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오스카 아카데미 작품상은 단언컨대 씨너스입니다.
아마도 이번 주는 씨너스라는 이름을 상당히 많이~듣게 될 겁니다.
세계 영화인들의 축제 제98회 오스카 아카데미 시상식이 16일(내일) 오전 8시부터 생중계되거든요. OCN, 티빙에서도 볼 수 있다고 하니 많은 사람들이 실시간으로 수상 소식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아마 많은 커뮤니티에서도 화자 될 걸로 예상됩니다.
그래서 일단 영화를 봤습니다. 25년 최고의 영화를 어찌 아니 보고 오스카를 지켜본다는 건 트렌드 세터로서 할 짓이 안 되니까요. 하하하.
참 이 영화 특이합니다. 씨너스를 보고 나서 영화가 어려워서 포기해야겠다 보다는 그 자체로 신비로워서 영화를 공부해야겠다고 생각이 더 들게 됐습니다. 옛날에 곡성을 봤을 때 느낌이랄까요? 아 그러고 보니 씨너스는 미국판 곡성과도 같은 느낌입니다.
생각나는 키워드대로 여러 리뷰와 해석을 참고하면서 씨너스가 왜 작품상을 받아야 하는지.
그리고 마이클 B 조던이 오스카 아카데미상 남우주연상을 왜 받아야 하는지에 대한 생각을 나열해 보겠습니다.
영화는 보고 오시면 좋고. 안 보고 오셔도 뭐 이런 내용들이 있겠거니 하고 글을 읽으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아래 내용부턴 스포일러가 다수 포함되어 있습니다.
영화를 보지 않은 분들을 위해, 이 영화가 무슨 내용인지에 대해 궁금한 분들이 계실 것 같아 짧게 풀어보면.
<줄거리>
1932년 시카고 갱단 생활을 통해 목돈을 벌게 된 쌍둥이 흑인 형제 스모크와 스택(마이클 B. 조던 1인 2역)은 고향으로 돌아와 더 큰 돈을 벌기 위해 술집 '주크 조인트'를 운영하기로 합니다.
쌍둥이들은 천부적인 블루스 실력을 지닌 사촌 동생 '새미'와 미시시피 델타의 유명 뮤지션 델타슬림 이외 주크 조인트를 운영하기 위한 멤버를 모읍니다.
화려한 오프닝 파티가 열리고. 새미의 'I Lied to You'로 분위기가 무르익을 때 불청객이 찾아오는데. 그들은 뱀파이어 무리였던 레믹과 그의 일당이고.
주크 조인트에선 흑인 공동체를 자신의 공동체로 포섭하기 위한 뱀파이어 레믹과 그걸 막아내기 위한 흑인들의 하룻밤 결전이 이어집니다.
뭐야? B급 영화 아니야?줄거리를 보면 참 무슨 이상한 영화일까 싶습니다. 이 영화는 개인적으로는 누군가들에겐 B급 호러영화로 비칠 수 있겠다는 생각이 강합니다.
(사실 줄거리를 읽는다고 해서 아래 글이 모두 이해가 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필히 영화를 보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미국 흑인 차별의 역사와 블루스 음악의 발전. 그 시간 안에 흐르는 각각의 침략과 피해. 그리고 그걸 치유해 가는 과정과 관련된 미국 문화에 대한 호기심이 생기지 않는다면 영화는 필연적으로 재미있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씨너스 : 죄인들 을 풀어가는 이 재미를 절대 놓치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씨너스는 영화감독 라이언 쿠들러가 연출을 맡았습니다. 블랙팬서로 아주 유명한 감독이죠. 쿠들러가 씨너스를 만든 가장 큰 이유는 삼촌의 죽음을 기리기 위함이라고 합니다.
삼촌은 미시시피 출신의 블루스 음악을 사랑하던 사람이라죠.
미시시피는 블루스가 태어난 고향입니다. 흑인 음악의 뿌리는 가스펠과 블루스라고 합니다. 대부분 재즈, R&B, 펑크, 디스코, 힙합 등이 뿌리일 거라고 생각할 테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영화에서 가장 서두에 나오는 포인트는 이것입니다.
영화 초미에 새미의 아버지는 새미가 블루스를 하지 못하게 막습니다. 새미의 아버지는 교회 목사인데요.
블루스는 성욕, 분노, 절망처럼 너무 직설적인 음악입니다. 기도교적 가치관에 어긋난다는 게 가장 컸죠.
흑인 음악의 뿌리인 델타 블루스와 가스펠의 관계를 쌍둥이 장르라고 표현하는데요.
두 장르 모두 흑인 노예들의 노동요와 스피릿추얼(영가)에서 파생됐습니다. 고통된 고된 삶을 덜어내기 위해 탄생했을 거라고 예상되죠.
하지만 델타 블루스는 고난과 절망이라는 세속적 현실을 직접적으로 노래하여 카르시스를 제공하는 것에 반해 가스펠은 신앙을 통해 구원과 희망을 노래합니다. 블루스는 육체적, 가스펠은 신앙적이라고도 표현하는 이유가 이 내용에 기반합니다.
그래서 백인 사회는 블루스를 부르는 사람을 저급한 존재. sinner라고 불렸다고 합니다. 영화의 제목이 씨너스인 이유가 어느 정도 예상됩니다. 블루스를 부르는 사람들. 예 그게 바로 씨너스인겁니다.
*여담인데. 블루스에서 가장 유명한 음악가는 로버트 존슨인데. 그가 블루스 기타를 다룰 줄 모르다가 악마와의 계약을 통해 갑자기 실력이 일취월장했다는 일화가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블루스를 부르는 사람을 시너스라고 불렀다는 이야기도 있더군요. 영화의 모티브는 로버트 존슨의 일화이기도 합니다.
영화의 주인공이 누구냐고 따져보면. 프리처 보이인 블루스의 재능 새미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 테고. 스택과 스모크를 싸잡아서 주인공 아니냐고 말하는 사람도 더럿 있을 테지요.
저는 누가 주인공이라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새미도 새미 나름 서사가 있고. 스택과 스모크도 영화 전체를 이끌어가죠. 뭐 그건 중요한 건 아닐 것 같고.
스택과 스모크를 연기하는 마이클 B 조던의 연기력에 입을 벌리고 말았습니다.
제가 저 미국의 언어습관, 문화, 행동을 모를 뿐이지. 전성기 시절 유아인이 영화에서 보여줬던 능청스러움, 진지함, 눈빛 표현 등을 마이클이 표현한다고 보였습니다.
스택과 스모크 각각의 이름은 미국의 속어에서 기반하는 것으로 각각의 캐릭터성을 부여했습니다.
스택 머니(Stack money)는 돈을 쌓는다, 열심히 돈을 벌다는 의미가 있다는 것처럼. 스택을 연기할 때는 합리적이고 계산적인 사람으로 표현합니다. 파란색 모자를 쓴 조던이 스택입니다.
스모크 썸원(Smoke someone)이라는 표현은 누군가를 총으로 쏴 죽인다는 의미라고 합니다. 그래서 스모크는 마지막까지 KKK단원들과의 소규모적인 흑백 전쟁에서 그들을 모조리 총으로 죽여버리죠. 여기서 조던은 화려한 액션신으로 흑인과 백인의 역사적 분쟁에 대한 분노를 표출하죠.
결국 씨너스라는 죄인들이라는 영화의 의미의 시작인 이 둘부터가 시작입니다. 시카고에서 갱단을 통해 목돈을 벌어온 죄. 새미를 악의 길로 인도하는 죄. KKK단을 살육하는 죄. 스택이 뱀파이어로 변해 살아가며 인간의 피를 빨아먹는 죄. 씨너스는 이 둘의 시작으로 미국의 사회적, 정치적 죄인들에 대해 은유적으로 표현합니다.
뱀파이어는 보통 악역입니다. 어떠한 소설이나 드라마 영화에서 다 그렇죠. 다만 감독의 의도를 알게 됐을 때 뱀파이어 래미의 존재가 악역일까에 대한 생각이 듭니다. 뱀파이어를 좋아한다거나 그런건 아닙니다.
래미의 등장을 이해하려면. 미국 아일랜드인들의 이주의 역사를 알아야 합니다.
아일랜드인들은 영국의 지배 하에 오랫동안 핍박받아왔습니다. 마치 한일과의 관계와 같습니다. 지배의 고통에서 해방되기 위해 미국의 이주정책에 따라 많은 아일랜드 인들이 미국으로 이주를 하죠. 도착 했을 때 그들이 그 지역의 귀족이 될 수 있었을까요? 흑인보다 조금 더 나은 형편이었습니다. 미국인들이 아일랜드인들을 조금 더 미국인으로 회유하기 위한 정책을 했지만 미국 백인들과는 분명한 차별이 있었고. 흑인 노예들의 위치보단 조금 더 나은 상태였습니다.
(어느 정도 흑인노예들이 해방되고 값싼 노동력인 아시아인들을 영화에 포함시킨 것도 하나의 차별과 핍박을 고도화하기 위함일 겁니다.)
아무튼 그래서 감독은 레믹을 출현시킵니다. 아일랜드계 뱀파이어로요.
저도 잘 몰랐는데. 뱀파이어는 남의 영역을 침범할 때 주인에게 허락을 받지 않으면 들어가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래서 흑인들의 파티장에 뱀파이어들이 함부로 난입을하지 못하죠.
*그래서 영화 렛미인에서(보진 않았습니다.) 내가 거기로 들어갈 수 있어? LET ME IN?이라는 내용이 들어간 이유가 그렇다고 합니다.
아무튼 레믹의 존재는 우리(아일랜드인들)도 핍박받았는데 너희(흑인들) 우리와 하나가 될 수 있을까? 자신의 영역을 만들어서 아일랜드의 핍박받았던 그동안의 고통을 해소하고 싶어 합니다.
일종의 아일랜드 이주민들의 고통을 해소하기 위해 자신의 세력을 넓혀가고. 영적인 새미와 애니(스모크의 아대 후두교 주술사)의 능력을 아이랜드 뱀파이어들의 무리로 데려오고 싶다는 욕심이 드는 거죠.
그래서 레믹이 어떻게 보면 가엾어요. 이들도 똑같은 피해자이고 어떻게 보면 짠한 존재들이지만. 영화의 대립구조를 위해 만들어낸 인물인 거죠.
하지만 영화를 다 보고 나선 레믹도 확실한 악역인 건 맞아요. 그건 바로 미국 토착 원주민들이죠. 레믹의 첫 등장부터 원주민들 '초토족'으로부터 쫓기듯 도망치던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 일거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이 영화에서 가장 매력적인 캐릭터는 레믹인 것 같습니다.
새미의 블루스는 왜 비현실적인 주술 능력을 보여준 걸까요?
영화에 가장 큰 부분인 아래 영상을 봐보시면.
https://www.youtube.com/watch?v=5OlFxQHdkiY&list=RD5OlFxQHdkiY&start_radio=1
물론 희한하다고 느끼시겠지만. 아주 중요한 설정이 있습니다.
영화의 시작에 나오는 말인데.
진실된 노래를 통하여 죽음과 삶의 경계를 허물고, 과거와 미래의 영혼을 불러낼 수 있는 이들이 있었다고 전해진다. 그들을 아일랜드에서는 팰리, 초토족은 화방자, 서아프리카에서는 그리오라고 불리었다.
팰리이자 화방자 그리고 그리오가 바로 새미였던 거죠. 이 영상의 의미는 참 여러 가지입니다.
새미의 블루스로 흑인음악과 종교 그리고 인종을 뛰어넘는 음악의 화합을 보여주는 것. 결국 인류는 하나이고. 모두가 소중하며. 모두가 하나 되어야 하는 것 아닌가에 대한 감독의 의도를 나타냅니다.
그리고 새미의 이 능력은 위에서 말한 레믹과 그의 일당의 '주크 포인트' 침략의 계기가 되는 것도 있고요. 새미의 능력이 아일랜드인들의 공동체 고도화에 아주 좋은 능력이기 때문인거죠.
애니 후두교의 비밀도 놓쳐서는 안 될 포인트입니다.
부두교는 어찌어찌 들어본 분들이 많으실 것 같은데. 후두교는 사실 처음 들어봅니다. 서아프리카에서 미국으로 잡혀온 흑인 노예들이 기존의 영적 관습과 토착 아프리카 종교, 기독교 신앙과 혼합해서 만든 일종의 영적 운동이자 점술, 신앙, 종교적 관념이라고 합니다.
부두교는 후두교의 내용들을 믿는 하나의 종교이고 후두교는 하나의 민간 주술에 가깝다고 하네요. 애니는 주인공 스모크를 수호하는 것을 넘어 주크포인트라는 흑인 공동체를 영적으로 수호하는 캐릭터입니다. 뱀파이어를 물리치기 위해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이들에게 마늘을 먹이고. 뱀파이어를 죽이는 방법을 전파합니다. 그리고 스모크가 후두교를 부정함에도 부적 목걸이를 걸어줘 결국 새미를 살리게 됩니다.
애니는 결국 미래로 가는 흑인들의 영적인 수호신입니다.
첫 번째 쿠키 영상부터 이 영화는 정말 많은 것을 담으려 했구나라는 생각입니다. 엔딩 이후 나오는 쿠키를 보면 새미는 파란색 옷을 입고 있습니다. 그리고 뱀파이어가 된 스택은 화려한 색이 조합된 옷. 메리는 다소 과감한 옷차림이죠.
스모크의 파란색 모자를 생각해 보면 새미의 파란색은 많은 것을 내포합니다. 스모크 덕에 살아남은 새미는 스모크의 유산입니다. 그 뜻은 스모크는 과거 흑인들에 대한 희생을 기린다는 의미가 될 것 같습니다. 지금 흑인 사회의 발전은 과거 흑인들의 희생과 노력이 있었다는 예우가 들어간 것이겠죠.
그리고 스택의 옷차림은 차별은 없고 화합만이 필요한 시대정신을 말하고 있습니다. 메리의 옷은 편견 없고 성별 없는 세상을 만들어가자는 의미를 주는 것 같습니다.
결국 첫 번째 쿠키 영상이 주는 내용은 과거의 희생과 미래의 발전. 그리고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뜻합니다.
그래서 쿠키영상이 끝날 때쯤 스택과 메리는 펄라인의 블루스바(과거의 환호와 기쁨)를 나아가 더 나은 세계로 빠져나가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참 엄청난 영화라는 게 느껴집니다.
두 번째 쿠키. 이건 영상으로 한번 보시죠.
https://www.youtube.com/watch?v=FiHSi0rd32g
I'm gonna let is shine.
This little light of mine
Gonna let it shine~
주인공 새미는 실제로 가수입니다. 마일스 케이턴이라는 가수이고. 목소리가 너무 좋습니다.
2번째 쿠키는 이런 의미가 아닐까 싶습니다. 저는 2가지로 해석하고 있는데.
새미는 얼굴에 흉터가 없습니다. 그래서 그 일이 일어나기 전에 부른 노래일 확률이 높죠. 그래서 나는 아버지의 반대에도 빛을 향해 달려갈 것이다. 블루스를 향한 내 마음을 잃지 않고 정진하겠다는 자신의 다짐을 말하는 것일 테고요.
다른 하나는 새미의 꿈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미국의 역사가 지금까지 이런저런 멜팅팟이라는 아픔을 딛고 세계최고의 국가가 되어가고 있는 와중에. 차별과 구분이 없이 다시 한번 제대로 된 멜팅팟으로 하나되어 나아가자. 아임 고나 렛잇 샤인. 빛을 향해 달려가자. 그런 의미가 아닐까 싶네요.
인물, 배경, 그리고 관계성 마지막 쿠키까지. 라이언 쿠들러 감독의 씨너스 : 죄인들의 연출과 기획은 기가 막힙니다. 미국의 150년의 정치적, 사회적 이슈를 축약해놨습니다. 뱀파이어 호러물에 뒤덮여 있는 하나의 역사집을 본 느낌이랄까요.
다시 돌아와서 오스카 아카데미상에 대해서 얘기를 해봐야죠.
전 음악상, 남우주연상(마이클 B. 조던), 작품상, 감독상 4가지 메인상중 적어도 3개는 확실히 챙겨갈거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너무 좋은 영화였습니다. 생각하게 하고 탐색하게 하는 영화가 오랜만이었습니다. 씨너스 꼭 한번 보심 좋을 것 같습니다.
씨너스 : 죄인들의 이해를 돕는 디테일 21가지글도 한번 보시면 영화를 조금 더 풍족하게 해줄 것 같습니다.
https://extmovie.com/movietalk/93053300