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일소를 부치다
2019 미장센 단편영화제, 폐막식 수상작
짧은 시간, 누군가의 목소리를 눌어붙지 못해 러닝타임 내내 터져 나오는 희열과 열기는 단편영화만의 매력이다. 올해도 어김없이 미장센 단편영화제가 열렸고 폐막식의 분위기는 희극지왕 부문 수상이라는 영예와 흘러넘치는 시작으로 함께였다. 미장센으로 포착된 희극은 그것이 웃음이든 비웃음이든 간에, 일소의 한 방으로 세상에 부치는 한 통의 편지와도 같았다.
2019 미장센 단편영화제, 폐막식 수상
유월 / 이병윤 / 25 min
피사체를 비추는 카메라, 혹은 영화 바깥에서의 편집. 영화에 손쓰기 이전 가장 맨 처음의 사람이 가장 잘 구가할 수 있는 육체적인 음악의 영역으로. 영화 <유월>의 러닝타임은 내내 카메라 앞에 선 군무와 안무의 향연이다. 한 시라도 가만히 있을 수 없는 소년 유월(심현서)이 관객에게 들려주는 음악의 첫 시작은 귀에 꼽힌 이어폰에서였지만 영화의 세계 안에 울려 퍼지는 선율은 인물에서 인물에게로, 개인은 군집이 되어 하나의 역동을 만들어간다. 햇볕에 드리워진 그림자, 선명한 빛과 더불어진 명암은 끊임없이 움직이고 약동하는 육체에 더욱 생동감을 부여한다.
캐쉬백 / 박세영 / 24 min 59 sec
누구에게나 사연이 있고 어느 하나 사정없는 사람이 없건만 영화 <캐쉬백>이 포착하는 한 남자의 하룻밤은 조금 독특하다. 중고물품의 매매는 다시 '매매'로 구매에서 판매로 이어지는 오는 돈과 가는 돈을 따라 유유자적 흘러가는 이 남자는 그 밤의 어느 누구보다 치열한 표정을 짓고 있다. 물건, 그리고 가격, 흥정에 부치는 약간의 부연설명들은 키보드의 타닥거림과 플러스펜의 슥삭거리는 필기감으로 극대화된다. 이유를 알 수 없는 줄다리기, 그러다 또다시 사연을 알 수 없는 누군가에 의해 줄이 끊어지는 순간 알 수 없는 폭소와 일소가 관객석을 뒤덮는다. 이 영화 웃기다. 그리고 치열하다. 함께 그 날의 목격자가 된 사람들은 마침내 주인공이 마주친 이미지에 미소지을 뿐이다. 애처로움에 우리가 지어줄 수 있는 건 이런 웃음 밖에.
눈치돌기 / 김현 / 19 min 25 sec
대학교 팀플을 하러 가는 한 남자. 그 옆에 끼어든 다른 한 남자. 불청객이라는 이름으로 이들은 다시 누군가의 집에 끼어든 '두 남자'가 된다. 기웃거림과 너스레는 민폐와 참견이 되고 손쉽게 손을 털었다 생각하는 순간 나도 누군가의 눈치싸움에서 밀려난다. 어두침침했던 흑백의 명암에서 모든 것이 거실에서 밝혀지는 순간 환한 백열전구의 하이라이트가 적나라해지고 영역은 배타의 공간이 된다. 영화가 그리고 있는 인물의 선은 다소 투박할지라도 경계를 오가는 재치는 알아줄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