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음이라는 시간과 공간

2019 인디다큐페스티발, 봄프로젝트 10주년 기념 특별 상영 1

by 흰지


만연한 봄이라기엔 오히려 늦겨울보다 바람이 쌀쌀해진 이맘때 서울에선 매년 다큐멘터리 영화제가 열린다. 그래도 영화제가 열리면 단편 혹은 중편의 연작 상영을 한번쯤 봐야하지 싶어 영화제의 첫번째 관람으로 남순아 감독의 <아빠가 죽으면 나는 어떡하지?>와 강유가람 감독의 <모래>를 선택했다. 젊은 두 여성의 목소리로 쓴 젊음이라는 시간과 공간, 각각의 두 주제는 다른 발화법을 쓰고 있는 듯하면서도 결국엔 맞닿아있는 울림이었다.


2019 인디다큐페스티발, 봄프로젝트 10주년 기념 특별 상영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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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죽으면 나는 어떡하지? / 남순아 / 31min 41sec


한 달에 한 번 통장에 입금이 되는 그 순간을 흔히 월급날이라고 부른다. 이때 이 돈의 출처가 완전한 바깥 사회냐 혹은 자식이 속한 가정, 부모라는 울타리냐의 질문은 생각보다 서로 꽤 다른 전제를 기저에 두고 있다. 부모에게서 용돈. 아니 활동비를 지급받고 있는 '남순아'는 자퇴 이후 사회인으로서 받는 용돈의 무게를 절감하고 직접 노동에 뛰어들고자 한다. 게임 프린세스 메이커 2, 애니메이션 포켓 몬스터의 OST 등 영화에서 차용하고 있는 발랄한 외피는 아직 '젊디 젊은' 친구들 사이에서 우리는 인간도 아니라는 농담, 돈에 대한 실소의 이면을 전부 감춰주지 못한다. 한 사람만큼의 몫을 스스로 벌어 일군다는 미래가 그야말로 '비정규'적인 직업이 되고 하루살이가 됐을 때의 진짜 울음과 무기력의 정서는 생각보다 너무 많은 청년들의 비수를 내리꽂는다. 누군가에게는 새로울 것 없는 이야기일지도 모르나 아직도 변하지 않은 세상 앞에서 남순아의 언어로 쓰고자 한 이 31분여의 다큐멘터리 속 다시 쓰이는 청년들의 속내는 여전히 뻔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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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 / 강유가람 / 49min 18sec


앞서 언급한 남순아의 다큐멘터리가 일을 하며 돈을 버는 청년의 '시간'을 쓰고자 한다면 강유가람의 <모래>는 보다 더 구체적인 '공간', 천정부지로 뛰어오른 가격의 한국 아파트에서부터 시작한다. 집값은 오르고 있지만 재개발은 커녕 너무 많이 나가는 집안의 이자는 가족들의 생활을 허덕이게 만드는 그야말로 큰 '출혈'이다. 감독의 아버지와 더불어 자주 언급되는 그의 정치관, 문득문득 엿보이는 당시의 정치 상황은 지혈은 커녕 더 이상 마취도 어려운 현실에 대해 여실히 드러낸다. 그야말로 '모래 위의 성'과도 같았던 강남의 아파트는 타국에서 일하셨던 아버지가 딛는 모래판의 이미지로 이어진다. 위태로운 그 높이만큼이나 불안할 수 밖에 없었던 어머니의 자식에 대한 내리사랑은 그동안 개인이 떠안은 트라우마를 보여주기까지 한다. 그렇게 세월이 흘렀고 이 젊은 감독이 카메라 안에 담아놓은 늙은 부모의 모습은 한 공간 속에서 드러나는 세월의 간극으로 하여금 세대론까지 건드린다. 모든 것이 민감한 주제이고 심각한 사안이다. 가족은 결국 이사를 갔고 그럼에도 애써 내색않은 부모와 긴말 할 수 없는 자식. 그들이 '공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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