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2B 마케팅은 포장이 아니다.

불확실성을 줄이고, 조직의 언어를 정렬하며, 책임을 숫자로 증명하는 일

by June


B2B 마케팅을 하면 종종 이런 말을 듣습니다.


“그래도 B2C보단 덜 힘들지 않아요?”

“전시회 잘 하고 기사 몇 개 내면 되는 거 아닌가요?”
“제품 출시하고 보기 좋은 자료 만들면 되는 거 아니에요?”


겉으로 보면 그렇게 보일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런데 브로슈어, 영상, 보도자료, 홈페이지 등.. 눈에 보이는 건 대부분 결과물입니다. 그래서 B2B 마케팅은 종종 ‘보여주기 식의 일’로 오해를 받기도 합니다. 하지만 저는 실제로는 ‘보이지 않는 리스크를 정리하는 일’에 더 가깝다고 생각해요.


B2B 시장 내 고객들은 충동 구매가 없습니다. 가격도 높고 고관여 제품인 B2B 제품은 구매까지 고객의 결정은 느리고, 검토는 길고, 이해관계자는 여러 명이며, 한 번의 선택으로 누군가의 KPI와 예산, 때로는 커리어까지 책임지는 일이 되기 때문이죠.


고객은 저희에게 자주 질문합니다.


“이 수치는 어떤 조건에서 나온 겁니까?”
“우리 환경에서도 동일합니까?”
“이거 도입하고 실패하면 누가 책임집니까?”


B2B 마케팅은 위 질문이 나오기 전에 이미 내부에서 그 질문을 먼저 던지는 일을 수행합니다. “효율 향상”이라는 한 문장을 쓰기 위해 기준 데이터를 확인하고, 예외 조건을 점검하고, 기술적 한계를 파악하고, 영업 현장의 실제를 검증합니다.


그 과정을 거치지 않은 메시지는 신뢰가 아니라 리스크가 되기도 하죠. 그래서 B2B 마케팅의 본질은 ‘포장’이 아니라 ‘불확실성을 줄이는 구조 설계’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엔지니어의 언어는 정확하지만 복잡하고, 영업의 언어는 현실적이지만 때로는 과감하고, 경영진의 언어는 방향성이 있지만 추상적일 때가 있죠.


그 사이에서 회사의 메시지를 한 문장으로 정리해 외부에 내보내는 역할을 가지고 있기에, 혹여 외부로 나간 문장이 단순해 보여도 그 안에는 기술적 사실과 상업적 현실, 법적·계약적 리스크까지 고려된 판단이 들어 있다고 봐야합니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리스크를 줄이는 동시에 우리는 리드도 만들어야 합니다. 인바운드 리드를 설계하고, CRM에 데이터를 쌓고, 온라인 광고를 운영하고, 오프라인 행사에서 잠재 고객을 만나고,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발행하며 관심을 수요로 전환해야 합니다.


의사결정자와 신뢰를 설계하면서도 숫자를 만들어야 한다... 즉, 전략을 세우면서도 동시에 실행도 멈출 수 없다는 말인데, 그래서 저희는 메시지를 단단하게 다듬으면서도 유입까지 늘려야 하는 두마리 토끼를 잡아야 합니다.


이따금 잘 되면 “제품이 좋아서”라는 말도 듣습니다. 잘 안 되면 “마케팅이 약하다”는 평가도 받습니다. 가장 억울한 부분이기도 한데.. 그래서 B2B 마케팅은 화려함보다 단단함이 필요합니다. 우리 마케팅은 앞에 서 있는 직무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뒤에서 구조를 세우는 자리라고 생각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보이는 건 결과지만 진짜 중요한 건 ‘출시 전’, ‘발표 전’, ‘게시 전’에 있다는게 제 생각입니다.


마무리하면, 저는 B2B 마케팅을 관심을 끄는 일이 아니라 리스크를 줄이면서 기회를 만드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전 그래서 이 일을 가볍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조직 안에서 가장 먼저 질문을 던지고, 나중에 책임을 지는 자리에서 또 조용히 숫자를 만들어야 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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