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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흰지 Dec 18. 2022

이효리가 떴다, 서울에

티빙 오리지널 <서울 체크인> 리뷰


***네이버 포스트 '오즈앤엔즈'에 기고한 글을 재업로드합니다.

***드라마의 줄거리 및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여행을 가고 싶다. 마스크 해제령 이후, 비행기 값이 천정부지로 오른단다. 아마 나와 더불어 '여행을 가고 싶다'고 외치는 대중들의 심리를 반영한 것이겠지. 이왕 떠나는 거 외국? 혹은 외국 '같은 곳'을 추구하는 것은 이국적인 배경에 눈길을 뺏기고 싶은 심리일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모두 '제주도'로 여행을 가고 싶어한다.




 이 '제주도 여행'에 해당되지 않는 사람들은 바로, 제주도에 뿌리를 박고 살고 있는 '도민들'이다. 그 머나 먼 섬 제주도에서 살다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한 여자가 서울로 놀러를 온다. 누가? 이효리가. 





오픈 2022. 04. 08.

채널 TVING  매주 금요일 오후 4시 




서울에서 이효리는 어디서 자고,

누구를 만나고 무엇을 할까?

이효리의 소울-풀 서울 스토리




제주도민 7년차, 이효리가 서울에 놀러오는 이야기 하나만으로 이렇게 재미날 수가 있나.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이효리의 <서울 체크인>을 작년 말 파일럿 때부터 쭉 지켜봐온 1인으로서, 사실 처음엔 각종 서울의 호텔이며 도시 야경들을 비추는  PPL 파티가 되지 않을까 혼자 예상했던 터였다. 아니 그런데 사실은 이효리의 서울엔 그의 시간을 이제까지 함께해온, 혹은 앞으로도 함께할 사람들의 연속이었다고나 할까. 이효리만큼이나 화려한 게스트 라인으로 '김완선부터 보아, 엄정화, 화사까지' 혹은 '코요테부터 젝스키스 은지원까지'. 







매주 다른 건 몰라도 <서울 체크인>은 꼭 챙겨보며 느꼈다. 이효리는 이효리구나. 거꾸로 해도 이효리구나. 이 여행에는 지나침 꾸밈에 없어서 좋았다. 그냥 내놔도 스타인 사람이 낮에는 친구와 깔깔대고 밤에는 감성에 젖어 그래 우리 이렇게 살아볼까? 혹은 어떻게 살면 될까를 묻는 예능. 재미가 없을 수가 없었다고 생각했다. 




이효리의 시선이 특별한 이유




서울체크인이 유독 재밌는 이유는 이효리가 구경하는 서울이 단순한 여행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서울은 이효리가 제주도민으로 살기 직전까지 그의 일터이자 보금자리였던 곳이다. 그래서 친했던 사람들, 같이 일했던 사람들이 즐비한 곳이기도 하다. 내가 아는 어떤 이들은 자기가 한때 살았던 곳으로 돌아갔을 때 지인들의 연락에 휩싸이는 이들도 있었고, 외려 지인들의 연락을 받지 않고 잠수를 타는 이들도 있었다. 나는 그 두 유형 모두 이해가 간다. 고향/혹은 자신이 오래토록 살았던 곳에서는 이렇게 복잡하고도 끈끈한 거미줄이 어딜가나 발에 채이기 마련이다.







그 도시에 이미 살고 있는 현지인들은 이미 자신의 생활 루틴에 따라 도시를 누비지 않고 도시 안에서 '사는' 사람이다. 그에 반해 여행자들은 도시를 누빈다. 구석구석. 생활 루틴을 무시하고. 그 왜 모두가 출근할 때 홀로 반대편을 향해 퇴근하는 그 짜릿함 있지 않은가. 걸음은 가벼워지고 마음은 여유로워진다. 그리고 이효리는 서울에서 사는 사람들과 먹고 마시고, 요가한다. 




홀로서기가 아니라 더욱 즐거운 여행 




'만나면 좋은 친구'들이라고 했나. 서울 체크인의 이효리만큼 주목받는 건 바로 게스트들이다. 90년대를 함께 주름잡던 '젝스키스', '코요테'가 나오질 않나, 김완선부터 화사까지 전 세대의 디바들이 나오지를 않나. 그들은 만나서 화려한 공간에서 극적으로 구성되기 보다는 집이나 호텔 한 구석에서 만나 옛날얘기를 한다. 우리 한때 이랬었는데. 아직도 그 식당에서 그 메뉴 파나?와 같은.








이들의 대화가 '라떼'처럼 느껴지지 않는 이유는 뭘까? 결국 같은 과거 얘기를 하더라도, 그때가 좋았어! 그때로 돌아가자 라고 과거를 맹신하고 신봉하지 않아서 좋았던 것 같다. 잠깐 딴 얘기를 하자면, 요즘 케이팝을 사랑하고 좋아하며 종종 댓글에 케이팝의 전성기로 불리고 있는 2010년대만이 진짜고, 요즘 것들은 가짜라는 말을 볼 때 참으로 속상했다. 그때 그 시절이 아무리 좋다 한들 지금 현재 여기를 사랑하고 있는 사람은 또 뭐가 되느냔 말이야? 




<서울 체크인> 4화, 젊은 시절 자신 스스로가 예쁜 줄을 몰랐었다 아쉬워하는 엄정화에게 이효리가 그런다. "언니, 20년 후에 지금 영상 보면 또 예쁘다고 하고 있을 걸?" 그렇다. 결국 과거를 미화하는 것도 모두 '지금 이 순간'이 있어서 가능한 일이다. 나에겐 이효리의 이 말들이 정말 위안이 되었다. 







친구들과 만난 효리는 꼭 요가를 한다. <서울체크인>이 방영되고 아침마다 차를 마시고 요가를 하는 이효리의 생활패턴이 많은 사람들에게 깊은 인상을 준 모양이다. 그들의 친구들 중엔 몸이 이미 유연한 사람들, 유연하지 않은 사람들이 모두 뒤섞여있지만 이효리를 똑같이 그들을 대한다. 예능 방송을 보며 느낀다. 몸을 자유자재로 쓰지 못하는 이들을 두고 '몸치'라며 개그로 소비할 때마다 사실 학교 다니던 때에 체육을 잘하지 못해 맨날 놀림을 받던 내가 떠오르곤 했다.



  




이게 아프면 내 몸이 이상한 건가요?

-아뇨, 열심히 살았다는 증거예요.




<서울 체크인> 6화. 이효리의 제주도 친구들이 함께 요가를 하다 나온 장면이다. 요가 학원을 한때 다니면서도 느낀 것이지만 아프거나 유연하지 않을 때 괜시리 남의 눈치를 보게 되는 경우가 있다. 그럼에도 요가가 좋았던 것은 항상 '내 몸에 집중하라'는 모토가 좋았기 때문이었다.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인만큼 남에게 어떻게 보일지 신경쓰지 않는 연습. 그것이 곧 이효리가 누비는 서울여행과도 맞닿아있는 것 같았다. 그래서 <서울체크인>의 매 화마다 요가하는 순간들이 참 좋았다. 



I hope the exit joyful




이 죽음의 여행이 행복하기를

그리고 다시 돌아오지 않기를




<서울 체크인>의 많은 대화들이 사람들의 주목을 받았건만, 그 중 단연 최고는 김완선-엄정화-이효리의 삼자대면의 장면들이 아니었을까 싶다. 이제까지 어떻게 살아왔으며 앞으로 어떻게 늙어갈까를 고민하는 이들은 아 그들의 일상도 나와 다를 바가 없구나를 깨닫게 되는 장면들이었다. 워너비들은 항상 우상이 되고, 소비를 소비함으로써 그들의 발끝만이라도 따라가려 노력해야 한다는 피로감 없이. 담담하게 죽음을 얘기하기도 되는 예능. 




김완선의 벽에 걸려있는 프리다 칼로 그림의 의미를 되짚으면서. 우리가 모두 여행을 선망하고 그리워하는 이유를 새겨본다. 다시 돌아가지 않을 것처럼 지금 현재 이방인으로서 서있는 도시를 사랑해보기. 삶은 곧 여행이라는 거창한 문구 없이도 지금 카톡이 닿는 친구들과 열심히 행복해지기. 이효리의 <서울체크인>은 여행이자 수다며 요가다. 이 깔끔한 삼각형이 오늘을 나도 서울에서 행복하게 구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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