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접은 지원자만 평가되는 자리가 아니다.

꼰대회사가 알아야 할 점

by June

면접은 지원자만 평가되는 자리가 아니다.


최근, 이전 직장에서 함께했던 포트원의 동료가 원하던 회사로 이직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난 그의 1차 면접관으로서 그의 역량을 잘 알고 있었고, 늘 응원하던 터라 내 일처럼 기뻤다. 면접을 시작으로 쌓인 업무 경험, 신뢰, 그리고 사람 간의 관계가 만든 감정일 것이다. 앞으로 자신의 조직에서 선한 영향력을 발휘할 것이 기대된다.


그 소식을 들으며, 문득 과거의 좋지 않았던 면접 경험이 떠올랐다.

일반적으로 구직자는 좋은 인상을 주기 위해 철저히 준비하고, 회사는 대화를 통해 지원자와 조직의 ‘핏’을 확인한다. 하지만 회사가 내세운 면접관의 태도를 관리하지 못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예의 없는 질문이나 무성의한 태도는, 능력 있는 인재를 면접에서 놓치는 가장 큰 이유다.


나 역시 이를 면접자로서 느낀 적이 있다. 그리 오래되지 않은 과거, 국내 한 제조 대기업에 지원했을때다. 창립 80년 가까운 역사와 수조 원대 매출을 자랑하는 곳이었고, 서류·1차·2차 면접까지 모든 과정이 만족스러웠다. 하지만 최종 면접은 인생에서 가장 최악의 경험이었다.


면접관은 네 명이었지만 질문을 한 사람은 부사장 한 명뿐. 나머지는 형식적으로 앉아 있는 인사팀장과 본부장이었다. 게다가 최종 후보 2명을 동시에 불러 경쟁 면접을 시키는 이상한 형식이었다.


“그래, 회사마다 문화는 다를 수 있으니 우선 할 건 하자.”


하지만 부사장의 질문은 깊이 없는 자기확신과 꼰대스러움으로 가득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이런 질문을 던졌다.


“당사의 00 신제품을 북미에 추가 출시하려고 합니다. 여기서 바로 카피 하나 지어보세요. 30초 드립니다.”


제품 정보도, 타겟도, 시장 세그먼트도 알려주지 않은 채였다. 이미 속으로 ‘여긴 합격해도 안 간다’고 결심했지만, 인내하고 즉석에서 답을 내놨다. 부사장은 내 답과 다른 지원자의 답을 지적하고, 본인의 ‘정답’을 몇 분간 늘어놓았다.


조금만 더 어렸다면 그 자리에서 “옆 분 붙이세요. 저는 여기랑 안 맞습니다.” 라고 말하고 나왔을 것 같았다.


면접이 끝난 뒤, 불쾌한 마음으로 건물을 나서던 중 인사팀장이 1층 로비에서 다시 보자고 전화했다. 이번에는 부사장을 제외한 나머지 면접관들이 내려와 차를 마시며 비로소 ‘대화다운 대화’를 했다.


나는 최종 합격 통보와 함께 좋은 처우를 제안받았다. 그러나 입사하지 않았다. 조직 내 다른 직책자들의 발언권조차 보장하지 않는 리더, 시대와 동떨어진 가치관을 가진 경영진이 있는 회사와는 맞을 수 없기 때문이다.


아마 부사장의 태도만 달랐어도, 혹은 면접 중 다른 면접관들과 충분히 대화할 수 있었다면 결과는 달라졌을지 모른다.


지원자는 면접관보다 부족해서 지원하는 것이 아니며, 면접관은 우월해서 그 자리에 있는 것이 아니다. 면접은 회사를 대신해 ‘더 맞는 사람’을 찾고, 그 결과에 책임지는 자리다. 잘난 척하며 자신의 역사를 강의하는 자리가 아니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그렇게 놓치는 인재와 훌륭한 리소스가 얼마나 될지, 소위 ‘꼰대 기업’들은 조금 더 돌아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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