향이 아니라, 내 어린 시절의 기억과 할머니의 손맛이 담긴 추억이었다. 이제는 청국장도 무척 좋아한다. 이젠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시간의 깊이와 기억의 무게를 담은 존재가 된 것이다.


된장과 청국장. 어린 시절의 나에게는 불쾌함의 상징이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이 맛은 결국 내 삶의 일부가 되었고, 지금도 식탁에서 함께 어우러질 때 가장 따뜻하고 풍성한 맛을 만들어 주고 있다. 어쩌면 음식이란 단순한 맛이 아니라, 시간이 담긴 기억이고, 그 기억을 다시 마주할 수 있게 해주는 통로일지도 모른다. 어릴 적 불편하고 낯설었던 된장과 청국장은 이제 내게 가장 따뜻한 안식이 되었다. 그 깊고 구수한 맛은 단순한 발효의 결과가 아니라, 세월이 빚어낸 내 마음의 맛이기도 하다. 결국, 인생도 그런 것이 아닐까. 처음엔 어색하고 불편했어도, 시간이 흐르며 우리는 익숙해지고, 결국 그 불편함마저 소중하게 받아들이게 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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